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중심, 울룰루로 떠나보자!
안녕 시드니- 함께한 건 겨우 몇 달이지만 시드니를 떠나는 그날은 살짝 울적했다. 내가 참 사랑했던 도시였잖아- 그래도 새로운 곳을 향한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울적한 마음은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었다. 시드니 떠나기 D-7, 일주일 전부터 나는 내가 한동안 몸담고 지내야 할 그곳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호주의 워홀러들이면 다 가고 싶어 한다는 일명 '드림잡'이라고 불리는 곳이라던데 대책이 없었던 건지 생각이 없었던 건지 나는 내가 어디로 향하는 줄도 잘 모른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곤 합격 통보와 함께 일주일 전부터 가게 될 그곳, 호주의 중심지의 그곳 울룰루(Uluru)로 떠날 준비를 했다.
호주의 중심, 이라고 검색을 하니 이런 거대한 돌덩이가 나왔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다는 그들의 성지라고 불린다는 이 곳은 정말 이 거대한 돌덩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 그 한가운데 정말로 황무지였다. 찾아보니 내가 예전에 봤던 그리고 꽤나 좋아했던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한 장면이 연출되었던 그곳이었다. 호주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는다는 그곳, 호주의 중심에 위치해있는 울룰루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는 그곳이 내가 한동안 몸담고 지내야 할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오래전에 보았던 '세카츄(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본어로 줄여서 세카츄라고 함)'를 다시 한번 보았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내가 참 좋아했던 히라이 켄의 '가만히 눈을 감고'의 노래는 역시 다시 들어도 참 좋았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그날도 그 노래를 들었다. 나는 이상하게 새로운 곳에 가면 그곳과 어울리는 노래를 찾는 취미가 있다. 내가 떠날 곳은 아직 어떤 곳인지 잘 모르지만 아마 히라이 켄의 노래와 참 잘 어울리는 곳이리라! 노래를 들으면서 비행기에서 보는 비행기 뷰를 보니 괜히 마음이 또 설레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언제나 그렇지만 늘 설레는 곳이다. 한 곳과 다른 한 곳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통로 같은 느낌이랄까? 그 구름 속 통로를 지나서 정말 새로운 뷰가 내 눈앞에 나타나면 그거만큼 설레는 순간이 더 있을까 싶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반 정도를 지나니 구름 속을 지나서 아무것도 없는 황토빛깔의 황무지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 여기가 호주의 아웃백 사막이구나! 정말 황무지 같은 곳을 날고 날았는데도 보이는 건 황토 색깔의 황무지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행기 너머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울룰루다! 빨간 점 같은 무언가가 보이는 순간 앞자리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곤 너도나도 비행기 창문을 통해서 울룰루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을 따라서 나의 첫 만남을 이렇게 아이폰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렇게 하늘에서 처음 세상의 중심 울루루를 만났다.
이 빠알간 바위 주변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곳에서 한동안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걱정들이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또 이런 곳에서 살아보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가 언제 또 사막의 한가운데서 살아보겠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나의 아웃백 사막 라이프를 제대로 즐겨봐야지! 하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물론 나는 내가 또 다른 사막 나라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지만...(현재 또 다른 사막에서 살고 있음)
비행기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니 정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사막의 공기는 원래 이런 거야? 한증막 같은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내 몸속으로 훅하고 들어왔다. 공항에서 내리니 Welcome to Ayers Rock Resort!라는 빈티지스러운 문구가 공항 앞에서도 우리를 반겨줬다. 그리고는 우리를 에스코트해줄 호주 아저씨들이 구수한 호주 발음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웰컴 투 울룰루!
호주 아저씨들의 차에 올라타고 한 십 분 즈음 달렸을까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그런 곳을 지나서 마을 같은 작은 빌리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너희가 지낼 곳이라며 짐을 내려주고는 우리가 한동안 지내게 될 에어즈락 리조트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여전히 공기는 한증막 같이 뜨거웠고 웅웅 거리는 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러붙어서 나를 귀찮게 했다. 다행히 같이 인터뷰를 본 한국 언니와 룸메가 되어서 숙소가 가는 길은 그래도 외롭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숙소는 정말로 침대밖에 없는 작은 방 두 개, 그리고 중간에 주방과 화장실은 건너편 방에 살고 있는 다른 2명과 함께 즉 4명이 함께 셰어 하는 그런 구조였다. 건너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겨우 스무 살이 된 어린 독일 친구들이었는데 웃는 모습이 참 상냥한 친구들이었다.
룸 상태는 그리 쾌적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시드니에서 지냈던 곳의 방값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훌륭한 가격의 좋은 방이었다. 그리고는 짐을 주섬주섬 풀면서 앞으로 지낼 아웃백 라이프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지나가면서 봤던 정말 황무지 같았던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지 재밌게 그리고 신나게 살 수 있을까? 새로운 곳에 참 적응 잘하는 나였지만 이런 이색적인 곳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기에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나의 적응력을 한번 자신 있게 믿어보기로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데 사막에서 사는 것 또한 언젠간 적응되지 않겠어?
그리곤 이곳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다고 하여 밖으로 나섰다. 가는 길에도 이 훅한 더위와 자꾸만 달라붙는 파리들이 날 귀찮게 했지만 뭐 이 짜증 나는 파리들도 언젠간 적응되겠지..? 그리곤 오리엔테이션이 행해지는 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는 창밖으로 휘날리는 새빨간 모래들을 보면서 그렇게 울룰루에서의 첫 날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