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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Sep 12. 2020

호주 호텔 인턴쉽에 합격! 합격의 비결은 자신감?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시드니를 떠나다

호주 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이 언제였냐 묻는다면 나는 혼자 노래를 들으며 시드니 이곳저곳을 다녔던 순간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리라. 꽃보다 남자의 지후선배는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수 있다 했었나? 그 당시의 나는 아이팟과 아이폰만 있으면 정말 어디든 갔다. 한 손에는 아이팟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을 들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걸었다. 걷다가 길을 잃어도 괜찮았다. 아이폰 지도가 있으니까! 스마트한 세상에서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찾아갈 수 있으니!


시드니에 처음 왔던 날, 낯선 곳을 걸으며 만났던 그 자유로운 바이브를 나도 느껴보고 싶어서 비치타월을 들고 공원으로 나가 책을 읽었다. 우리 집 근처에서 열리던 플리마켓의 헌 책방에서 샀던 그 영어 원서 책은 아직도 끝을 못 내고 내 책방에 콕 박혀있지만.. 그래도 그 책을 보면 그 시절 한 페이지도 채 읽지 못하는 그 책을 들고 어디든 다녔던 그때가 생각나서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내 책장에 간직되어 있다. (언젠가 꼭 다 읽고 마리라!)


시드니 울릉공에 놀러갔을 적의 소내!


일본에 살던 시절, 후라노에서 낯선 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달콤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던 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의 좋았던 그리고 설레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일본이 아닌 여기 호주에서 그 시간을 즐겼다. 호주에 와서 혼자인 게 너무 외롭고 삭막해서 한국인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참 혼자서도 잘 놀았다. 너무도 해외 생활에 정말 적격인 성격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어딜 가도 나는 외롭지 않았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고 새로운 곳을 찾아내는 것 또한 너무 좋았기에.


그래서 나는 다시 떠났다. 시드니는 나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도시임에 분명했지만 나는 그 큰 호주를 다는 아니더라도 반이라도 꼭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1년이라는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그 시간 속에서 정이 가득 든 시드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그 아름다운 나라 호주의 또 다른 모습이 궁금해졌던 나는 다른 곳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드니에서 사귄 좋은 인연들과 안녕-! 하는건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나는 모두 거절했던 잡 인터뷰 중 하나를 받아들였다. 사실 에이전시에서 연결해 주는 잡 인터뷰의 대부분이 호텔의 하우스키핑 자리였는데 나는 하우스키핑으로 일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그 일이 청소 일이라는 안 좋은 인식 때문이 아니라 방 안에서 혼자 일을 하는 그 일은 나의 호주 생활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F&B부서에서 구인공고가 떴다고 일을 연결해 주는 에이전시 언니가 연락이 왔다. 호주에 있는 워홀러들이 다 탐내하는 포지션이라며 면접을 안 보면 후회한다는 언니의 말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지원을 했다. 레스토랑 업무는 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 더 좋은 기회일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면접은 굉장히 수월했다. 수월했다기보다는 그냥 나에게 많은 질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와 함께 면접을 본 친구들은 일본인 친구들 몇 명과 한국인은 나 포함 몇 명 있었는데 F&B로 지원한 사람은 단 두 명밖에 없었다. 같이 식음료 부서에 지원한 언니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언니였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영어를 잘하는 여유에서인지 무슨 말이든 정말 말을 잘 받아치는 언니 옆에서 나는 눈에 띄는 비교 대상이었지만 당찬 거 하나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다. 부족했던 영어였지만 호텔에서 일한 경력을 내세우며 잘할 수 있다는 걸 열심히 어필했다. 그리고 인터뷰어의 마지막 질문이 들어왔다.


혹시 F&B부서에 떨어진다고 하면
나는 너를 하우스키핑 부서로라도 채용할 생각이 있는데 어때?

나는 자신 있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No!


파-란 하늘 시드니 참 좋다!


참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는지 일본에 있을 때도 그렇게 프런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더니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식음료 부서에서 꼭 일을 하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눈을 부라리며 대답을 했다. 인터뷰를 해주는 언니도 알겠다는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가 끝나고도 그 인터뷰어의 표정이 자꾸 떠올랐다. 아 나 실수한 건가...


인터뷰가 끝나고 집 인터뷰를 잡아준 에이전시 언니는 왜 그런 말을 했냐며 나를 나무라긴 했지만 난 내가 한말에 후회는 없었다. 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고 그게 잘 안된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거니까!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며칠 뒤,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를 나무랐던 언니는 합격이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가 합격할 줄 몰랐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갈 거지?라고 묻고는 떠날 날짜를 정해야 한다며 일주일 안에 바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합격이란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지만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간 친해진 친구들이며 매일같이 산책하며 나갔던 오페라하우스며 달링하버며 어디든 바다 냄새나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내가 사랑했던 시드니인데- 그 정든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늘 환하게 불 밝혀주는 오페라 하우스 안녕, 그리고 시드니도 안녕-


그래도 나는 과감하게 바로 yes!라고 답변을 보냈다. 새로운 도전은 역시 살짝 무섭기도 했고 시드니를 떠날 생각에 살짝 시큰해지긴 했지만 사실 설레는 마음이 더 컸으니까- 시드니는 언제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완전 이별이 아닌 잠시만 이별인 걸로 하자! 힘들고 돈 없어서 서러웠던 나의 두 번째 생활을 함께 해준 시드니, 그런 힘든 생활이었지만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시드니 너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시드니를 떠나기 전날, 나는 그날도 바다 냄새를 맡으러 오페라하우스로 향했다. 밤에 보는 오페라 하우스는 여전히 멋있었다. 환하게 비춰주는 그 빛이 '그동안 수고 많았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밝게 빛나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카메라에 담았다. 나중에 힘들고 속상한 일이 온다면 이 날 이 순간을 꺼내보며 이겨내자고. 오페라 하우스는 내가 시드니에서 힘든 순간에도 항상 밝게 빛났으니까- 다시 이 사진을 꺼내보니 언제나 따뜻하게 위로를 주었던 그날이 찐하게 올라오던 바다 냄새가 살짝 생각이 난다. 아마 다시 오페라 하우스와 재회하는 그날이 온다면 나는 왈칵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참 고마웠어, 또 보자 시드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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