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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희 Jul 20. 2024

빵식이 아저씨를 보고

나누는 삶에 관하여

빵식이 아저씨 이름은 김쌍식이다. 

부모님이 쌍둥이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으셨나 보다.

(쌍식님의 쌍둥이 이름은 무엇일까?)


이 분의 삶의 방식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빵식이 아저씨라는 별명은 아마도 아저씨의 빵을 먹는 아이들이 붙여주었을 것 같다.


유퀴즈에 출연하러 서울 오는 날,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아이들 먹을 빵을 만들어 두고 나오셨단다.

가게는 그날 문을 닫고 오셨으니, 그날 매출은 0원이다.

아이들에게 주는 빵은 무료니까.



2021년도에 LG에서 의인상을 주겠다고 전화가 왔을 때 한사코 거절하셨다고 한다.

"빵 주는 게 그게 뭐 의인입니까?"


하지만 결국 "돈 때문에"받았다고 하시는데, 그 "돈 때문에"라는 말이 참 뭉클하면서도..

그래,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명예'보다 '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 빚 갚을 '돈'이 없는 이유가 남들 돕느라 그런 건데.. 하니,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LG의인상 상금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2천만 원.


자신이 하는 일이 "별 일" 아닌 듯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정말 우리가 선을 행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이 이처럼 "별 일" 아니게 삶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구나. 이렇게 삶 속에서 베풀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주는 것은 단순한 빵이 아니었다.

빵을 주면서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누가 괴롭히면 아저씨에게 이야기해라~"라고 하신다.

이런 어른이 주위에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

https://foundation.lg.or.kr/video/%EB%93%B1%EA%B5%A3%EA%B8%B8-%EC%95%84%EC%9D%B4%EB%93%A4%EC%97%90%EA%B2%8C-%EB%AC%B4%EB%A3%8C%EB%A1%9C-%EB%B9%B5%EC%9D%84-%EB%82%98%EB%88%A0%EC%A3%BC%EB%8A%94-%EB%B9%B5%EC%8B%9D%EC%9D%B4-%EC%95%84/

아이들은 아저씨에게 인사로 답례한다.

오며 가며 인사하는 아이들 목소리에 아저씨 얼굴이 환해지신다.

아저씨가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많이 없다 하신다.

매일 빵을 만드니까, 작업복만 입어서 옷도 안 사신다 한다.

본인을 위해 쓴다면, 일과 후 치킨에 맥주~


아마도 아이들의 밝은 인사로, 나누는 마음 자체로 충만한 삶을 살고 계시기 때문에 누구보다 행복하신 것이 아닐까? 빵집 이름도 행복빵집이다.

제빵도 적성에 딱 맞는다고 하신다. 

돈을 벌기 위해 매일매일 빵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에게 제빵은 노동이지만,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매일 새벽 빵을 만드는 사람에게 제빵은 사람을 살리는 의미 있는 활동이다.

아저씨가 왜 이런 나눔을 계속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빵을 나눠주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어려서 배고팠을 때 누군가 나눠주는 음식이 너무 고마웠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8살부터 제빵의 길을 걸으면서 늘 생각하셨단다.

'나중에 빵을 아침 못 먹고 가는 아이들을 위해 나누어줘야지'라고.


그리고 자기 가게를 열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 빵을 아이들에게 나누기 시작하셨다.


첨엔 주위에서 팔다 남는 빵이란 소문도 돌았단다.

그리고 그게 많이 속상하셨다고.

자기 의도가 오해받는 것에 속상하시는 모습에서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졌다.

성인군자는 아니시구나... 하는 마음에 잠시나마 안도했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뭔가 너무 다른 사람을 보면 불편한 마음이 무의식 중에 드나 보다.


팔다 남는 빵을 준다고 이야기했던 사람들도, 그것이 그들이 살면서 보아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빵식이 아저씨가 가장 빵을 주고 싶은 사람은 사실 어린 시절 자신의 가족들이라고 한다.

만약 어린 빵식이와 가족들에게 주어야 할 빵이라면, 그건 남들에게 양보할 수 없다고 하신다. 

그 말씀하실 때 어린 시절 너무나 배고픔에 힘들었을 김쌍식 씨와, 그것을 너무나 안타까워하셨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보는 쌍식씨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람은 자신이 느껴본 아픔에 가장 많이 공감하게 되나 보다.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까닭이다.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마음을 더 쓰기로 했다.

선행을 나중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어디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빵식이 아저씨에게 음식을 나누어주었던 이웃 주민들,

아이들에게, 못 사는 이웃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빵식이 아저씨,

사회는 이런 사람들로 인해 밝아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너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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