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질 무렵 드는 생각'을 시작하며
저는 조그마할 때부터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게 사람들에게는 좋은 점이기도 하고 나쁜 점이기도 했어요. 어른들에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아이였고, 선뜻 나서지 않은 아이였고, 완벽히 하려는 아이로 보였어요. 또래들에게는 미스터리하고 이상한 아이였고 신기하고 독특한 아이였어요.
생각이 많은 건 제에게는 좋은 점이었답니다. 생각 뒤에는 손에 남는 것은 없다지만 늘 가슴속에 머릿속에 남는 것이 있었답니다. 그렇게 기억과 감정들을 정리하며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거 같아요.
특히, 노을이 드리우는 시간은 특별했어요. 꼬꼬마 시절에는 붉게 물드는 노을이 질 때면 놀이를 멈추고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그때 돌아가면서 생각에 잠기는 게 습관이 되었던 거 같아요. 마치 하루를 마치고 정리하듯이요. 더욱이 노을빛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거 같아요. 빨갛고 노란빛들로 인해 이성적이던 아이가 감성적으로 바뀌던 시간이었요.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들어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지요. 그래서 지금도 노을을 볼 때면, 노을이 질 시간이 될 때면 생각에 잠깁니다.
망설이며
몇 년 전부터 문득문득 드는 생각과 감정을 짧은 글로 적어두었어요. 짧은 글에다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표현이기에 보여드리지는 않고, 노트나 브런치의 서랍에 담아두었어요. 브런치에 글이 쌓이고, 제 여행 글들이 다음이나 카카오톡에 보일 때마다 '혹시 공개해도 될까' 하는 마음들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너무 긴 글만 있는 브런치에 짬짬이 볼 수 있는 짧은 글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저는 TMI가 특기가 아니거든요.
그래도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삶에 관한 글이라 마냥 재미만 있는 글이 아니니까요. 사는 데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거기다 특이하다는 말을 평생 들어온 사람의 글이라 공감보다는 의문이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제 주위 사람들이야 좋다고 하지만 그건 저와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도 망설이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모르는 사람에게 솔직함을 드러내야 하는 부끄럼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부끄럼은 저 구석으로 밀어두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큰 욕심은 없답니다. 일주일마다 정기적으로 올려지는 글들 사이에 쉬어가며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글 정도 되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더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네요.
부끄러움에 길어졌네요. 노을을 보기 어려운 나이가 된 이에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아픔보다는 위로가, 차가움보다는 시원함이, 뜨겁기보다는 따뜻함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P.S. 브런치에 공개하자고 마음먹고 머리말을 써놓은 지도 벌써 한 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