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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돌이 Dec 28. 2023

엄마는 개안타~~

#28. 가치 늙어가는 중입니다 

12월 초였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는데 맞은편에서 할머니 한분이 오고 계셨다. 그런데 걸음걸이가 좀 불안했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데도 비틀거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파킨슨 환잔가?, 생각하는 찰나 할머니가 앞으로 팍 넘어졌다. 깜짝 놀랐다. 달려가 할머니를 일으켜 드렸다. 할머니가 힘을  못 써 혼자서는 힘들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 그분은 할머니가 넘어진 걸 보고도 "어머, 어떡해! 어떡해!"라고 소리만 질렀다.


할머니는 화단 경계석에 얼굴이 찍혀 오른쪽 뺨이 10cm 정도 찢어졌다. 목과 이마엔 피멍이 들었다. 찢어진 뺨에선 피가 줄줄 흘렀다. 아주머니가 피를 보고는  "어머, 어떡해!" 하며 뒷걸음쳤다. 그리고는 나보고 "잘 도와주세요." 하고는 도망치듯 가버렸다. 마치 성가신 일에  끼기 싫다는 듯.


내가 119를 부르겠다고 했더니 할머니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 119를 부르면 경찰도 오는데 그럼 아들이 왜 일을  크게 벌였냐고 뭐라 한다는 거다. 좀 어이가 없었다. 다쳐서 119 부르는 게 일을 벌이는 건가?


그래도 이렇게  많이 다치셨는데 그냥 집에 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럼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라도 부르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것도 하지 말라했다. 뭐가 됐든 아들이 싫어한단다. 그냥 집에만 데려다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나랑 같은 동에 사셨다. 집에 혼자 계셔도 될까, 싶었지만 댁까지 모셔다 드렸다.


할머니는 혼자 사셨다. 오전에 요양보호사가 왔다 간다고 했다. 약을 찾아서 상처에 발라드렸다. 내가 약을 바르는 동안 할머니는 자랑인지 넋두리인지 모를 말을 쏟아냈다. 큰아들은  강남에, 작은 아들은 송파에 산다, 딸도 아들도 모두 교수다, 손주들은 다 대학생이다... 애들이 공부를 어찌나 잘하는지... 시골 재산 다 팔고 5년 전에 서울에 왔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답답했겠노....아까도 집에 있기 답답해서 임플란트  검진받으러 가는 길이었단다.


그래도 보호자에게 알려야 할 것 같아 집에 제일 자주 온다는 둘째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강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음성메시지가 나왔다. 아들에게  어머님이 넘어져 다치셨는데 혼자 계셔도 될지 몰라 연락드린다는 문자를 보냈다. 할머니가 혼자 있어도 괜찮다며 뭔가를 가리켰다. 그건 비디오캠이었다. 헐, 뭐야  나 감시당한 거야??

기분이 나빴다. 자식들이 성가셔하든말든  그냥 119를 부를걸...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스팸인 줄 알았는지 첫마디가 나더러 누구시냐고 물었다. 같은 동 주민이라고  말한 후 할머니가 혼자 계시면 안 될 것 같아 연락드렸다고 했다. 아들이 자기가 엄마랑 얘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할머니가 "여보세요"라고 하자 건너편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또 무슨 일인데!"

 "개안타, 개안타..."

 "어쩌고 저쩌고..."

"엄만 개안타...개안타..."


주눅 든 할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걸렸다.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머리가 허연 엄마가 서 있었다. 속이 뜨끔했다. 죄를 진 기분이었다. 자기 엄마도 안 돌보는 년이 생판 모르는 남의 집 엄마는 챙기다니...엄마의 백발이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랜선으로 안부 묻는 교수아들보다 백수지만 시선으로 안부 챙기는 딸이 더 낫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아닌가? 나만의  착각인가?


엄마가 눈으로 대답하는 것 같았다.

"개안타, 개안타...엄마는 개안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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