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밖을 보니 하늘은 어두컴컴해져 비가 내릴 거 같은 날씨였어. 그래서 피렌체를 걷기보다 유명하다는 명품 아웃렛 더 몰에 가기로 했어. 구름이 잔뜩 껴서 두오모에 올라봤자 잘 보이지도 않을 거 같아서 말이야. 로마 게하에서 더 몰 다녀온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있어서 오전에만 가보기로 했어.
형이 가는 법을 알아보고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걸어갔어. 그때, 건물들이 어느 나라에 있을 법한 흔한 건물이라 '피렌체 맞아' 하는 느낌이 들었어.
한 건물에 도착했는데 맞게 찾아왔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입구에 줄이 있어서 정류장이라는 걸 확신했지.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놀랐어. 줄이 엄청 길어서 밖으로 나온 거였어. 우선 표를 예매하고 줄을 찾았어. 다행히 엄청 긴 줄은 더 몰로 가는 버스가 아니었어.
그래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탔어. 지루해서 버스에서 잤지. 평범한 소도시 풍경에서 시골 풍경으로 변하니까 잠 오더라고, 아침이라 피곤하기도 했고. 한 시간 정도 지나 도착했어.
더 몰의 구찌 매장
더 몰
내리면 한국 아웃렛처럼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명품 매장들만 있었어. 가장 가까운 곳에 구찌 매장이 보였어. 그리고 프라다 매장 앞에 긴 줄이 보였지. 급한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려 매장으로 뛰어가. 엄청 빨라!
매장이 제법 많았지만 우리는 한가한 매장부터 다녀서 딱히 줄을 안 서고 구경했어. 그래서 1시간 만에 끝냈어. 대부분 기본 템이 많아 구경할 것도 별로 없었어. 가끔 좋고 괜찮은 아이템이 보이는데, 이런 특별한 아이템들은 사이즈가 엄청 크거나 작거나야. 선물로 괜찮아 보이는 건 그다지 세일 폭이 크지 않았어.
내가 보기엔 다들 가방 사러 오는 거 같았어. 특히 구찌나 프라다는 말이야.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매장 안에는 동양인이 80% 정도 되는 거 같았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구찌 매장에 흔한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가로는 크기 별로, 세로는 색 별로 진열해 놓은 거였어. 이를 보고 '구찌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일반적인 공산품이구나'라고 생각돼서 나에게 명품 이미지가 없어졌지. 다른 가방과 차이점은 브랜드 로고뿐인걸.
하지만 가방이나 다른 물건들을 사고 매장을 나가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명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 행복하려고 이 세상을 사는 거니까.
더 몰의 프라다 매장
T-bone steak
피렌체에 돌아오자 날씨가 맑아졌어. 바로 두오모로 갔지. 두오모에 도착하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더 몰과 비교가 되지 않았어. 그리고 성당 입장하는 줄이 너무 길어 성당 측면을 채우고 다시 반대로 꺾어 더 길게 서 있었어.
그때, 형이 로마에서 같은 게하에 있었던 한 분이 이곳으로 온다고 했어. 역시 형은 인싸야. 언제 약속했데. 일행을 기다리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 그러다 약속했던 일행과 만났지만 줄이 줄어들 생각이 없는 거 같았어.
그래서 점심때이기도 해서 우선 티본(T-bone)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어. 피렌체에서는 티본이지. 로컬들이 많이 간다는 곳에 추천받아서 갔어. 역시나 긴 줄이 서 있었지. 확실히 로컬로 보이는 사람들만 있었어. 거기서 잠시 줄 서 있었는데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형이 가게 안을 살펴보고 테이블이 많지 않은 곳이라 줄에 비해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거 같다고 했어.
결국 옆집으로 이동. 옆집은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야. 한국인이 피렌체에 오면 반드시 들린다는 스테이크 집이야. 어쩔 수 없었지. 기다리다가 두오모에서 보낼 시간이 줄어드는 건 싫으니까 말이야.
가게가 워낙 커서 바로 입장했어. 그리고 한국인이 많이 와서 그런지 주문도 쉽게 할 수 있었어. 웨이터에게서 추천받은 와인이 먼저 나와서 한잔씩 짠. 먹자마자 '와~ 괜찮은데!' 그리고 곧 티본스테이크가 나왔어. 바로 썰어서 한 입 먹으니 안심이건 등심이건 다 맛있더라. 정말 맛있더라. 유럽에서 고기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거 같았어.
유럽은 스테이크가 비싸지 않아서 자주 먹었지만 티본 말고는 그리 생각나지 않아. 나머지는 한국에서 먹는 거랑 비슷한 거 같았어. 고기가 원래 달긴 한데, 살살 녹으면서 소고기 특유의 단맛이 잘 나는 거 같았어. 거기다 와인까지 너무나 잘 어울렸지. 이 식사는 형이 계산해줘서 더 맛있었나? 아무튼 너무 맛있어서 셋이 너무 신났어. 지금 생각해도 살짝 미소가 지어질 만큼 좋은 식사였어.
한국에 와서 피렌체에 잠시 살았던 친구에게 말해주니 그 집은 주방장 컨디션에 따라 맛이 좋았다 나빴다 달라진다고 했어. 그리고 우리가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로컬들에게 아주 맛있기로 유명하고 친구도 맛이 좋았다고 했어. 맛있고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다음에 피렌체에 간다면 원래 가려고 했던 그 가게도 한 번 가보고 싶어.
티본 스테이크
피렌체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두오모에 오르길 딱 좋은 날씨가 되었어. 그리고 도착하니 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어.
그러나 두오모 주위를 돌아다녀도 입장권 판매하는 곳이 안 보였어. 그렇게 입장권을 찾다가 두오모를 둘러보니 정말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걸 저절로 느끼게 됐지. 그리고 생각보다 특이한 형태의 성당이야.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특이한 색감이었어. 하얀색의 벽면에 붉은 기와지붕을 사용하고 분홍색과 짙은 녹색으로 무늬를 표현한 것이 너무 잘 어울려. 거기다 세세하게 새겨진 무늬와 조각상들은 성당이 하나의 그림이자 조각 같아.
피렌체 두오모
결국 입장권 판매소를 못 찾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종탑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안에 있었다니...... 우리는 종탑 안에 가서 쿠폴라랑 종탑 모두 오를 수 있는 통합권을 샀어. 인터넷에 있는 정보에 의하면 통합권은 48시간 동안 적용돼서 하루에 둘 다 오르면 힘들다고 보통 하루씩 나누어 오른다고 해. 우리에겐 그런 거 없어. 이 정도는 하루에 다 봐도 충분하지. 종탑에는 줄이 없어서 언제든지 오를 수 있으니까 쿠폴라부터 오르기로 했어. 모두 점심 먹으러 간 건지 쿠폴라 줄이 더 줄어서 기회 같았거든.
성당으로 들어가자 엄청 좁은 입구로 안내받았어. 한 명이 걸어 올라갈 수 있는 폭이 좁고 어두운 길이었어. 전등이 있었지만 상당히 어두워서 조금 당황스러웠어. 너무 답답해질 때면 층처럼 넓은 곳이 나와서 괜찮아져. 물론 창이 있기는 하지만 앞과 뒤에 사람이 가득 있으니 멈춰 서서 창 밖을 볼 여유가 없었어. 창 밖으로 떨어질 위험도 있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가서 고개를 내미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물론 많이 위험한 곳은 창살이 있어서 막혀 있었어.
중간쯤 오르면 갑자기 밖으로 나오고, 벌써 도착했나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었어. 성당 상단 부분으로 나오게 되어서 성당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있었어. 특히 천장화가 눈에 확 들어와.
반 바퀴를 돌아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올라갔어. 여기서부터 길이 더 좁아져. 충격적인 건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는 거야.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벽에 바짝 붙어서 인사를 했어. 등산할 때 좁은 길에서 사람들이 마주치면 인사하듯이 말이야. 내려오는 사람들 마다 표정이 너무 좋아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얼른 올라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어.
피렌체 두오모 천장화 <최후의 심판>
돔의 형태에 따라 올라가다 보니 계단 길이 점점 이상해져. '이거 정말 길 맞아'하는 생각이 들 정도야. 마지막 빛이 보이는 윗부분을 올라가면 갑자기 쏟아지는 빛이 눈으로 들어와서 다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빛을 따라가 중세시대의 피렌체를 만났어.
'피렌체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중세시대 유럽 곳곳의 많은 예술가들이, 과학자들이 여기에 오면 다른 곳으로 가지 못 할거 같아. 노란색의 외벽과 붉은 기와지붕을 가진 건물들과 녹색의 산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그 자체가 예술품이야. 사진을 찍을 때마다 너무 잘 나와서 정말 많이 찍었어. 360도 돌며 사진을 찍다 그 자리에 앉아 감상했어. 그리고 벤치도 있어서 그곳으로 옮겨 한참을 감상했지.
두오모 쿠폴라에서 본 피렌체
형도 사진을 다 찍었는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를 들려줬어. 영화 속의 준페이와 아오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떠올랐어. 뭔가 가슴 가득히 충만한 느낌이 들었지.
그렇게 한참 쿠폴라에 앉아 있었어.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었지. 그래도 다른 곳을 구경하기 위해서, 쿠폴라에 오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내려가야겠지? 내려갔던 사람들의 표정에서 가득 찬 느낌이 든 이유를 알 거 같았어.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어. 어둡고 좁은 길이었지만 올라올 때만큼 당황스럽거나 힘들지 않았어. 쿠폴라에서 본 장면들만 기억났거든.
두오모 쿠폴라에서 본 피렌체
조토의 종탑 (Campanile di Giotto)
성당을 나와 바로 옆의 조토의 종탑으로 갔어. 밖에서 본 종탑은 두오모와 세트 같은 디자인이라 너무 마음에 들어. 그리고 중간부터 창이 생겨서 달라지는 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무늬나 장식이 점점 커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잘 어울려.
종탑 안으로 들어가니 줄이 없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어. 종탑 오르는 길도 좁고 창도 작아 답답하고 어두웠어. 그래도 별로 힘들지 않았지. 쿠폴라에 갔다 와서 그런가? 그리고 종탑 한층마다 넓은 곳에서 쉴 수 있어서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었어. 하지만 처음 층은 성당 지붕 정도 높이에 있기에 한참을 걸어가야 해. 층마다 큰 창이 있어서 높이에 따라 다른 피렌체를 볼 수 있었어. 다만 안전을 위해 창살들로 막혀 있어서 사진 찍기는 좋지 않았어.
아! 종탑이니 종이 있겠지. 그러나 종은 매달려있지 않았어. 바닥에 전시하고 있어서 아쉬웠지. 그리고 층마다 바닥 가운데가 뚫려 있고, 철망으로 막혀 있어. 뻥 뚫린 곳에서 아래를 보면 좀 무서울걸.
종탑에서 본 피렌체 쿠폴라
종탑 끝까지 올라 피렌체를 보았어. 종탑 꼭대기에는 쇠망이 둘러져있어. 그래서 시야가 좋지 않아. 사진 찍을 때도 바짝 붙어서 창살 사이로 카메라를 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 쿠폴라에 오를 때와 같은 풍경이지만 대신 쿠폴라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어.
쿠폴라를 보면 블루넬레스키가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이 거대한 돔을 만들기 위해서 당시에 열렸던 공모전 이야기는 유명하지. 당시 그다지 큰 지명도도 없는 인물이었고, 특히 생각하고 나면 쉬운 답이라고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불리는 그 이야기는 재밌어.
하지만 난 그라서 생각해낸 답이라고 생각해. 어릴 적부터 쌓아온 수학 지식과, 금 세공사로서의 예술감과 섬세함이 배경지식으로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는 건 그들보다 다양한 지식이 있기에 사고의 틀이 넓어져 가능한 게 아닐까? 그러니 그만이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피렌체를 보면서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없었어. 그래서 그리 오래 있지는 못했어.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왔지.
종탑에서 본 두오모 쿠폴라
시뇨리아 광장 (Piazza della Signoria)
내려와서 형이 살 것이 있다고 해서 매장을 찾아가면서 피렌체를 마냥 걸었어. 종탑의 옆길을 따라 걸으니 시뇨리아 광장이 나오고 베키오 궁이 보였어. 베키오 궁은 현제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어.
그리고 광장에는 다양한 조각상과 동상이 있어. 그중에 코시모 1세 데 메디치 동상이 가장 눈에 띄어 뭐 피렌체 공화국을 토스카나 공국으로 바꾼 대공이니 당연하겠지. 그리고 베키오 궁 앞, 그러니까 시청 입구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복제품이 있어. 야외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조각상이 많은데, 마구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집중이 잘 안 됐어.
베키오 궁과 조각상
베키오 다리 (Ponte Vecchio)
광장을 나와 아르노 강을 걷다가 베키오 다리로 갔어. 베키오라는 말은 '오래된'이라는 뜻으로 로마 시절 때부터 존재했다고 추정되고 있어.
다리 위에는 특이하게 상점들이 있어. 이 상점들은 귀금속점으로 가격이 장난 아니야. 와~ 이쁘다 하면 가격이...... 아무리 유리가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쇼윈도에 놔두면 들고 가는 거 아냐? 피렌체 치안은 상당히 좋은 가봐. 귀금속은 실험할 때나 쓰는 줄 알았던 나도 와~하면서 눈이 갈 정도로 화려하거든. 베키오 다리는 2층으로 되어있어. 2층은 메디치가의 사람들이 피티 궁전과 우피치를 다닐 수 있는 전용 길 이래. 좋겠다, 길도 따로 있어서.
베키오 다리
피티 궁전 (Palazzo Pitti)
다리를 건너 조금 걸으면 피티 궁전이 보였어. 궁전 앞에 긴 피티 광장에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어. 여기는 벤치도 없는데 다들 바닥에 앉아서 쉬더라. 형은 살 게 있어서 매장으로 가고 나머지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며 이야기나 했지. 피티 궁전의 정면 모습은 화려함보다는 중세 아파트 같았어. 안으로 가면 메디치가가 피티가에게 넘겨받아 주궁으로 삼을 만큼 아름답겠지?
피티 궁전
일행이 로마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서 궁전 구경은 못하고 역으로 갔어. 가는 중에 젤라또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줄에 한국인 한분이 있어서 거기서 앉아서 젤라또 먹으며 그분이 오늘 피렌체 시내 투어 한 이야기를 들었어. 그분의 말로는 투어는 쏘쏘 하고 본인은 단체 관광이랑 안 맞는 거 같다고 했어. 형도 시내 투어를 예약하려 했지만 내가 그다지 반기지 않아 하지 않았어. 이야기를 들으니 잘한 거 같았어. 그리고 젤라또는 늘 맛있어. 1일 1젤라또는 필수!!
미켈란젤로 광장 (Piazzale Michelangelo)
함께 쿠폴라를 올랐던 일행을 보내고 역에서 다른 분들을 만났지. 바티칸 투어를 같이 다닌 대학생 두 분이 피렌체에 왔어. 피렌체에 소문난 피자집이 있다고 해서 피자와 와인을 들고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가기로 했어. 어제 불꽃놀이 때 사람들이 피자랑 맥주 먹는 게 너무 부러웠거든.
피자집 줄이 엄청 길더라. 누가 보면 유명한 유적지인 줄. 줄에 서서 이틀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다리다 보니 차례가 왔어. 주문하고 번호표를 받았으나 번호를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와인을 보러 갔지. 근처 멀지 않은 곳에 와인집이 있었어. 들어가자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맞이해주셨고, 우리는 추천을 부탁드렸어. 역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최고라며 추천해주셨어. 또, 2순위, 3순위도 추천해주시고 설명도 잘해주셨어. 형은 가격이 좀 하긴 하지만 몬탈치노를 샀어. 우리나라에서 그 가격에 사면 1/3 정도 마실수 있으려나. 역시 현지가가 엄청 싸지. 와인을 들고 피자집에 가니 우리 번호가 다 되었어. 곧 피자를 받았는데 싸고 크더라. 맛있는 냄새가 솔솔.^^
슈퍼를 지나가다 생각해보니 잔이 없잖아. 들어가서 종이컵을 사고 싶었지만 4개만 팔리가 없지. 그렇다고 필요 없는 종이컵 묶음을 다 사기도 그래서 점원에게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쿨하게 포장을 뜯어 4개만 줬어. 너무너무 고맙더라. 그렇게 준비물은 모두 갖추고 광장으로 향했어.
우리는 두 번째라 계단이 힘들지 않았는데 다른 일행들은 힘들어하는 거 같았어. 하지만 광장에 도착하면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지. 노을 진 피렌체의 전경은 엄청 아름다워.
피자의 맛있는 냄새에 구경은 그만하고 광장 턱에 앉아서 피자를 먹었어. 와~ 이게 바로 이탈리아 피자구나!! 엄청 맛있어! 로마에서 먹은 건 피자가 아니야. 당연히 와인도 한잔씩 짠했지. 와인은 더 맛있더라! 토스카나에서 자랑할만한 와인이었어. 당도가 다소 높은 와인을 좋아하는데, 향 자체는 진하고 무거운 단향이 나긴 하지만 마시면 당도가 높지 않아. 그런데도 내 입에 맞았어. 와인을 처음 마셔본다는 대학생들도 얼마나 좋아하던지. 형이랑 나보다 더 마셨어. 기억에 남는 말은 대학생의 '제가 살 테니 한병 더 마시면 안 돼요?', 마시기 전에는 술 안 좋아하다고 들었는데, 분명히! 아마 피렌체를 바라보면서 마셔서 더 좋은 게 아닐까?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노을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피렌체
피자와 와인을 다 먹고 피렌체를 구경하는데, 광장 계단 아래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어. 달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노래는 꽤 좋았어. 노래 들으며 분위기에 녹아 앉아있다 시간이 꽤 지나 빈 피자 상자와 빈 와인병을 들고 광장을 내려왔어. 와인병은 누가 꼭 안고 있어서 귀중품인 줄.
아르노 강을 걷다 중세 골목을 구경하다 보니 다시 두오모에 도착했어. 로마에는 콜로세움에 자석이 있다면 피렌체에는 두오모에 자석이 있나 봐. 걷다 보면 두오모야. 밤에도 두오모를 비추는 빛이 있어서 자세히 볼 수 있었어. 밤에도 아름다운 성당 같아. 피렌체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 같아.
그 근처에서 일행들과 인사하고는 게하로 돌아왔어. 침대에 누워보니 어제와 같이 두오모와 미켈란젤로 광장을 갔다 왔지만 더 두오모와 광장이, 피렌체가 좋아졌어. 내일이면 피렌체를 떠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어. 더 신기한 건 피렌체의 보지 못했던 수많은 명소에 못 가본 것이 아쉬운 게 아니라 또 두오모와 미켈란젤로 광장을 가고 싶다는 거야. 기회가 된다면 피렌체에 한 달 정도 살고 싶어. 그러면 저녁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피렌체 노을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밤에 본 피렌체 두오모
피렌체 사진이 없어서 형이 찍은 사진으로 대체했어요. 이 날 사진을 가장 많이 찍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특히 밤에 아르노 강 사진이 없다는 게 가장 아쉽네요.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 많았어요. 저녁에 확인했을 때도 있었는데. 결국 다음날도 사진이 없어요. 다음 주에도 형의 사진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형 사진이 있어 다행이에요. 좋은 사진을 제공해준 형에게 감사의 뜻을 여기에도 남깁니다.
옛 피렌체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대로 유지가 잘 되어있어요. 그러니 이탈리아 여행을 가게 되신다면 반드시 꼭 들리시길 추천해요. 저도 다시 꼭 갈 겁니다.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가보지 못한 곳도 가야 하니까요. 그리고 쿠폴라에서 노을을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