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옆 거스러미-사소한 게 마음에 걸릴 때

by 바삭

손 끝에 무언가 거슬리는 느낌을 몹시 싫어한다. 항상 손톱을 짧게 다듬고 네일 아트도 잘 하지 않는다. 매니큐어를 바르면 마스크를 쓴 것처럼 답답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라도 발견하는 날엔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 거슬린다고 함부로 손댔다가는 피를 볼 수 있으니 일단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인데, 한 번 눈에 띈 이상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 참기 힘든 복통이나 두통에 비하면 이 정도의 거슬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르는 그 조그만 살점의 존재감이 때로는 믿을 수 없이 강력하다.


그런 날이 있다. 연인과 이별했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하는 대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날. 굳게 잠겨 있던 성문이 활짝 열리기라도 한 듯이, 걱정거리들이 밀려 들어와 마치 손톱 옆 거스러미처럼 하루 종일 신경을 거스른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하는 걱정이란 사실 대단치도 않건만 이상하게 생각을 멈출 수 없고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럴 때는 머릿속 스위치를 한 번 내렸다 올리고 싶은 심정이 되곤 한다.


문제가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그 원인을 찾아내 고치거나 없애는 것이다. 얼핏 정답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사건들이 현실에는 수두룩하다. 처음에는 선명히 보였다 해도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기도 하고 오해와 편견에 의해 왜곡되기도 한다. 사소한 우울의 씨앗은 바로 여기, 문제의 ‘발생’과 ‘해결’ 사이 광활한 회색 지대에서 자라난다. 잡생각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그 씨앗들이 아주 촘촘하게 뿌려져 있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는 몰라도, 아차 하는 순간 쑥쑥 자라나 주변의 건강한 생각까지 해치곤 하는 악마의 씨앗들.





좋아하고 공감하지만 단 한 번도 실천해본 적 없는 말이 있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라는, 티베트 속담이라고 알려진 말이다. 걱정을 아예 지워낼 수는 없겠으나, 그 말에서 힌트를 얻어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보면 어떨까? 잡생각을 머릿속 서랍에 넣고 잠시 문을 닫아두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 때는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넣어 둬도 돼'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짐작컨대 마음이 잔잔하고 평온한 사람들은 이 '머릿속 서랍 정리'를 잘하는 듯하다. 몰아치는 걱정거리를 잘 붙잡아 서랍 속에 넣어 두고, 거슬려도 조금 참고, 잊어버리려 노력하고, 마침내 콩밭으로 도망갔던 마음을 도로 들고 오는 일.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사소한 걱정들을 스스로 통제하는 연습은 정말 중요하다. 그 치열한 과정을 견뎌야만 비로소 외부로 시선을 돌려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그러움과 다정을 베풀 수 있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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