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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산책하기

여행 45일. 크로아티아 3일.

by 어린왕자

2014년

자그레브


어제 많이 걸었는지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났어. 그래도 저녁 비행기로 떠날 예정이라 그때까지 미쳐 하지 못한 자그레브 산책을 할 생각이야. 구도심이 크지 않기에 랜드마크들을 구경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기에 딱이지. 자그레브의 건물들은 대부분 옅은 노란색과 갈색의 벽에 붉은 지붕으로 되어 있어. 그래서 조금 차분하다는 느낌이 강했어. 사람들도 차분한 느낌이어서 작은 도시가 조용했어.


IMG_3272수정.jpg 자그레브 거리




작은 언덕


우선 북쪽에 언덕이 보여서 그쪽으로 향했어.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도시를 보고 싶었거든. 언덕을 오르니 작은 공원이 있고 언덕 밑을 바라볼 수 있게 벤치들이 놓여 있었어. 작은 언덕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멀리 보여서 붉은 지붕들을 구경할 수 있었지. 막상 랜드마크들은 보이지 않아서 위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벤치에 앉아 슈퍼에서 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광합성도 하고 자그레브의 바람을 즐겼어. 한참을 바라보다 긴 계단을 통해 언덕을 내려갈 수 있었어. 그러나 계단을 내려가니 끝이 아니라 다시 비탈길 그리곤 새로운 계단, 또 빙그레 돌아 계단. 이렇게나 높은 언덕이었나 싶을 만큼 많은 계단이었어. 그러자 그 끝에 좁은 골목이 나왔어. 올라올 때는 금방이었는데, 많은 길을 거치다 보니 다른 공간으로 가는 느낌이었지.


골목을 빠져나오자 구시가지로 가는 오래된 길이 나왔어. 색색깔 건물에 아기자기한 느낌이 마음에 드는 길이었지. 너무 헤매는 거 같은 생각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갔어. 그러자 반 옐라치치 광장이 짜짠. 많이 걸었던 거 같은데, 거기서 거기라니. 안도감도 들었지만 뭔가 김 빠진 느낌이었어. 불안함뿐만 아니라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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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 본 자그레브, 계단을 내려온 풍경
zgreb pola.jpg 언덕에서 거쳐온 미로 같은 계단들




반 옐라치치 광장(Trg bana Jelačića) 뒤의 돌라츠 시장 (Tržnica Dolac)


반 옐라치치 광장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거 같아. 어제 아침 트램을 탈 때도 그렇고, 처음 온 날에도 큰 무대 행사로 정신없는 곳이었지. 하지만 오늘은 낮이라 그런지 조용해. 그런 광장을 한 바퀴 돌아봤어. 이곳을 올 때면 동상과 파란 트램을 떠올릴 거 같아.


IMG_3296수정.jpg 반 옐라치치 광장


광장의 한 골목 중에 많은 꽃들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어서 그 골목을 따라 들어갔어. 짧은 계단을 오르자 넓은 공간에 빨간 파라솔들과 그 아래 긴 나무 탁자를 놓고는 다양한 농산물과 꽃들을 팔고 있었어. 이곳은 돌라츠 노천 시장이야. 정리할 시간인지 빈 테이블도 많고 정리하시는 분들도 있었어. 과일을 하나 먹고 싶었지만 친퀘테레에서 체리를 샀다가 너무 큰 한 봉지를 받아 여행 내내 먹었던 경험이 있어서 참기로 했어. 남은 쿠나도 얼마 없었고.


시장은 꿉꿉한 내음 때문에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 곳인데, 이곳은 농산물과 꽃만 있어서 그런지 달콤하고 시원한 꽃내음만 있어서 한 바퀴 다 돌아보게 됐어. 작은 꽃들과 아기자기한 유럽 건물들이 잘 어울렸어. 그렇게 많은 꽃들을 보고 크로아티아에 꽃이 유명한 걸 알게 됐지. 그런 후, 멀리 자그레브 대성당의 쌍둥이 첨탑이 보여서 그곳으로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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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라츠 시장




자그레브 대성당 (Zagrebačka katedrala)


하얀 성당은 그리스 성당 이후 오랜만인 거 같아. 네오고딕으로 보이는 쌍둥이 첨탑이 가장 눈에 띄고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 하나는 공사 중이어서 조금 아쉬웠어. 첨탑이 성당에 비해 큰 거 같았어. 거의 성당과 비슷한 높이를 얹어놓은 거 같을 정도였으니까. 성당이 완공된 후에 위에 덧붙었던 걸까? 그리고 유럽 여행 내내 공사 중인 건물에는 그대로 비계가 드러나게 놔두는 게 아니라 앞에 원래 형태의 사진으로 가려놓는 게 참 신기하고 좋은 거 같아. 마치 피부와 같은 색의 반창고를 붙인 것처럼 말이야.


대성당 앞에 놓인 황금 성모 마리아 상 분수대도 대성당과 색을 맞추어 잘 어울렸어. 사람들이 분수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다리를 잠시 쉬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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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대성당과 성모마리아 상 분수대


성당 외관을 사진에 담고 안으로 들어갔어. 내부은 외관에 비해 훨씬 넓어 보였어. 직사각형의 단조로운 구조와 하얀 대리석 벽 때문에 깔끔한 인상을 주었지. 그리고 천장은 파란 바탕에 별들이 그려져 있어 하늘을 연상시켰어. 황금 샹들리에와 황금 재단, 그리고 밝은 빛이 들어오면서 전체적으로 노란빛을 띠었어.


입구 쪽에 돌아보면 큰 벽면에 크로아티아인이 사용한 상형문자가 아주 인상적이야.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 키랄 문자와 라틴문자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려나? 하지만 전체적으로 네모네모한 모습이 다른 문자들과 확실히 달라 보였어. 단단한 대리석에 새기느라 네모난 형태로 바꿨을지도 몰라. 아무튼 문자가 다른 어떠한 장식보다도 인상적이었어. 외국인들이 한글을 보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이번에도 가장 뒷자리에 앉아 고요함에 빠져들었어. 하얀 대리석에 화려한 황금색의 장식들로 채워져 있지만 고급스럽거나 아름답기보다는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어. 역시 성당은 안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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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대성당 내부




성 마르카 성당을 찾으러


성당을 나와 성 마르카 성당을 향해 걸어갔어. 위치는 멀리 보이는 성당 첨탑으로 보이는 것을 따라갔어. 돌라츠 시장의 좁은 골목들을 통해 걸었어. 이곳은 골목도 작고 건물도 작아 아기자기한 풍경이 동화 속 같아 귀여웠어. 시장 구경이 끝나면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게 약속인지 걷는 사람들보다는 카페테라스가 만석이었어.


그러다 왼쪽에는 이층높이의 언덕이고 오른쪽에는 1층 상가들이 있는 긴 길을 한참이나 걸어갔어.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이 없는 거야. 감으로는 성당을 지나 너무 북쪽으로 온 거 같았어. 그러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긴 계단이 보여서 가다 보면 보이겠지 하고 무작정 향했어. 주택가인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어져서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특유의 자그레브 건물을 구경하며 걷는 것도 꽤 재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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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갈의 자그레브 거리


그렇게 걷다 보니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 도착했어. 이곳은 아치형 터널로 스톤 게이트 (Kamenita Vrata)라 불리는 곳이야. 가까이 가보니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조각상과 그림이 있고 재단이 마련되어 있었어. 이곳은 과거 대화재 때 5개의 문중 유일하게 타지 않고 남아 성지가 되었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차례대로 기도를 하고 있었기에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림 가까이는 가지 않고 멀리서 사진만 찍었어.


IMG_3331수정.jpg 스톤 게이트




친절하고 상냥한 크로아티아


근처 기념품 가게가 있어 핀을 사기 위해 들어갔어. 핀을 구경하고 있으니 역시나 점원이 말을 걸어왔어. 먼저 일본인이라고 묻길래 한국인이라고 대답했어. 요즘 한국인이 부쩍 많이 온다고,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인 말고는 동양인이 관광을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해. 아마 그전에 꽃보다 누나가 방영되어서 그랬을 거야.


돌라츠 시장에서 기념품 가게 한 곳을 들렸을 때도 다들 친절히 대해주고 미소 지으며 이런저런 짧은 대화를 했어. 플리트비체 매표소도 그렇고, 게하 앞 슈퍼도 마찬가지였어. 이곳의 문화인가 봐. 어릴 적 부모님이나 미디어로는 공산국가는 무섭게만 느껴졌었는데, 과거 유고슬라비아였던 곳에 와서 친절과 상냥함을 받을 줄이야. 지금의 나보다 냉전 마지막의 꼬꼬마 시절 나에게 들려준다면 엄청 신기해하겠지? 과거 사람들에게 공산국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어.


IMG_3353엽서.jpg King Tomislav 광장




성 마르카 성당 (Crkva sv. Marka, 성 마르코 성당)


스톤 게이트를 지나면 의사당이 보이고, 그곳을 지나면 넓은 광장이 나오면서 레고 블록을 쌓아놓은 듯한 성 마르카 성당이 나타났어. 왼쪽에는 정부청사가 있는데 그냥 오래된 큰 건물 같아. 커다란 크로아티아 국기와 유로기가 걸려있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야. 아마 오래전부터 그대로 사용한 게 아닐까 싶어. 오른쪽에 의사당 건물은 상대적으로 엄청 깔끔해. 대통령제로 알고 있지만 권한은 국회가 더 많이 가지고 있나 봐. 앞에는 시청사까지 있어. 주요 행정건물은 이곳에 다 있다는 걸로 봐서 과거 자그레브의 중심이었던 거 같아. 그 중심에 있는 성당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거겠지.


IMG_3333책.jpg 성 마르카 성당과 왼쪽의 시청사


본론으로 돌아와 성당의 지붕은 크로아티아 국기와도 같은 색인 하얀, 빨강, 파란색으로 모자이크 되어 있고, 그 위에 왼쪽은 크로아티아 문장, 오른쪽은 자그레브 문장이 있어. 외관을 딱 봐도 나이가 엄청 많아 보여. 특히 종탑은 로마네스크 형식으로 연륜이 드러나지. 자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아닐까 싶었어. 종탑에 1891이라고 적혀 있는데 뭔지 모르겠어.


대성당과 다르게 집 근처에 있는 아무 이야기나 해도 들어줄 거 같은 자그마한 성당 같아. 근처에서 여자 한국분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주위를 구경하며 기다리다 내부로 들어가려고 가까이 갔어. 그런데 문이 닫혀 있었어. 한 바퀴 돌아봤지만 다른 문도 마찬가지. 무슨 날인 건지. 아쉽지만 내부는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어.


IMG_3346엽서.jpg 성 마르카 성당




공원 주변 산책


언덕을 내려와 도착 날 밤 그냥 지나쳤던 역 앞의 공원으로 갔어. 5~6블록 정도의 아주 긴 직사각형의 공원이야. 성 마르카 성당에 있을 때만 해도 커다란 검은 먹구름이 동쪽에서 밀려와 점점 어두워졌었으나, 20분 넘게 걸어오다 보니 오던 구름은 멈추고 다시 밝아졌어. 덕분에 공원에 알록달록한 꽃들이 화려해 보였어. 공원에 사람들로 북적대지는 않았지만 잠시 쉬었다 가는 사람들은 많았어. 조용한 주말 오후 같은 풍경이었지.


그리고 주변에 보수 공사하는 건물들이 많았어. '내전 이후 이제 무언가 바뀌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벤치에 앉아 있다가, 역 옆에 있는 중앙우체국으로 갔어. 역시나 엽서를 한국에 보내려고 왔지. pošta라고 적힌 노란 건물이야. 바로 옆에 증기기관차가 있어서 눈에 잘 띄어. 엽서를 보내고 나오는데, 이곳에도 닭둘기가 얼마나 많은지. 왜 역에는 비둘기가 많은 걸까?


이제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짐을 싸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게하로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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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349수정.jpg 자그레브 중앙우체국




자그레브의 짧은 감상? 느낌?


자그레브는 수도라 하기에는 작은 도시였어. 과거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으나, 오래된 유럽 대도시와는 달리 그냥 오래됐다는 느낌이야. 20세기에 멈춰있다는 느낌이랄까.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워낙 유명하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시계까지 멈추게 한 거 같아. 전쟁에 득 보는 건 주변 강국뿐. 당사자는 뺏기기만 할 뿐이야. 그래서 그런가 있으면 있을수록 뭔가 쓸쓸해지는 도시였어.


그러나 사람들의 인상과 조금씩 변해가는 듯한 도시 모습은 내전의 상처가 아물어 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 같았어. 신식 트램이 들어선 것처럼 이제 발전하는 일만 남은 거겠지. 짧은 하루였지만 무뚝뚝하고 거칠어 보이는 키 큰 사람들이 실제로는 자주 본 동네 사람들같이 친절하고 정이 있는 곳이었어. 다음에 올 때면 많이 달라져 있을 거 같아. 그래도 친절과 상냥함, 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


IMG_3354수정.jpg 자그레브 시내를 달리는 트램




자그레브 공항으로


노을이 질 때쯤 게하를 나서서 플리트비체에 갈 때 이용했던 버스터미널로 갔어. 이곳에서 공항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어. 자그레브 안녕하는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걸까?


공항이 15km 정도 되는 거리라 가까워. 넓은 논밭을 지나 금방 도착했어. 공항도 그리 크지 않아. 티켓팅 후 구경할 것도 딱히 없었어. 그래서 시간이 되자마자 게이트로 갔어. 게이트 앞의 좌석도 얼마 없어서 금방 자리가 찼어. 일찍이 온 덕에 서서 기다리지 않고 앉아서 노란빛으로 물드는 활주로를 볼 수 있었어.


해가 구름 뒤로 숨어 점점 어두워지고, 비행기가 딜레이 되어서 한껏 지겨워하고 있었어. 그때, 마주 보고 있는 의자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이 계셨어. 옆에 처음 보는 외국인과 대화를 너무 쉽게 잘하는 거야. 영어 실력은 물론이고 붙임성이 부러웠어.


20140723_2012528수정.jpg 자그레브 공항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인연


늦은 시간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어. 제주도 가는 정도 거리랄까? 가격도 비슷하고. 기다린 시간에 비해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브로브니크에 가까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왜냐면 도시 야경을 마음껏 감상하라고 기내 방송이 나와. 해안 따라 들어온 불빛과 특히 성벽을 따라 있는 올드타운의 불빛은 중세 성에 별이 내린듯한 풍경이었어. 그러니 반드시 창가를 티켓팅 할 것!!! 기억으로는 왼쪽 창가. 잊지 마!! 그런데 왜 사진이 없을까? 분명히 기내방송과 일부러 천천히 활공하는 비행기, 그리고 반짝이는 두브로브니크는 대뇌 피질에 새겨져 있는데 말이야. 전화를 꺼두어서? 아님 감상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아님 촬영 금지? 몰라, 아쉬워.


IMG_3320엽서.jpg 성모 마리아 상 분수대와 자그레브 대성당


당연히 도시에 활주로가 없으니 도시를 지나 컴컴한 공항에 착륙했어. 짐을 찾고 쿠나를 인출하고 공항 앞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때, 자그레브 공항 게이트에서 봤던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어. 예상대로 한국인이었어. 숙소를 2인실로 예약했는데, 비용을 반으로 나누고 같이 쓰자고 제안하셨어. 보통이었으면 거절했을 텐데 덜컥 그러겠다고 했지. 성내에 숙소를 잡지 못해 성밖에 멀리 잡아서, 도착 시간을 봐서는 그곳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을 거 같아 걱정도 있었어. 귀찮다고 생각할 즈음에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그랬던 거 같아. 그리고 뭔가 나랑 잘 지낼 거 같다는 느낌이랄까?


한국에 와서 지인들한테 말했더니 겁도 없다고 잔소리를 들었지. 그리고 정말 의외라고. 처음 보는 사람과 말도 잘 안 하려고 하면서 신기하다고 했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긴 한데, 그때로 돌아간대도 형을 따라갔을 거야. 나와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달까? 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은 아주 드물거든. 비행시간만큼 공항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 역시나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어.


IMG_3326엽서.jpg 자그레브 골목 내 집


성 앞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한적한 곳에 내렸어. 얼마나 어두컴컴한지. 숙소를 미리 듣지 않았다면 무서운 곳으로 이끌려 가는 줄 알았을 거야. 그리고 10분 넘게 도로가로 캐리어를 끌고 숙소 앞에 도착했어. 도착한 곳은 Franjo Tuđman Bridge 옆에 커다랗고 오래된 크루즈선이야. 어마어마한 크기는 아니고 중간쯤? 운행 정지된 배를 호텔로 고쳐서 사용하는 곳이었어.


배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어디로 떠나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어.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갔어. 내부를 걸으니 생각보다 배가 엄청 크더라고. 배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도 참 좋은 아이디어인 거 같았어. 형에게 방값을 지불할 때 형이 원래 예약했던 숙소 취소 수수료도 고려해서 요금을 빼줬어. 여행 막바지라 돈이 간당간당했었는데, 여행 내내 배려해줘서 정말 감사했어.


그리고 바로 예약했던 숙소에 전화를 했어. 부모님 나이 때의 부부께서 작게 운영하시는 게하였어. 사정을 말씀드리니 괜찮다고, 시간이 늦어져 걱정했다고 하셨어. 그리고 수수료는 중계회사에서 처리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오히려 이해해달라고 하셨어. 여러모로 자그레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친절함과 정을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어 쓸쓸했던 마음이 사라졌어. 결국 원래 6인실이었던 숙소가 또 2인실이 되었어. 여행하는 동안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 신기하고 감사했어. 형과 내일 갈 올드타운 이야기를 하다가 잠에 들었어.


20140723_2033331.jpg 두브로브니크 가는 하늘길




자그레브는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에요.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했는데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상냥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크로아티아인들은 대체로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요. 그래서 모델들이 많기로 유명하죠. 서유럽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 눈인사나 hello를 하지만 동유럽으로 갈수록 그런 일은 드물어요. 아마 유럽인들이 한국에 오면 그런 느낌이 들까요? 아무튼 엄청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너무 친절하답니다. 다들 뭔가 도와주고 싶어 해요. 하나를 물으면 두 가지를 가르쳐준달까? 오지랖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네요. 저도 오지라퍼라 그다지 불편하기보다는 좋았어요.


다음 주는 왕자의 게임 촬영지인 두브로브니크 여행입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자그레브 사람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이 있는 한 주가 되길 바라며, 제 글로 봄처럼 따뜻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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