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가치 늙어가는 중입니다
어렸을 때 난 엄마 등만 보고 자랐다.
그 시절 젊은 엄마의 등은 작은 소리에도 부서질 것처럼 메말라 있었다.
앞만 보고 살기에도 그녀의 삶은 힘에 부쳤다.
그래서 "엄마"하고 부르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엄마 등에 '외눈'이라도 달렸으면 싶었다.
엄마 뒤에 서 있는 '겁'에 질린
'나' 좀 봐 달라고 말이다.
요즘도 난 엄마의 등만 보고 산다.
늙은 엄마 등은 고목나무처럼 휘어 금방이라도 심장을 눌러버릴 기세다.
저러다 숨도 못 쉬면 어쩌지?
뒤에서 꽈악 껴안고 쫘악 펴주고 싶은데
발이 안 떨어진다. 발이 안 나선다.
이제라도 엄마 등에 '외눈'이 달렸으면 좋겠다.
내가 뒤에 서 있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