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버스는 15분 뒤에 도착합니다-후회의 알고리즘

by 바삭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내용의 영화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관객의 욕망을 대신 충족해주니까, 이런 영화가 많은 건 그만큼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선택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거나,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현재의 상황이 불만족스럽거나, 아니면 그저 다른 모습의 인생이 궁금하거나.


만약 누군가 나타나 시간을 되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하더라도 나는 선뜻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냐고 하면 또 그건 아니다. 매 순간을 100퍼센트로 살지도 못했고 서툴게 떠나보낸 인연들도 아쉽다. 그러나 다시 살아낸다 해도 똑같을 것이다. 사람은 잘 안 변하니까.


과거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지금 당장은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걸 교훈 삼아 다음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하여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좀 애매하다. 나는 엉성한 완벽주의자라 매사에 불만이 많다. 아주 불필요한 후회도 자주 한다. 예를 들면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을 때 ‘1분만 일찍 나올걸' 하는 후회 같은 것. 세상에는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이 아주 많지만, 떠나버린 버스를 붙잡는 일은 그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편이다. 나는 기다림이 싫다. 일정이 틀어지는 것도 싫다. 그러면 애초에 더 일찍 나오지 그랬냐고? 맞는 말이다. 알면서 실천을 못하니 불만이 많은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어느 한 가지의 모습으로 단정 지을 수가 없다.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후회는 원망, 조급함, 시기와 질투, 자포자기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 특히 조급함은 후회의 가장 친한 친구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조급함이야말로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급함은 부정적인 상상력을 흔들어 깨운다. 조급한 사람의 눈에는 모두가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땡볕에서 15분을 기다려야 하고 약속 시간은 아슬아슬한 그런 순간, 꾸물거리느라 버스를 놓친 건 난데 애꿎은 기사 아저씨와 푹푹 찌는 날씨를 원망한다. 못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바로 이런 상태를 조심해야 한다. 조급함이 앞선 나머지 ‘내 잘못'은 쏙 빠져버리고 애꿎은 대상에게로 화살을 돌리게 되는 상태.


버스가 떠난 정류장에서 1분에 한 번씩 시계를 쳐다볼 때, 나는 내가 이토록 쉽게 조급해질 수 있는 사람임에 놀라곤 한다. 감정은 습관이기도 하므로 이 조급함이 다른 순간에도 불쑥불쑥 튀어나올까 봐 불안한 마음도 든다. 그러니까 습관처럼 조급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평소에도 다음과 같은 태도를 연습해 보는 게 좋겠다. 이미 놓친 버스라면 어쩔 수 없는 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재를 즐기는 것. 그게 어려울 것 같다면 애초에 여유롭게 출발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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