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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는샘 이혜정 Sep 29. 2021

[웃는샘의그림일기]정도 육아 _(더도 덜도 말고)

웃는샘의 그림일기- 정도 육아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



그게 제일이지!







“자, 모두 사물함 열어볼래? 3분 준다. 얼른 정리해보자.”


“책상 서랍에는 그날 필요한 교과서만 넣어놓는 거 알지?”


“오늘 눈빛이 별론데? 무슨 일 있었어? 선생님에게 다 말해봐. 얼른!”




“오늘 배운 역사 수업, 이렇게 활동지 나눠줄 테니까 필기해 오세요.”


“수학익힘책 풀고 채점 안 한 친구들은 남아서 다 하고 가도록!”


“책상 위에 지우개 똥들도 그때그때 정리해야지.”




이렇게 꼼꼼함이 지나친 선생님은 아이들이나 학부모를 힘들게 한다. 부담스럽다.







“아침활동? 자유롭게 자기 활동하면 돼요. 친구 방해만 안 하면 돼.”


“일기는 쓰고 싶은 사람들만 알아서 쓰면 되지요.”



반면에 이렇게 자유를 주면서 아이들의 태도, 눈빛, 말투 등에 무관심한 선생님은 냉정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덜 자란다.







학교에서 학급을 꾸려나가는 일조차, 이렇게 정도의 법칙이 적용된다. 과해서도, 부족해서도 위험하다. 그럼, 우리 집 내 아이 키우는 일은 어떨까?




늘 잘해오던 아이가, 항상 내 말을 따랐던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번 방학은 실컷 놀아보고 싶어요.”



‘두둥’



누가 머리를 한 대 세게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공부는 좀 덜하면서 하고 싶은 일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말이에요.”



“그래? 당황스럽네. 좀 더 생각해 보고 이야기하자. 아직 방학되려면 시간이 남았으니까.”



나는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어머, 얘가 왜 이래?’


‘저 나이에 벌써 공부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해?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사춘기인가?’



암튼,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나는 그렇게 그 자리를 도망쳤다.


그리고 신랑에게 고자질하러 달려갔다. 신랑이 내 편을 들어주리라 생각했다. 저 노무 자식을 혼내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신랑은 웃으며,


“와, 자식 웃기네. 많이 컸어.”라 한다.



“그게 다야? 혼내줘야지.”



“혼낼 게 뭐람? 하고 싶은 일들이 많나 보지. 기특하네.”



신랑은 아이에게 가더니, 하고 싶은 일을 착착 물어보고 필요한 도구나 재료가 있으면 같이 사러 가자고까지 해주었다.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방학이 되면 분명, 내가 자기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그 지나친 관심을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술수까지 쓴 것이었다.



나는 한 달간 도를 닦으며 내 관심을 묵인했다. 그래서 그해 여름방학, 아이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 코딩과 메이킹으로 신나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때가 계기가 되어 아이는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것이 공부에 전념하는 동기도 되었다.







요즘 나는 저녁이 되면, 내 시간을 많이 갖는다. 글도 쓰기 시작했고, 독서량도 늘려서 괜히 바쁘다. 아이들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난 엄마가 맥주 먹는 게 더 좋아. 글 쓰는 건 싫어. 형아도 그렇지?”



“응. 나도.”



나는 의아했다.



“왜? 그게 뭐가 달라? 어차피 맥주 마실 때나 컴퓨터 앞에 있을 때, 너희랑 못 노는 건 똑같잖아.”



그러니까, 큰 아이가 살며시 이렇게 말하고는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그래도 맥주 마실 때는 저희를 보고 있잖아요. 웃으면서.”



‘헉!’



아이들은 나의 지나친 관심이 싫으면서도, 내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데에 불안을 느꼈나 보았다.




결국 나는 저녁시간에는 40분 정도만 컴퓨터를 보기로 셀프 다짐을 했고, 독서나 글쓰기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하기 시작했다.







많은 부모들이 극과 극을 달린다.



아이에게 지나친 관심을 가지며 줄곧 서로를 피곤하게 하다가, 아이의 반항이나, 거절에 큰 좌절을 겪고 놓아버린다. 딱 ‘과유불급’인 셈이다.



또 자기 좋자고 널널하게 방치하다가, 뒤늦게 반성하며 다 큰 아이를 돌본다.





뭐든, 처음부터 적당한 게 좋은데 말이다. 아이와 함께 잡은 줄이 너무 느슨해서 꼬여버리거나, 너무 당겨져서 끊어지지 않게 해야 우리 사랑이 오래도록 유지된다.







신랑이 오늘 수고했다고 맥주를 따라주었다.



넘쳐서 거품이 흘러내렸다.



“뭐야? 지저분해졌잖아!!”



이번에는 절반만 채워준다.



“뭐지? 이것밖에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이번에는 잔에 딱 맞게 따라준다.



“흐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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