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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Sep 09. 2020

해피 뉴이어! 연말의 시드니, 불꽃놀이는 잊지못해!

새해의 마지막날, 반짝반짝 빛나는 불꽃놀이와 함께!

나에게 시드니에서의 12월은 참 바쁜 달이었다. 다니고 있던 영어 학원이 갑자기 파산을 하는 바람에(갑자기 왜 파산을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정말 하루 종일 할 일도 없는 쉬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12월을 알차게 보냈다. 크리스마스이브 때부터 그리고 박싱데이까지 3일을 주욱 연달아 놀았고 연말에 있는 행사란 행사는 다 쫓아다니면서 시드니 구석구석을 열심히 쏘다녔다. 


그렇게 '노느라' 바쁜 십이월을 풀로 재밌게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12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 역시 12월의 썸머 크리스마스처럼 나에겐 특별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나는 한국에서 매년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가요대상을 보다가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러 늘 교회행. 교회에서 가족들과 새해소원기도를 드리며 카운트다운을 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래서 나에게 12월의 마지막 날은 늘 똑같은 일상이었다. 그러던 나에게 특별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따뜻한 여름날의 새해맞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게다가 시드니의 새해맞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이벤트로도 유명하다고 하던데 이런 로맨틱한 기회를 그냥 날려보낼 리가 없지! 나는 바쁘게 보낸 12월의 마지막, 12월의 마지막 이벤트로 시드니에서의 연말 불꽃놀이를 일정표에 집어넣었다. 


새벽부터 불꽃놀이 명당을 차지하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그렇게 31일 날이 밝았고 함께 가기로 한 친구들과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근데 이게 웬걸!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니 엄청난 사람들이 이미 공원에 모여있었다. 시드니에 오래 살고 있던 친구 말로는 불꽃놀이의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을 거라더니 정말 그 새벽 같은 시간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그래서 나도 얼른 이 인파들 사이로 내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앞으로 오늘 밤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밤 12시가 되기까지는 앞으로 17시간이 남았다. 오마이갓...


앞에 늘어져 있는 인파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같이 온 친구들이 웃으면서 등을 토닥여 줬다. 원래 쉬운 일은 없다더나 뭐라나? 몇 번째 불꽃놀이를 보러 왔다는 친구들은 여유롭게 돗자리를 펴고 오늘 하루는 하루 종일 여기서 피크닉을 하는 거야!라며 웃었다. 그 여유로움에 나도 모르게 그냥 웃음이 나왔다. 어떤 상황에서든 여유를 갖는다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거구나- 그래서 나도 돗자리에 같이 철푸덕 앉았다. 17시간의 피크닉이라! 그것 역시 해본 적 없지만 나름 재밌을 것 같았다.


17시간의 피크닉을 즐기는중..


그렇게 31일 날이 밝았고 함께 가기로 한 친구들과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근데 이게 웬걸!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니 엄청난 사람들이 이미 공원에 모여있었다. 시드니에 오래 살고 있던 친구 말로는 불꽃놀이의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을 거라더니 정말 그 새벽 같은 시간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그래서 나도 얼른 이 인파들 사이로 내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앞으로 오늘 밤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밤 12시가 되기까지는 앞으로 17시간이 남았다. 오마이갓...


앞에 늘어져 있는 인파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같이 온 친구들이 웃으면서 등을 토닥여 줬다. 원래 쉬운 일은 없다더나 뭐라나? 몇 번째 불꽃놀이를 보러 왔다는 친구들은 여유롭게 돗자리를 펴고 오늘 하루는 하루 종일 여기서 피크닉을 하는 거야!라며 웃었다. 그 여유로움에 나도 모르게 그냥 웃음이 나왔다. 어떤 상황에서든 여유를 갖는다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거구나- 그래서 나도 돗자리에 같이 철푸덕 앉았다. 17시간의 피크닉이라! 그것 역시 해본 적 없지만 나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열 시간의 태양을 온몸으로 받는 인내의 시간이 지나 날이 어둑어둑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태양만 사라져도 정말 살 것 같았다. 이제 앞으로 몇 시간만 참으면 된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어둑어둑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해 질 녘 노을을 즐겼다. 그러던 와중에 우와! 하는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노을이 지는 하늘에 에어쇼가 시작되었다. 지루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였을까?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글씨가 하나둘씩 새겨지고 있었다. "R U going 2 Heaven?" "Trust Christ"


기독교 국가인 호주여서 그런지 하늘에 새겨진 문장은 성경 속의 한 문장이었는데 하늘에 새겨진 성경 말씀을 보며 사람들은 환호했다. 나도 곧 있을 불꽃놀이가 기대돼서 였는지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아직 대여섯 시간은 남았지만 그 뜨거운 태양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은 고통이 반이 된다는 걸 알아서 였을까 힘이 되는 성경 말씀 덕분이었을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R U going 2 Heaven?" "Trust Christ"


그렇게 어언 몇 시간이 더 지났을 즈음. 아 이제는 정말 지쳤구나- 싶을 때 즈음 되니 건물이 무성한 건물 숲들 사이로 불꽃이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앞으로 카운트다운까지는 삼십분 정도 남았다. 정말 긴 시간을 버텨냈구나!라는 마음에 괜히 뿌듯해졌다. 그리고 곧 있으면 시작될 불꽃놀이에 대한 설렘도 퐁퐁 솟구치고 있었다. 아직도 빨갛게 익은 등짝이 따끔거리긴 했지만 멋진 밤하늘과 하버브릿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호주의 그 뜨거웠던 태양도 그리 원망스럽진 않았다. 이런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할까 그 힘든 시간이 다 녹아져 버렸다고나 할까-  원래 소풍날보다 소풍 전날이 더 설레듯이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그때의 그 순간이 난 그렇게 설렜다. 그리고 12시가 되기 십 분 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알록달록 하버브릿지 위를 수놓았던 불꽃놀이:)


그리고 12시가 되기 100초 전, 하버브릿지 한 중간에 보이는 큰 전광판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작했고 0이라는 숫자가 뜸과 동시에 그 거대한 다리 위로 엄청난 불꽃이 솟아올랐다. 마치 까만 밤하늘에 누가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알록달록 예쁜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살면서 많은 불꽃놀이를 봐왔지만 이렇게 크고 멋진 불꽃놀이는 정말 처음이었다. 그래서 불꽃놀이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열몇 시간을 내내 기다렸던 힘들었던 시간들은 내 머리 위로 터지는 불꽃들과 함께 날려버렸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눈만 마주치면 '해피뉴이어!'라고 말을 건네는 호주 친구들 덕분에 나는 참 멋있는 그리고 참 따뜻한 불꽃놀이를 즐기며 한여름의 새해를 맞이했다. 시드니에서의 카운트다운은 내 생에 가장 힘들게 그리고 가장 길게 보낸 한 해의 마지막이었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아니었을까. 17시간의 기다림 끝에 오는 이 황홀한 절경은 아마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더 달콤한 게 느껴졌을 거라- 원래 힘든 시간을 지나온 후의 휴식이 더 달콤하듯이! 

안녕, 시드니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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