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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교 Sep 24. 2022

제 책, 제가 팔아보겠습니다

자신감: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시작은 출판 계약서였다. 에세이 책을 내기로 출판사와 계약하고 나서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해야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였다. 책 마케팅의 측면에서 말이다. 하루에 몇 권이나 쏟아져 나오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출판 시장, 특히 에세이 시장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노출되고 가닿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세울 만한 어떤 이력도 없는 저자인 나에게 마케팅은 책 판매와 직결되는 문제일 테니까. 정말이지, 책을 내자고 손 내밀어준 출판사에 고마워서라도 어떻게든 책을 많이 팔아야 했다. 책 한 권 내는 게 일생의 소원이라고 말하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요즘처럼 콘텐츠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책 출간’이라는 큰 투자를 받은 것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웠다.

 


초고가 이미 완성돼 있었냐고? 그것도 아니었다. 출판 기획서와 샘플 원고 몇 개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계약과 동시에 집필을 시작해도 모자랄 판인데,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누가 보면 출판사 마케터로 이직한 줄 알았을 거다. 시간 날 때마다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출판사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를 살폈다. 홍보에 활용하는 매체와 방법, 내용 구성, 그리고 각종 이벤트까지. 큰 출판사의 자본력을 내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는 책은 당해낼 수가 없겠더라. 그리고 아직 팔릴지 안 팔릴지 예측조차 안 되는, 이제 데뷔를 앞둔 작가는 이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마주했다.

 


누군가는 마케팅의 영역은 출판사의 몫이라고, 저자가 왜 그런 데 신경을 쓰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글이나 쓰지,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용이 좋으면 홍보 없이도 입소문이 나서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정석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면서. 당연하다. 하지만 경험상 그런 대박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 우선 독자가 책의 존재를 알아야 내용을 궁금해하고, 읽은 후에야 좋은지도 알 수 있다. 내 생애 첫 책의 운명을 어쩌다 한번 올까 말까 한 운에 맡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출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후 첫 만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출간을 앞둔 신간을 홍보하려고 보통 미리보기나 사전연재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독자들에게 가닿지는 않아 보였어요. 실제 책 판매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오디오북을 많이 듣거든요. 문득, 미리듣기는 어떨까 싶은 거예요. 안 그래도 바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 오디오북이라고도 하고요. 신간 미리보기 대신 그걸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편집장님의 반응을 살펴야 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대답했지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짧은 오디오클립 하나도 제작하려면 비용이 들 테니까.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업체에 맡기면 가장 좋겠지만, 추가로 돈이 들고 출판사도 부담스럽고….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저자인 내가 직접 낭독하고 싶다’였다. 책 내레이터가 되겠다는 이야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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