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심을 추진력으로 삼아보자.

by 김주원

사람은 물러설 곳 없는 위기의 순간에는 오로지 생존만 생각하게 된다.


털이 곤두서는 느낌, 불안감, 공포, 똥줄이 타들어 가는 느낌. 나 역시 느껴본 감정이다. 예를 들자면 가게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가게 성장을 위해 받게 된 대출금을 생활비로 쓰게 되고 그 대출금액이 바닥났을 때… 그리되니 집에 생활비도 제대로 못 챙겨줄 만큼 위기였다.


그때는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뭐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진 않았다. 술을 입에 대는 시간이 늘어났다. 배가 나오고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이러다 죽기에는 내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에 정신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뭐라도 해야 했다. 가게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지원해 주는 컨설팅도 받았다. 다 똥줄이 타들어가니까 알게 된 것들이었다.


좋은 땔감을 구하기 힘든 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불을 피우기 위해서 자신이 기르던 가축의 똥을 말려서 활용한다고 한다. 추운 허허벌판에서 벌벌 떨고 있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저 멀리 산에 있는 나무를 해오는 것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내 똥을 말려서 불을 지피는 일이었던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는 컨설팅뿐만 아니라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비품 구입을 위한 자금도 지원해 준다. 나에게는 그것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땔감이었다. 우선은 그 땔감으로 불을 지펴 몸을 녹이게 됐다.


당장 움직일 힘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땔감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가게의 일상을 글로 남기며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구글 검색이나 독서를 통해 알아나갔다.


사람은 자신이 생존의 위기에 빠졌을 때에만 생존본능이 생기는 존재다.


자신의 몸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을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사바나 초원에서 사자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태연하게 당장 마른 목을 축이는 얼룩말처럼… 나 역시 그랬다. 오목을 둘 때 상대방의 공격에 방어하기에만 급급한 사람처럼 수동적인 대응밖에 못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돈 문제 때문에 공포를 느낀 이후로는 달라져야만 했고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장사가 안된다고 술이나 퍼마시고 다음날 하루 종일 숙취 고생하다가 그날 하루 귀중한 시간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길 바란다. 이미 그 짓을 해보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나의 당부이다.


똥줄이 타들어간다면 그것을 연료 삼아야 한다.

공포심을 부스터 삼아야 한다.


의외로 해답은 허허벌판의 소똥처럼 주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술자리, 다음 회차 내용이 궁금한 TV드라마를 멀리하고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찾는 것에 몰입하고 집중해 보자.




1인 자영업자의 멘탈회복 프로젝트로 작성되는 글은 유튜브 콘텐츠의 스크립트입니다.

이전 02화핑크색 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