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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Nov 10. 2021

원자와 사람 그리고 확률

원자 모델의 변천과정과 오비탈(궤도함수)

화학의 출발점


  두 번째 글에서 전자가 공유되는 공유 결합을 간단히 알아보았다. 그리고 SN 반응에서 공유결합을 설명하면서 단일 결합(single bond)만을 다루었다. 그때, 유도 효과를 설명하면서 σ-bond(sigma, 시그마 결합)를 잠깐 언급하였다. 그리고 isomer를 알아볼 때 cis와 trans를 설명하면서 이중결합(Double bond)을, nitrlie을 통해 삼중결합(Triple bond)을 잠깐 등장하였다.


  그럼 이런 다중결합은 단순히 결합 수만 늘어나는 것일까? 공유 결합수가 늘어날수록 공유되는 전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단일 결합은 σ-bond(sigma bond, 시그마 결합)이고 이중결합부터는 σ-bond(시그마 결합)에서 π-bond(pi bond, 파이 결합)가 추가된다. 결합의 이름이 다르듯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단일결합, 이중결합, 삼중결합이 포함된 Buta-1-en-3-yne


  그렇다, 단순히 참여하는 전자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가 숨어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오비탈(orbital)에 있다. 이 오비탈을 알기 위해서는 원자를 알아야 한다. 오늘은 미루어 두었던 화학의 시작이자 근본, 모든 물질의 근원인 원자에 대해 알아보자.



원자


  우선 초등학생 때 배웠던 원자의 개념부터 떠올려보자.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며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핵이 중심에, 전자는 원자핵 주위에 존재한다.'라고 배웠다.

 

  여기서 이상한 점, 그렇다면 '주위'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일까? 이 물음을 기억하며 역사적으로 변화해온 원자 모델을 통해 당시 과학자들의 생각 변화와 노력을 조금 느껴보자.



존 돌턴(John Dolton)의 당구공 모델 (solid sphere model), 1803년 : 원자의 개념


  돌턴의 원자설을 기억하는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 후, 구체적인 원자를 이야기한 것은 돌턴이고, 따라서 돌턴의 원자 모델이 가장 먼저이다. 돌턴의 모형은 당구공 모델로서 앞선 글에서 반응을 설명할 때 나타냈던 단순한 구형이다.

그림 1. 돌턴의 원자 모델


  atom(원자)라는 이름을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어로 'a : 없는 + tomos : 쪼개다'라는 어원이다. 즉,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으로 모든 물질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단순한 구형으로 표현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위'에 위치한다는 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왜냐면 당시 전자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J. J. 톰슨(J. J. Thomson)의 건포도 푸딩 모델 (Plum Pudding model), 1904 : 전자의 발견


  그 후, 톰슨의 음극선 질량 측정 실험으로 미립자를 발견한다. 이때 미립자가 -전하를 띠는 것을 알아내었고 원자가 중성이기 위해서는 +전하에 작은 -전하가 붙어있다고 생각하였다. 이후 이 -전하의 미립자가 전자임이 밝혀졌다. 당시 양전하의 물질인 원자핵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전하 구름 위에 -전하의 미립자가 떠다닌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톰슨(Thomson)의 건포도 푸딩(Plum Pudding) 모델이라고 한다.


그림 2. J. J. 톰슨의 원자 모델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모델, 1911 : 원자핵의 발견


  톰슨의 제자인 러드퍼드가 알파선(입자) 산란 실험(Geiger–Marsden experiment)을 통해 원자 대분분의 질량은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차지하며 아주 작게 뭉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는 알파선 산란 실험에서 양전하를 띤 알파 입자를 금박에 쏘았을 경우, 톰슨의 주장대로라면 +전하를 띤 빈 공간을 통과해야 하지만 일부가 통과하지 않고 튕겨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서 '원자핵은 중심에서 아주 작은 형태로 뭉쳐져 있으며 전자가 그 주위를 돌고 있다'는 러더퍼드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그림 3. 러더퍼드의 원자 모델


  하지만 이 모델에서는 원운동 하는 전자는 가속 운동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에너지를 계속 소비하기에 원자핵과 가까워지게 되고 이내 붕괴해야 한다. 러더퍼드의 모델은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를 설명하였지만 위와 같은 문제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또한 수소 원자에서 불연속적인 값으로 방출, 흡수되는 수소 원자 불연속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가 없다.


  다르게 말해 전자는 핵 주위를 돌면서 에너지를 소비하여 힘이 떨어진다. 힘이 떨이진 전자는 핵이 당기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핵이 있는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원자는 붕괴된다. 그러나 물질의 근본이라는 원자는 지금 우리 생활 속에서도 붕괴되지 않고 있다.(엄청난 에너지로 억지로 하면 가능하다.)


  수소 선 스펙트럼이란 수소가 에너지를 방출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때 1~100 사이를 빼곡하게 이은 선 같은 연속적인 값이 아니라 1, 2, 5, 9처럼 뚝뚝 끊긴 특정 값만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러더퍼드는 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닐슨 보어(Niels Bohr) 모델, 1913 : 양자 도약


  러더퍼드 모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어가 '특정 값을 가진 궤도(에너지 준위, energy level)들이 존재하고, 전자는 이 궤도에 존재하며 순간이동처럼 다른 궤도로 양자 도약한다'라고 하였다. 이때,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이동하면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반대이면 전자기파를 방출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으로 수소 원자의 불연속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었다. 또한 최소 궤도가 존재하여 전자가 원자핵과 만날 수 없다고 가정하였다.

그림 4. 보어의 원자 모델


  단순히 비유한다면 1, 2, 5, 9의 높이를 가진 energy level이라는 층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중간의 높이가 없다(1층과 2층 사이에 1.5층이 없는 것처럼). 이를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층간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양자 도약이다.


  층 수가 높을수록 에너지가 높다.(높이가 높을수록 위치에너지가 높듯이) 그래서 층을 오를 때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반대로 내려갈 때 에너지가 필요 없으므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층의 높이 차이만큼 전자기파를 흡수, 방출하므로 불연속의 스펙트럼이 나타난다. 또 이때, 층을 차례대로 오르고 내리는 것은 아니다. 두세층을 한꺼번에 오르고 내림이 가능하다.


  이렇게 러더퍼드 모델을 보충한 러더퍼드-보어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양자 도약을 통해 불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었고, 원자의 기본 구성 요소를 모두 포함하여 당시 완전한 모델로 생각되었다.



현대의 원자 모형 (Quantum model)


  러더퍼드-보어 모형은 현재 사용하고 있을까? 답은 아니다. 수소 선 스펙트럼을 잘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수소 외의 다전자에서는 맞지 않았고, 이후 다른 수소 선 스펙트럼이 추가 발견되었으나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특정 궤도에 위치하게 되므로 불확정성 원리(아래 설명)에 맞지 않다. 따라서 다시 수정 또는 보충이 필요하였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Werner Karl Heisenberg's uncertainty principle)

 

  하이젠베르크는 전자를 관측하는 방법으로는 양자 도약 시 방출, 흡수되는 전자기파뿐이고, 전자를 직접 관측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선 스펙트럼으로만 전자를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모두 정리한 결과를 행렬역학(matrix mechanics)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살펴볼 물질파를 접하고 물질이 입자이자 파동인 이중성으로 인해 불확정성을 유발한다는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한다.


식 1.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식 1에 따르면 '전자의 위치 불확정성(Δx)과 운동량 불확정성(Δp)의 곱은 ℏ/2 보다 같거나 크다'이다. 즉, 위치 불확정성과 운동량 불확정성은 0이 될 수 없기에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알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불확정성이 없다(0)는 것은 특정값을 확정할 수 있다는 뜻)


  이를 아주 간단히 말하면 현미경에서 전자를 측정하기 위해 빛을 전자에 쏜다면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영향을 주게 되어 측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자는 질량이 아주 작기에 위치를 측정하기 위한 측정기조차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미경 없이 눈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어떠한 물체를 본다는 것은 물체와 빛과의 상호작용한 후, 반사한 빛을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 다만 거시 세계의 물체의 경우, 물체에 비해 h(6.626 X 10^-34) 값이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그래서 충분히 무시할 수 있다. 단순히 눈으로 차이를 인식할 수도 없다. 작은 개미가 사람 위를 지나간다고 사람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벌에게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전자에게는 h가 무시할 수 없는 값이 된다.



드브로이의 물질파(matter wave, de Broglie wave)


  드브로이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드브로이 물질파 방정식은 λ = h/p (λ=파장, h=플랑크 상수, p=운동량)으로 운동량이 p인 물질은 파장과 관련 있다는 뜻으로 결론적으로 입자는 파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입자와 파동은 상반되는 개념으로서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로 파장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성을 보이자 드브로이는 반대로 입자도 파동성이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에너지=질량 공식(E=mc²)과 광양자 가설,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가설을 통해 이와 같은 방정식을 발견하였다.(입자와 파동 모두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에너지를 중심으로 식들을 결합하였다)


식 2. 드브로이 물질파 방정식


  이후, 니켈 단결정을 이용한 전자 산란 실험 (데이비슨-거머 실험, Davisson–Germer experiment)에서 니켈 결정에 전자빔이 쏘아 반사되는 전자의 각도를 측정하였고, 그 값은 브래그 방정식(빛의 회절과 반사에 관한 방정식)과 같은 회절을 나타내어 물질파를 증명하였다.


  즉, 전자는 돌과 같은 입자이자, 그 돌이 일으키는 물 수제비(물결)와 같은 파동이라는 것이다.


*회절(diffraction) : 장애물 주위에서의 파동의 퍼짐

간섭(interference) : 2개 혹은 그 이상의 파가 겹쳐져 서로 강하게(보강 간섭) 하고 혹은 약하게(상쇄 간섭) 하는 현상



전자 이중 슬릿 실험


  J. J. 톰슨의 아들인 J. P. 톰슨(J. P. Tomson)의 전자 이중 슬릿 실험 결과가 X선(파동)과 동일한 회절 모양을 보임에 따라 다시 물질파가 증명되었다.


그림 5.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 (여러 개의 점인 간섭무늬)


  이 실험은 빛의 이중 슬릿(아주 가깝고 가는 두 개의 홈) 실험에서 빛 대신 전자를 이중 슬릿에 통과시켜 입자인지 파동인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이때, 입자라면 슬릿을 통과하여 벽 면에 두 개의 무늬가 나타날 것이고, 파동이라면 회절과 간섭으로 여러 개의 무늬가 나타날 것이다. 실험 결과, 빛과 같이 여러 개의 간섭무늬가 나타났고, 파동성(물질파)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즉, 전자는 빛과 같이 입자이자 파동인 것이다.


그림 6. 입자의 이중 슬릿 실험(왼)과 파동의 이중 슬릿 실험(우)


그림 7. 입자의 이중 슬릿 실험(왼)과 파동의 이중 슬릿 실험(우) 위에서 본모습


  다르게 비유해 본다면 여러 개의 야구공을 직선으로 두 개의 틈을 향해 던지면 두 틈 뒤 지점에만 공이 도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야구공이 두 틈을 통과하면서 휘는 회절과 작은 물결이 합쳐져 큰 물결을 만드는 간섭이 일어나 일정한 가격을 두고 여러 지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간섭무늬를 나타낸 것이다.


  즉, 야구공이 물결처럼 휘고 합쳐지거나 상쇄되어 여러 곳에 도달한 것이다.


  

슈뢰딩거 방정식(Schrödinger equation)


  슈뢰딩거는 물질파의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대신 파동역학을 도입한다. 그리하여 전자를 파동으로서 서술한 방정식을 완성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하이젠베르크와 과정은 다르나 같은 결과를 나타낸다. 정해진 자연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허나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전자의 운동을 파동만을 도입하면 되므로 슈뢰딩거 방정식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그들에게 행렬보다는 미분이 익숙하다.) 슈뢰딩거 방정식의 가장 간단한 형태는 식 3과 같다. 이때 방정식은 시간에 독립적인 방정식으로 전자가 정적인 경우에 사용된다.


식 3. 슈뢰딩거 방정식


  여기서 H는 해밀턴 연산자(Hamiltonian operator), E는 에너지, Ψ(psi, 프사이)는 파동함수(Wave Funtion)이다. 해밀턴 연산자는 말 그대로 연산자이기에 '어떻게 연산하라'라는 명령어로, 미분 함수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떠한 수가 아니다. 에너지 준위를 계산하는 해밀턴 연산자의 형태는 식 4와 같다.


식 4. 해밀턴 연산자


  여기서 앞의 항은 전자의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를, 뒤의 항은 전자의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 위치에너지)를 나타내고 퍼텐셜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V로 표기한다. 고전역학에서 에너지는 위치에너지(퍼텐셜 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이라는 개념을 여기에 도입한 것이다. 식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상수이고 V에 값만을 넣으면 파동함수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르게 말해 퍼텐셜 에너지로 전자의 파동함수를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고전역학에서 위치에너지는 지구의 중력에 의한 힘이다. 높은 곳에 위치할 때 잠재적으로 가지는 힘이다. 그래서 중학생 때 E=mgh로 배웠다. 그렇다면 전자가 우리처럼 느끼는 힘은 무엇일까? 바로 원자핵의 전자기력이다.


  그리하여 전자에 인력이 작용한다. 따라서 핵과 가까울수록 값은 크고 멀수록 작아지며, 분리되어 상호작용이 없다면 0이 된다. 즉, V는 전자와 핵 사이의 정전기적인 인력이다.


  이 슈뢰딩거 방정식은 전자의 파동성을 설명하는 의미를 가지며 뉴턴의 F=ma처럼 자연현상의 근본적인 법칙으로 대우받는다.


  이로써 보어가 설명하지 못한 선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quantum의 의미인 양(quantity, 量), 즉 불연속적인 특정 값을 가져 양자화(quantize)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작 방정식의 해(Ψ)가 어떠한 물리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슈뢰딩거는 설명하지 못하였다. 슈뢰딩거는 방정식 해(Ψ)의 절댓값 제곱은 전하밀도라고 주장하였지만 전자도 원자핵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했기에 본인 또한 만족하지 못하였다.



막스 보른(Max Born)의 해석(코펜하겐 해석)


  그 후, 막스 보른은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파동함수의 절댓값의 제곱(│Ψ│^2)이 전자를 발견할 확률밀도함수라는 해석을 내놓게 된다. 즉, 전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로서 이야기한 것이다. '야구공이 마운드 위 투수 글러브 안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야구공은 야구장 안에 모든 곳에 위치할 확률이 존재하며, 특정 위치에 있을 확률이 얼마라고 하는 것이다. 그 함수가 슈뢰딩거 방정식 해의 절댓값 제곱이라는 말이다.


그림 8. 막스 보른의 해석, 왼쪽은 Ψ, 오른쪽은 │Ψ│^2 값이다. 여기서 │Ψ│^2은 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나타낸다.


  이는 결정론적인 고전역학에서 벗어난 이야기이기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슈뢰딩거 고양이는 보른의 해석이 틀렸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사고 실험이었고, 아인슈타인도 확률을 도입하는데 반대하였다. 하지만 이 해석으로 현재의 원자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오비탈(orbital)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계산하여 막스 보른의 해석으로 전자가 존재할 위치를 확률분포로 나타낸 것이 오비탈이다. 즉, 이 오비탈이 현재의 원자 모델로서 전자의 위치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위치를 특정할 수 없고 확률적으로만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 9. 오비탈, 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무수한 점으로 나타낸 점밀도


  계산 결과에 따라 점을 찍어 나타내는데 그림 9와 같이 마치 구름처럼 보여 전자구름이라고도 표현한다. 핵과 전자의 인력에 따라 핵에 가까울수록 점(확률)이 많기에 진하며, 멀수록 옅다.


  앞서 비유를 야구장의 야구공으로 생각해보았으니 오비탈에 적용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플레이볼시에만 사용된 공만 파동성을 가진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투수가 가장 오래 공을 가지고 있고, 다음으로는 포수와 주고받는 공이 가장 많을 테니 마운드가 가장 진하고 그다음은 홈플레이트, 1루와 내야, 관중석, 외야, 장외 순으로 옅어지는 오비탈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사고의 확장

  

  앞으로 반응이나 현상을 보았을 때 입자뿐만 아니라 파동적인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확률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지 않았다면 과거 과학자들이 그랬듯 현상에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리를 입자라는 틀 안에 가두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 알아본 것은 양자역학의 일부이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자의 움직임을 알아가는 학문이기에 원자의 움직임을 다루는 화학에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 어렵다. 정말 어렵다. 최대한의 수식을 빼고 진행하였음에도 어렵다. 그 이유는 앞선 이유와 같다. 우리의 상식을, 인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사고도, 인식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불가능이 현실로


  이중 슬릿 실험에서 추가적인 내용이 있다. 이 내용은 듣는다면 더 황당하다. 앞선 실험에서 여러 개의 전자가 부딪쳐 전자의 방향이 달라져 간섭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전자를 하나씩 차례대로 통과시킨 결과, 처음에는 입자처럼 두 점이 나타났으나 이후, 다시 간섭무늬를 나타내었다.


  즉, 전자 하나가 두 슬릿을 모두 통과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두 슬릿과의 관계를 보기 위해 관측기를 슬릿에 설치하였더니 입자처럼 두 점이 나타났다. 다시 전자 하나가 하나의 슬릿만을 통과한 것이다.


  그리하여 과학자들은 '전자는 모든 위치에서 존재 가능한 상태로 중첩되어 있으며 측정 혹은 무언가와의 상호작용이 일어났을 때 그 상태가 결정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를 결어긋남(decohernet)라고 한다. 모든 상식들을 파괴하는 주장이다.


  이중 슬릿 실험은 전자에서 멈추지 않는다.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는 풀러렌((Fullerene, C60) : 탄소 60개의 공 모양의 분자)으로 이중 슬릿 실험을 진행했다. 양자역학은 거시 세계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이론이기에 미시세계에서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풀러렌은 원자에 비하면 아주아주 커다란 물질(수소원자의 50,000배)이다. 실험 결과 일반 상태에서는 두 줄무늬를 나타냈으나 진공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간섭무늬를 나타냈다. 이중 슬릿 실험의 대상은 점점 커져 원자 2000개로 이루어진 분자나 단백질로 확대되어 점점 거시 세계로 나아가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있다.


  결국 슈뢰딩거는 보른의 해석에 반박하기 위해 '50% 확률로 독극물에 노출될 수 있는 상자에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공존하는 것이냐?'라는 슈뢰딩거 고양이 사고 실험이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비꼰 말이 사실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원자 모델의 변천사를 따라가면 이 모든 것이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토의한 결과이다. 이론마다 대표되는 과학자가 있지만 그 혼자서 한 것이 아니다. 하이젠베르크는 행렬을 도입할 생각이 없었으나 보른의 조언으로 행렬역학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는 앞의 과학자들의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 동료 학자들과 대학원생들이 있었다.


  원자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근본의 물질로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물질로 생각되었지만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되며 이도 더 작은 미립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현대에 발견하였다.


  이 세상도, 이 국가도, 이 문명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구성되고 있다. 그리고 원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다양한 분자가 되듯이 사람들의 상호작용으로 이 세상이 결정되며, 변화한다.



확률


  양자역학이 다른 학문과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확률'때문이다. 고전역학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알면 계산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말은 어려워 보이나 생각보다 우리에게 익숙하다. 왜냐면 친구가 던지는 야구공을 쉽게 받아내는 것은 야구공이 어디에 도달할 것인지 공의 위치와 운동량을 통해 궤적을 경험적으로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확률이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알 수 없으니 어느 곳에 도달할지 확률로서 예측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사람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 사람의 생과 비슷하다. 더 정확히는 사람의 미래 혹은 세상의 미래이다. 그래서 양자역학은 대중문화에 은근히 스며들어있다. 영화 매트릭스부터 터넷, 그 외 소설과 영화, 만화에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듯한 양자역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유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생과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미래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과거와 현재로서 추측은 가능하다. 그 예측과 결과는 확률이다. 대학 전공과목으로 취업하는 것이 확률이 가장 높으나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어린이 축구 유망주라서 미래의 축구 스타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이지 반드시는 아니다. 반대로 지금 후보 선수라고 해서, 낙제생이라고 해서 미래에 반드시 선발 선수, 우등생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도 확률이다. 다만 인생이 카지노 도박은 아니다. 주사위에 6만을 새겨 넣는다면 언제든지 굴려도 6만 나올 것이다. 그렇다,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노력이다. 화학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화학과 교수가 될 수 없는 것처럼, 1분 이상 달릴 체력이 없는 사람이 축구스타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원하는 결과가 있다면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돌아가 우리의 미래는 존재할 모든 상태로 중첩되어 있다. 확률이 높고 낮을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능성에는 끝이 없다.


  모두의 아름다운 미래를 기다리며.



Chemistry And Life. 2021, 1, 25~29



Ref.


Raymond Chang, Physical Chemistry for the chemical and biological sciences』, University Science Books(2000), p567~583

Raymond Chang, Essential chemistry』, 화학교재편찬위원회 공역, 청문각(2002), p30~35, 380~409.

Gray L. Miessler, Donald A. Tarr Inorganic chemistry』, 김정, 김주창, 박영태, 이진규, 정진승, 최문근 공역, 자유아카데미(2005), p19~25, 170~183




  8번째 글이 올 때까지 미루고 미뤄 왔지만 현상을 설명할 순 있어도 원인을 설명할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결국 이번에 오비탈에 대해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하시는 분들 반드시 있을 겁니다. 천재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한 말이 있죠.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요. 네, 그렇게 어렵다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앞부분입니다. 그래도 오늘 글에 있는 내용은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은 내용이에요. (고등학교 과정에 슈뢰딩거 방정식 계산이 있다고 합니다. ㅡ.ㅡ)


  그래도 말만 들어도 어려워요. 저도 몰라요ㅜㅜ 이런 내용을 쓴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다 말렸답니다. 그런데 '화학 글에 오비탈을 빼면 껍데기뿐이잖아?'라고 하니 '그렇지'라는 대답뿐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의 모든 부분은 아니지만 오비탈에 관련된 내용은 모든 화학 전공책 가장 앞에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한편으로는 다들 책을 덮는 이유죠. 그런데 이제 오비탈의 시작만을 봤을 뿐이에요. 다음 시간에 오비탈에 더 자세히 해야 합니다......(수식과 계산은 빼거나 최소화하고 최대한 쉽게 해 보겠습니다!!)


  원래 축약본으로 오비탈을 한방에 끝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수식도 많고 전공자도 몇 주 동안 배우는 걸 축약하니 배경지식이 많아야 가능할 거 같았어요. 결국 고민 고민하다 처음 원자를 접했던 초등학생 때부터 이야기를 꺼내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물리화학 양자역학 파트의 차례와 같더라고요. 역시나 대단하신 분들이 만드는 책이니 이미 저와 같은 생각을 했겠죠.


  그래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이고 비유를 섞어 이해하기 어려워도 조금은 느낄 수 있도록 해보았어요. 최대한 제가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을 떠올리면서요. 오히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해서 더 중구난방이 된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왜 유료 앱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알겠더라고요. 무료 앱과 펜으로 파장과 함수를 정확히 그리기란 정말 어렵네요.(오직 믿을 껀 손과 인내뿐) 이것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걸렸어요.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이고 그림도 더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싶어, 여러모로 이 글은 꾸준히 업데이트하려 합니다. (그래도 형태가 이루어지니 뿌듯함이 있네요.)


  어렵지만 이번 편은 조금씩이라도 몸(뇌와 심장)에 스며들게 했으면 해요. 리처드 파인만의 말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있어요. '세상이 멸망하고 모든 지식을 잃어버린 인류에게 딱 한 문장만 전할 수 있다면 무엇을 전하겠냐?'라는 질문에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All things are made of atoms)라고 답했어요.


  그만큼 원자는 화학뿐 아니라 모든 과학 전반에 중요합니다. 앞으로 나올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와 같은 양자기술이 미래에 주력 사업이 되고 생활 전반을 지배할 겁니다. 그리고 사고 확장은 세상을 보는 눈을 넓어줍니다. 그러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들리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자신에게 전해지겠죠. 그러면 생이 조금 더 풍요롭게 재밌지 않을까요?


  타자 시 왼쪽 어깨가 찌릿찌릿하고 얼얼한 통증으로 다음 주는 쉬워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이번에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혹시나 화학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께는 더욱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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