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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Sep 16. 2020

너의 끝이 나의 시작이 되는 암호, 테넷

영화 테넷 TENET

하필이면 수도권에 코로나19가 가장 창궐했을 시기에 개봉이라니. 이 시기에 영화관에 가는 것은 전혀 내키지가 않는데.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보고 싶다.


보름이 넘게 극장 예매 창을 띄웠다 닫았다 반복을 하다가, 지난 평일 휴일에 드디어 보고 온 '테넷'.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영화라고 했고 TENET이 10(ten)을 앞뒤로 붙여놓은 단어이니, 하이라이트 10분 동안 시간이 공존하려나... 정도의 추측만 갖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인버전'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알고리즘'이니 '엔트로피', '할아버지 역설' 같이 어려운 이야기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제 무지함은 영화를 보는 동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즈는 그저 평소와 같이 영화를 즐기고 나왔을 뿐입니다. 아래부터 조금 황당하고 싱거울 수 있어서 미리 말씀드려요.
+++아, 그리고 스포 쬐금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특유의 뱃고동 같은 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 소리는 자연스레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로 이어졌다. 맞아, 소음과 음악은 한 끗 차이지.


주도자 역의 존 데이비드 워싱턴(덴젤 워싱턴 아들!)은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검은 도화지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마지막에서는 '독전'의 '류준열'과 비슷한 결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가 테넷에서 왜 '주도자'인지에 대한 해답은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주도자 캐릭터는 저지방 요거트처럼 담백한 와중에 새초롬한 매력이 있었다. 관객이 뜨겁게 느낄 수 있을만한 감정은 일부러 도려낸 것 같은 인물이었는데, 이 역시 관람을 마치고 나서야 왜 이런 설정이어야했는지 이해가 가능했다.


처음 마주한 과거의 주도자와 미래에서 온 닐


영화 중간쯤, 나는 '닐'이 '캣'의 아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는 확신마저 하고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이 부분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외로운 1인)


닐이 등장하고 나서 시간의 섞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도자의 입장에서 보면 큰 덩이로 네번(오페라극장/오슬로 공항/세이토와 차량 질주/전투씬+요트씬)의 시간 흐름이 바뀌는데, 결국 저 순간들은 주도자가 주도적으로 선택한 시간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시간.


영화는 닐이 주도자를 구하러 가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모든 과정은 닐(&캣)과 주도자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노력이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주도자는 캣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하라며 전화기를 넘겨주는데, 별것 아닌 듯 무심하게 넘겨줬지만 이 전화기는 엄청난 기능이 있었다. 무려 시간을 거슬러서 연락이 가능한 전화기. 세상마상에. 나중에 캣이 이 전화로 주도자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은 영화 중 가장 쌔끈한 장면으로 꼽을 수 있겠다. 심지어 로맨틱하단 느낌마저 받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동지


주도자 시점으로 흘러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아직 미래에 도착하지 못한 주도자는 미래에서 온 닐을 모른다. 미래에서 온 닐은 주도자와 이미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주도자의 사소한 취향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닐이 왜 주도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희생하느냐고? 오페라극장에서 이미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선 안된다며 기꺼이 본인을 희생했던 주도자를 기억하면 된다. 그 주도자의 영향으로 살아난 한 사람이 미래에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고, 지금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미래에 진짜 주도자가 되는 한 리더의 이야기와 만나며 흝어져있던 시간이 합쳐진다.


주도자를 살리기 위해, 아직 본인을 모르는 친구에게 밝은 인사를 하고 떠나는 닐. 시간이 흘러 주도자가 닐을 만나게 되는 미래 어느 날, 그땐 주도자가 닐이 좋아하는 술을 시켜주었으면 좋겠다. 닐이 주도자의 다이어트 콜라 주문을 해줬던 것처럼.



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영화 테넷 Tenet (2020)

영국, 미국 / SF, 액션

(감독) Christopher Nolan 

(출연) John David Washington, Robert Pattinson, Elizabeth Debicki, Kenneth Brana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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