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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 클로이 Sep 04. 2023

스.고.고! 스타트업을 고민할 때 고려할 것들

스타트업 이직,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이직에 필승법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겪어야만 증명되는 게, 그것도 퇴사할 즈음이 되어야 이것이 꽤 괜찮은 결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직이다.


9년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결심했을 때 사실 불안하진 않았다. 오히려 권태에 가까운 기획자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할 기회처럼 여겨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차에 스타트업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운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원칙이 필요했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일 것

서비스의 방법론을 다루는 곳보다,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곳이 망할 확률이 적다고 생각했다. '문송'한 내가 생각한 가장 직관적인 기준이었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일 것

여기에는 세 가지 확실한 조건이 붙었다. PO(Product Owner)나 PM(Product manager)로 포지션을 변경하고 싶었으며, 내가 일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메인을 공략하고 싶었다. 이미 게임과 커머스의 도메인을 밟았으니, 새로운 도메인을 하나 더 추가하면 근사한 이력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왕이면 스타트업 이력을 제대로 쌓아보고 싶었다. 내가 할 일이 많은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리즈A 수준의 신생 회사를 위주로 찾았다.


처우가 만족스러운 스타트업일 것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회사라고 할지라도 현재의 연봉에서 깎고 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연봉과 복지는 역시 다다익선.


위의 원칙을 기준으로 나는 Pre-A, 직원수 10명 내외, 생성 AI(Generative AI) 기술을 이용한 SaaS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PO 포지션으로 일하게 되었다.




과장 승진 후 멀쩡히 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듣보잡(?)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것이, 거기서 꽤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이 놀라웠는지 그 뒤로 주변인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나에게 맞는 스타트업을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가급적 '따질 수 있는 건 모두 따져라.'가 모토가 되었는데, 이를 정리한 <스타트업 이직의 원칙_v1.0_20230904_일단 최종>을 소개한다. 순서대로 따라하면 된다.


1. 내가 원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역량 강화(핫한 도메인 습득, 포지션 변경, 스타트업 경력 그 자체..)

돈(연봉 인상, 스톡옵션, 기타 현금성 복지..)

명예(회사의 네임밸류, 회사의 규모, 직책 획득..)

워라밸(자율근무제, 통근시간, 근무강도, 기타 근무환경..)

인맥(훌륭한 동료, 기타 스타트업 재직 시의 네트워킹 가능성..)

업무(일 자체의 재미와 보람, 내가 잘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위 우선순위를 벤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의 성장회사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각 항목에 해당하는 특징으로 나눠보는 것이다. 여기서 인맥은 나 자신이 회사 인맥의 일부이면서 회사를 통해 인맥을 쌓을 수도 있으므로 교집합으로 분류했다.


2. 분류에 따라 조금 더 나와 맞는 스타트업의 기준을 잡는다.

만약 내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회사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나에게 보상할 수 있는 부분인 경우라면 아래와 같은 조건의 스타트업을 추천한다.

시리즈 B 이전(pre A - A)의 투자 단계

정식 제품을 아직 론칭하지 않은 곳

직원 수 50명 미만의 규모

내가 맡아본 도메인과 다른 도메인을 가졌으면서, 이 도메인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


만약 회사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나에게 보상할 수 있는 부분>내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인 경우라면 아래와 같은 조건의 스타트업을 추천한다.

시리즈 B 이후의 투자 단계

이미 론칭한 제품이 1개 이상 있으며 시장 반응이 검증된 곳(매출 및 영업이익, 인지도 고려)

직원 수 100명 이상의 규모

블라인드에서 '새회사'가 아닌 회사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네임밸류




위 원칙은 어디까지나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로 가닥을 잡지 못한 분들을 위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위 내용뿐만 아니라 해당 도메인의 전망이나 회사의 재무 상태, 평판, 재직자들의 수준 등을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정보가 많을수록 내 결정의 신뢰와 객관성이 쌓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투자금이 많지 않을 확률이 큰 곳일수록 오너리스크(Owner risk)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때로 이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심장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축하한다. 무모한 당신이야말로 스타트업 신 스틸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RPG에서 힐러를 하다가 탱커로 전향하는 것 정도의 변화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게 내 게임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면야 과감한 전직이 대수랴. 오늘도 기꺼이 리스크가 있는 신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 오늘의 추천;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읽어보면 좋을 책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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