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인왕산을 올랐다. 시청에서 출발한 길이었다. 광화문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든 아이들이 광장을 뛰어다녔다. 소풍에 나온 것처럼 신이 난 얼굴이었고,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졌다. 기도가 끝난 사람들은 경복궁 성곽 그늘진 곳에 나란히 앉아 쉬고 있었다. 부모의 품에 안긴 아기도 있었다. 사랑하자는 방향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잠든 아기를 오래 바라보았다. 천사는 잠든 아기의 코와 입을 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