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내 Nov 18. 2020

사막에서 일해봤니? 사막 한가운데에서 일을 시작하다

에어즈락 리조트 SOS 야외 디너 레스토랑에서 첫 일을 시작!

울룰루에서 맞는 첫날이 지났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 설렜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일기장에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지만 나는 하루하루 시간을 보낼수록 이 척박한 환경에도 적응해 나갔다. 오리엔테이션 첫날 이후 나는 F&B 부서의 SOS라는 곳으로 배정을 받았다. SOS는 Sound of Silence의 약자로 야외 레스토랑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준 언니는 내가 일할 곳을 배정해 주면서 굉장히 멋진 곳에서 일하게 될 거야!라며 처음 시작하는 나에게 기대감을 한껏 심어주었다.


처음 일을 하러 갔던 그날,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다더니 다짜고짜 나에게 작업복을 던져주었다. 일단은 이거부터 입으라고 하고는 나중에 입을 옷이라며 스트라이프 선이 그려져있는 검은색 와이셔츠를 건네 주었다. 작업복은 뭐고 이건 또 뭐야? 아직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이제 차츰 알게 될거라며 작업복을 입은 나를 데리고 내가 일할 곳이라는 SOS라는 곳으로 향했다.

왼:작업복 / 오: 레스토랑 유니폼

그렇게 처음 내가 일할 곳, 그리고 같이 일할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는 간단하게 앞으로 할 일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여기는 저녁에만 운영하는 야외 디너 레스토랑이라서 아침에 출근을 하고 잠깐 쉬었다가 저녁에 다시 근무를 하는 식의 스케줄라고 했다. 아침에 출근을 한 그날도 처음 Prep이라는 스케줄을 받았는데 준비를 의미하는 Praparation의 약자였다. 이 스케줄은 디너에 나갈 식기류 등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씻기 세척기에서 나온 와인잔들이며 그릇들을 얼룩이 없이 냅킨으로 닦아내는 작업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았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말을 섞으면서 일을 하니 지루하지도 않았으니깐! 호주 친구들의 슬랭은 여전히 알아듣기가 참 힘들었지만.. (호주 슬랭과 발음은 지금도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내 작업실 주방에서 Prep 스케줄 중! w/ 일본 친구 멕시칸 친구

그리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오후 네시 즈음 다시 출근을 한 후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었다. 열심히 닦고 닦았던 식기류들 그리고 음식들 등을 트럭에 잔뜩 싣고는 사막 황무지를 달리고 달렸다. 이런 곳에서 디너타임을 갖는다고..? 살짝 의아했지만 나는 꽤 신나는 마음으로 힘차게 달리는 트럭을 타고 사막 그 어딘가로 향했다. 한 십분즈음 달리자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는 1도 안나는 훵항 공터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일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시작되었다. 때는 오후 세네시즈음, 사막에서 가장 덥기로 유명한 시간대에 그 사막 한가운데에서 나는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데 새하얀 테이블보를 씌우고 무거운 글라스락을 옆구리에 끼고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 다니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담당 리더였던 쉐인은 시간 알람을 맞춰놓고는 한 시간마다 울리는 알람과 함께 "water time(워터 타임)"을 외쳤다. 사막에서 일하면서 가장 무서운 게 뭔 줄 아냐며 Dehydration(탈수증)이라고 강조 또 강조를 하면서. 그러고는 팔뚝만 한 통에 들어있는 선크림을 나에게 바르라고 건네주었다. 끈적한 선크림이 참 별로였지만 아 여기 호주였지.. 하며 다시 한번 시드니에서 등짝을 빨갛게 태운 그날을 떠올렸다. 그렇게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워터 타임'과 '선크림 타임'을 가지며 저녁에 있을 디너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 갔다.



땀을 얼마나 흘렸던 건지 물을 아무리 마셔도 머리가 아팠다. 일한 지 꽤 되었다는 친구들은 한 일주일 동안은 두통으로 조금 힘들거야 라며 나를 위로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한동안은 뜨거운 태양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지만 그래도 이런 이색적인 풍경 안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I'm in the middle of desert!" 나는 사막 한가운데 있지롱~ 하고 페이스북에 업데이트를 하니 친구들이 왜 거기까지 가서 고생이냐며 힘내라는 코멘트를 남겨주곤 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사서 고생하는 라이프가 참 즐거웠다. 그렇게 기진맥진하면서도 사막에서 일하는 게 참 재밌다는 듯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으니 호주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고는 챙겨온 레스토랑 유니폼을 주섬주섬 꺼내 입기 시작했다.

 "Sunny, It's time to work!"

이전 12화 호주의 중심, 울룰루 사막 라이프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