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개운하지 않은 아침이었어. 형에게 '형 새벽에 자다가 앓는 소리 하더라'라고 했더니 '너도 하던데'라는 대답이 돌아왔어. 둘 다 낑낑대며 잤던 거야. 어제 로마를 많이 걷긴 했나 봐. 그래서 오늘은 러닝화를 신었어. 그리고 줄을 단단히 묶으며 다리가 잘 버텨주기를 바랐지.
형이 어젯밤에 네이버 최대 유럽여행 카페인 유랑에서 일행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약속을 잡았어. 형은 외향적이라 모르는 사람들하고 지내는 걸 재밌어해. 난 낯가리지만 형이 있으니까. 오늘은 그분들 따라가는 계획이야. 오늘도 날로 먹는 여행 고고~!!
약속 장소는 판테온.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구글맵을 보고 가장 빠른 길로 갔어. 그래서 골목길로 가로질러 가고 있는데, 마음은 빨리 가야 된다고 재촉하지만 내 눈은 사방이 아니라 하늘, 땅까지 육방을 다 보느라 바빴어. 현대 건물 사이사이 고대, 중세, 근대 건물이 숨어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지. 그리고 사람도 많아서 마음대로 빨리 가기가 어려웠어. 당연히 사진은 무리였지. 수도원, 신전같이 옛 건물들을 지나가는 게 재밌더라. 마치 RPG 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그래도 약속 시간이 점점 다 되어가자 앞 시야와 다리에만 집중했어. 가면 갈수록 사람이 더욱더 많아져서 판테온이 가까워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그리고 골목을 나와 광장이 나오는 순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광장에 빈틈이 보이지 않았어.
다행히 늦지 않았어. 그러나 여기서 어떻게 찾나? 형이 어제 구입한 이탈리아 유심을 이럴 때 써야지. 톡으로 연락하니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근처 계단에서 기다렸어. 형이 어딘가로 보며 저분들인가 보다 했어. 왜냐면 뛰는 사람은 그 둘 뿐이었거든. 인사를 하고 바로 판테온으로 출발~!
판테온(Pantheon)
판테온
정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 그래도 어제 콜로세움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줄 서 있는 동안 밖의 판테온을 구경해서 그리 지루하지 않았어. 또 판테온 가까이 가면 조각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어. 가장 좋았던 것은 웅장함이야. 유럽 여행한 지 보름 동안 건축물에서 이런 웅장함을 느껴본 적은 없었어. 그리고 판테온에 들어온 순간 더 큰 웅장함에 압도되는 느낌이었지.
판테온은 그리스어(Πάνθειον)로 '모든 신'이란 뜻이야. 말 그대로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지. 모든 신이라 웅장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리고 거대한 청동문 앞에 서 있으니 특이한 기억이 떠올랐어. 게임을 좋아하는 아재라면 떠올릴 수 있어. 게임에서 전사가 큰 문을 힘껏 밀고 들어가는 장면을 말이야. 난 지겹도록 본 디아블로 2의 로딩 화면과 아서스가 떠올랐어.^^
판테온 조각
판테온의 거대한 청동 문
판테온의 오큘러스
전 세계 사람들이 문 안으로 발을 들이면 기둥 하나 없는 돔의 크기에 감탄하고, 다음으로 고개를 들면서 돔 천장 구멍에서 내려오는강렬한 빛줄기에 '와~~!!'라는 감탄사를 반복해. 나도 마찬가지로 와~~ 와~! 이천 년 전작품이라니 감탄사를 연발했어. 천장의 구멍은 오큘러스라 이름 지어졌는데 말 뜻 그대로 신의 눈이자 태양 같았어. 그리고 천장 장식은 별처럼 보여서 마치 하늘 같았지. 또한 거대한 빛줄기는 이 빛을 타고 신이 강림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어.
한편, 현대인들은 모든 개인이 작은 빛을 가지고 있었어. 휴대폰이라는 빛을 말이야. 다들 폰을 꺼내 멋진 빛의 길을 포착해 휴대폰 화면에 담았어. 아마 판테온 안에 있는 휴대폰 빛을 다 합치면 하늘에서 판테온으로 내려오는 빛줄기와 비슷한 양이지 않을까? 고대에는 이렇게 빛을 이용해 신성함을 구현했지만 이제 어린아이들도 빛을 소지하고 있다니! 신기해!
판테온의 오큘러스와 휴대폰
판테온 오큘러스의 비밀
그러다 궁금증이 생겼어. 나와 형은 당연히 유리창으로 막혀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일행들이 뚫려 있다는 거야. 어?? 그럼 비 오면 어떡해? 그래서 일행들이 인터넷으로 찾아 나에게 설명해줬어. 내부의 사람들 열기가 돔 천장 구멍으로 나가기 때문에 비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어. 옆에 있는 여행사 가이드도 그렇게 말하더라고. 얼마나 사람이 많길래, 사람 열기만으로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이해가 안 됐어.
이 구멍은 따뜻한 상승기류만으로 막을 수 없어 보일 만큼 커 보였거든. 난 사람 열기로는 정말 보슬보슬 오는 보슬비 정도만 가능할 거라고 반문했어. 그래서 다시 인터넷으로 찾더니 고대 신전에는 내부에서 하루 종일 불을 피우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어. 그래 이 정도 크기의 신전이면 불을 크게 피우는 게 가능할 거 같았어. 내부 온도가 얼마나 돼야 가능할까? 돔의 형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걸까? 하며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을 종합해보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더 이상 과학도의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질문은 그만했어.
그래도 머릿속에는 보슬비가 아니라 제대로 비가 온다면 오히려 신전의 불을 꺼버릴 거 같았어. 결국, 머릿속을 박혀서 나오지 않아 게하와서 찾아봤지. 로마는 한국처럼 그렇게 큰 비가 많지 않다고 해. 비 오는 날도 적고 서울 절반 정도의 강우량이라고. 그러니 보슬비라 가능할 거 같았어. 하지만 현대에는 불을 피우지 않으므로 구멍으로 비가 들어온다고 해.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지만 한국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럼 배수구가 있겠다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어. 역시나 배수구도 있다고 해. 당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볼 수 없었어. 오큘러스 밑에는 사람이 빼곡해. 아마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막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지 않았을까 싶어. 왜 그때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럼 확인하고 답답함이 사라졌을 텐데. 바보......
오큘러스의 빛줄기
비를 좋아하는 나로서 판테온에 비가 들어오지 않는 모습도, 판테온에 빛줄기 대신 빗줄기가 들어오는 모습도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아직도 판테온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기대가 돼. 작은 비가 공기에 막혀 돔 위로 떨어지면 피아노시모 연주가, 큰 빗줄기가 내부로 들어와 바닥에 떨어지면 포르티시모 연주가 돔 안에 울리는 상상을 해. 어느 광경이든 환상적일 거 같아. 하지만 그 소리를 들으려면 혼자나 소수만이 내부에 있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해주려나? 그런 비슷한 소원을 로마에서 빌긴 했어.....
판테온 내부
내부는 웅장함보다는 신성함이 느껴져. 돔의 구멍부터 장식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마치 무대의 하이라이트처럼 시간에 따라 신을 모시던 곳을 비춰줘서 신성함과 경외심을 갖게 해.
앞서 메테오라에서 했던 말 기억나? 그곳의 분위기는 오랜 시간 머물었던 사람들의 마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말이야. 판테온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웅장함에 압도되었고 들어와서는 이천 년이라는 시간에 쌓인 신성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
카톨릭 성당이 된 판테온
판테온의 성당
하지만 돔을 내려와 벽면을 보면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 가득이야. 고대의 만신전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 성당이 되어있었어. 로마는 로마 가톨릭의 중심인 곳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라. 그래도 묘하게 낯설고 위화감이 들어. 파르테논을 성당으로 장식해놓은 느낌이라면 알려나? 모든 신을 모시는 곳이니까 전혀 이질감 없이 성당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어. 아니 유일신을 모시는 종교니까 안 되는 건가? 반대로 성당으로 사용되어서 오히려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해. 아야소피아처럼 말이야. 그래서 내부 모습에는 좀처럼 눈이 가지 않았어.
눈으로만 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봤어. 그곳은 라파엘로의 무덤이었어. 라파엘로가 판테온에 묻히다니! 대단해. 그리고 엠마누엘라 2세와 움베르토 1세의 무덤도 있지만 다들 별 관심 없었어. 대부분 외국인일 테니까. 사실 다들 천장만 보고 있어. 계속 봐도 감탄이 나오거든. 그리고 바티칸 가서 알게 된 사실로 판테온 장식들을 성당이나 다른 건물들을 짓는데 떼어갔다고 해. 그래서 돔 천장 말고는 내 눈길을 크게 끌 수가 없었던 거 같아.
가톨릭 성당이 된 판테온
Fontana del Pantheon
판테온을 나오면 분수대에 오벨리스크가 있고 그 위에 십자가가 있어. 뭐지 이 조합은? 판테온과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싶어. 뭐 초기 로마 가톨릭에 태양신을 모시는 문화가 섞여있으니 당연한 건가? 아니면 오히려 많은 신을 모시는 판테온의 원래 뜻과 맞는 건가? 모자란 지식으로 더 이래저래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
Fontana del Pantheon
M·AGRIPPA·L·F·COS·TERTIVM·FECIT
판테온을 정면에서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있어. 바로 M·AGRIPPA·L·F·COS·TERTIVM·FECIT. (루시우스의 아들인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 번째 집정관 임기에 만들었다.) 현대인이 보면 다소 자기 자랑 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판테온을 다 보고 나면 '자랑할 만 한데'라고 생각이 들 거야.
왜냐면 난 종교 역할은 고대 공동체 사회에서 사람들을 쉽게 교화하여 부딪힘과 다툼 없이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도덕이나 구심점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그 후, 종교는 정치권력에 흡수되어 로마 같이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융합시키는데 목적이 있다고 봐. 그래서 모든 문화권의 신들, 심지어 피정복 문화권의 신까지 모시는 신전을 지어 많은 타민족들을 융합시켜 하나로 만들고자 했던 거야. '로마는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뜻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루시우스의 아들인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 번째 집정관 임기에 만들었다
젤라또
근처에 유명한 젤라또 가게가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어. 내가 엄청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에 설레었지. 여기도 줄이 정말 길더라. 반드시 쌀맛(리조)과 콘으로 먹을 것을 강추받았어.
우선 계산대에서 3개짜리를 주문해 영수증을 받고 줄을 섰어. 긴 줄이 끝나고 젤라또를 받아 들고 나와 설레는 마음으로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 쫀득쫀득하면서 너무 달지 않고 고소하며, 입안에서 약간 씹히는 맛도 나. 콘 자체가 맛있다고 해서 먹었지만 그러저럭? 더운 날씨에 천천히 먹는다면 컵으로 먹는 게 좋은 거 같아. 녹아도 손에 묻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역시 이탈리아에 오면 젤라또를 먹어야 해. 반드시! 꼭!! 하루 세 번씩!!!
젤라또는 계속 먹어야 해!!!
나보나 광장 (Piazza Navona)
마냥 걷다가 판테온 근처의 나보나 광장에 왔어. 좁은 골목을 지나다 갑자기 맞이하는 광장은 늘 가슴을 탁 트이게 해. 로마에는 광장이 정말 많은 거 같았어. 나보나 광장이 특이한 건 긴 직사각형 형태 때문이야. 대부분 가로 세로 큰 차이 없는 사각형인데 이곳은 막대기처럼 길어. 그래서 골목에서 볼 때는 광장인 줄 몰랐지. 골목을 나와 보니 큰 분수 세 개가 있는 광장이었어. 가운데 분수 앞에 하얀 산타 아녜세 인 아고네 성당(Sant'Agnese in Agone)도 보였어.
광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어. 다들 분수에서 사진 찍기 위해 온 듯했어. 왜냐면 이 세 개의 분수는 꽤 유명해.베르니니의 4대 강 분수(Fontanadei Quattro Fiumi)와 모로의 분수(Fontana del Moro), 쟈코모 포르타(Giacomo della Porta)의 넵튠의 분수(Fontana delNettuno)가 있고, 그중에 가운데 위치한 4대 강 분수가 가장 유명해.
누가 봐가 가장 눈에 띄어. 여기에도 오벨리스크가 있어. 이건 모조품이지만 로마 사람들 정말 오벨리스크 좋아하는 거 같아. 조각은 4대륙의 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 오벨리스크와 무슨 연관성을 표현한 건지 모르겠지만 조각상의 연출은 엄청나. 행위예술이라고 해야 되나? 역동적이며 표정, 동작이 무언가를 잘 표현하고 있어. 그곳에 가장 안 어울리는 건 교황의 문장이야. 크기도 커. 이건 후원자를 위한 PPL이겠지.
나머지 두 분수의 형태는 로마의 다른 분수들과 유사해. 넵튠의 분수를 만든 쟈코모 포르타는 아까 보았던 판테온 앞의 분수의 제작자이기도 해. 두 분수의 조각상도 상당히 역동적이고 잘 표현되어 있어. 넵튠 조각상은 19세기에 만들어졌다고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에는 전혀 몰랐어. 모든 분수의 조각상이 몇십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깔끔하고 새 거 같아. 특별한 관리가 있는 가 봐.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난 분수 구경하면서 멍 때렸어. 분수 근처에 있으니까 더위가 조금 가시더라고.
나보나 광장
이탈리아에서 피자 먹기
점심을 먹기 위해 베네치아 광장 근처의 피자집에 갔어. 로컬들이 많이 간다고 게하 사장님께 추천받았지. 대기 줄이 조금 있었는데 짙은 검은 머리색은 우리들 밖에 없는 거 같았어.
들어가서 바로 주문, 필수사항은 1인 1 피자일 것. 옆 테이블에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도 1판을 먹더라고. 그래서 피자 4판을 주문했어. 그런데 피자 정말 안 나오더라. '이탈리아 장인의 한땀한땀 손길이 닿아서 그런 거겠지' 하고 기다렸어.
한참을 기다린 후, 받은 피자 맛은 있어. 정말 맛만 있어. 짠맛, 단맛, 심지어 밀가루 단맛까지 따로따로 먹은 듯이 따로 맛이 나. 따로 피자인가, 신기하게 조화가 없어. 양은 생각보다 먹을 만했음에도 다들 남겼어. 굳이 먹고 싶지 않았지. 어제도 로컬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식당에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실망했는데, 나랑 입맛이 안 맞나 봐.
계산하기 위해 직원을 불렸어. 직원은 멀리서 알았다는 손짓만 하고 기다리라고 했어.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고, 다시 부르자 직원은 알았다고 하고는 그 자리에 서서 손님들과 이야기하기 바빴어. 그래서 다른 직원을 불렸더니 10분 정도 지나 계산서를 주고 갔어. 그냥 돈도 받아가면 좋을 텐데 말이야.
유럽은 계산서를 접시나 받침대 위에 놓고 음식을 주듯이 손님에게 가져다줘. 그럼 해당하는 돈과 팁을 그곳에 놓아두고 직원을 다시 부르면 돼. 그래서 돈을 놓고 직원을 불러도 오질 않아. 알았다는 표정과 손짓만 할 뿐이지. 서빙하는 직원들이 많아도, 내가 보기에는 한 두명만 일하고 나머지는 계속 손님들과 이야기할 뿐이야. 이탈리아에는 손님들과 대화 나누는 역할이 따로 있나 봐. 한국에 비하면 홀 직원이 2배 정도 되는 거 같았지만 다들 이쪽저쪽에서 불러도 직원들은 자신들만의 일을 하고 있었어.
결국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형이 직접 가서 이야기했어. 매너도 매너지만 계산하는 데 1시간이라면 지킬 매너는 지킨 거 같았지. 조금 있다가 서빙하는 직원이 아니라 입구에 계셨던 분이 오셨어. 돈을 세어보시곤 그라찌에 하시더라고. 그래서 드디어 그라찌에 하고 식당을 나올 수 있었어. 형에게 물어보니 입구에 매니저에게 계산하도록 직원을 불러달라고 했더니 직접 오신 거 같다고 했어.
한국에서 계산하는 게 이렇게나 편한 거였어. 유럽 식당에서 이 점이 불편했는데 이탈리아가 최고야. 이탈리아에서 흔하게 겪을 수 있다고 들었어.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테이블 벨이 신세계라더니, 정말 공감할 수 있었어. 이런 점이 정말 불편하고, 걱정되면 다른 외국인이나 한국인이 많이 가는 식당에 가면 어느 정도 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 알아두고 가면 좋을 거야. 이탈리아는 피자가 아니라 젤라또야. 젤라또 최고!!
귀요미
트레비 분수 (Fontana di Trevi)
식당을 나와 트레비 분수로 직행했어. 이번에도 분수와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분수가 가까워지는 걸 알 수 있었어. 사람들 틈 사이로 지나 분수를 보는 순간 실망했어. 여기도 복원 공사 중이었지. 그래서 물도 나오질 않았어. 투명 가림막에 막혀 있고 ㅠㅠ 오케아노스도 파이프 비계에 가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어.
너무 실망감이 컸어. 하지만 후원자인 교황의 이름은 잘 보였어. 브랜드 명이 큰 건 내 취향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비계에 가려도 대단한 예술품이라는 걸 숨길 수 없었어. 그리고 한국에서 봤던 그 분수들이 트레비를 따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래도 트레비 분수니까 뒤돌아서 동전을 던졌지.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너머로 동전을 1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올 수 있고. 3번 던지면 힘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말이야. 아직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복원 공사 중인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Piazza di Spagna)
옛날 스페인 대사관이 있었다는 곳.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어. 오드리 헵번 누나 때문에 유명한 스페인 계단이 있는 곳이지. 계단을 보자마자 털썩 앉았어. 트리니티 데이 몬티 성당도 공사 중이야. 아...... 2014년 로마는 공사 중이었어.
계단에서 젤라또를 먹고 싶었지만 아침에도 먹었고, 현재 계단에서 음식을 먹는 건 금지하고 있다고 해. 아마 젤라또를 먹는 사진을 찍다가 젤라또가 녹아서 계단을 지저분하게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사진 말고는 맛있는 젤라또를 계단에 흘릴 수가 없지.
너무 더워 계단에 오래 있을 수 없었어. 광장에 바르카차(난파선) 분수 앞에 가서 앉아 더위를 식혔지. 더워서 그런지 분수 앞에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쉬었어. 이 분수도 베르니니 작품이야. 로마는 정말 베르니니로 가득 차 있어.
스페인 계단과 복원 공사 중인 트리니티 데이 몬티 성당
쌍둥이 성당
명품 매장이 가득한 비아 콘도띠를 걸었어. 명품도 잘 모르고 감흥도 없었어. 이 천년~수백 년 된 명품들이 복원 공사 중이라 안타까움만 내 가슴을 차지했지.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비아 코르소를 통해 직선으로 걸어가 포폴로 광장으로 갔어. '이 정도 되어야 광장'이지 할 정도로 커. 그리고 이곳에도 오벨리스크가 있어. 당연히 그 위에 십자가도 있어. 정말 이집트에서 얼마나 뽑아온 거니! 오벨리스크 마니아 같으니라고. 그리고 정면에 포폴로 문이 있고, 그 옆에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 있어.
하지만 광장의 상징인 포폴로 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왜냐면 걸어온 곳을 돌아보면 3개의 길이 직선으로 뻗어 있고, 그 길 사이에 쌍둥이 성당이 더 눈길을 끌기 때문이지. 하얀 성당은 산타 마리아 인 몬테산토,검은 성당은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야. 실제 크기는 다르지만 광장에서 보면 색만 다르고 쌍둥이처럼 생겼어. 대칭성이 너무나 근사해.
산타 마리아 인 몬테산토 성당(좌),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야 성당(우)
로마 밤 산책
우리는 쉬었다가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했어.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었거든. 저녁에 만나 맥주집에서 같이 봤는데 굳이 로마까지 와서 이런 경기를 봐야 하나 싶은 경기였어.
기분이 꿀꿀해서 로마 산책을 했지. 로마 길이야 이제 다 외웠으니까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어. 한국과 달리 나트륨 가로등의 노란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유럽의 돌길을 걸으니 영화 같은 느낌이 났어. 사람도 적고 시원한 바람이 종종 불어와 여유로워서 좋았어. 그대로 콜로세움까지 걸어서 작은 언덕에 앉았어. 노란 불빛에 비친 콜로세움과 개선문을 보며 여행의 소감을 나누었지.
낮과 달라진 밤의 고요하고 잔잔한 로마는 더 매력적인 거 같았어.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콜로세움
과거, 대규모 건축물과 예술품은 권력자와 떨어질 수 없지요. 로마를 보며 대규모 공사에 신까지 동원하여 권력과 통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들이 신의 대리자임을 보여주기 위해서겠지요.
역사란, 유적이란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이에요. 그래서 로마는 긴 시간이 녹아있는 만큼 여행의 즐거움뿐 아니라 다른 점들도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었어요. 또 다른 느낌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또다시 가고 싶네요. 못 본 곳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꼭 밤에 사진을 찍고 싶어요. 못 가는 만큼 더 그리워지는 여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