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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교 Oct 28. 2022

꼭 유튜브라야 할까?

전환: '안 되면 되는 방법을 찾자'

10월, 한 해가 저물어간다. 10이라는 숫자, 가을이라는 계절이 이상하리만큼 ‘저물다’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지난 열 달 동안 나는 무엇을 해냈을까, 곰곰 생각한다. ‘했다’ 대신 ‘해냈다’라는 표현이 먼저 떠올랐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들을 해낸 흔적이 머릿속에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거다. 책임과 의무의 영역.

 


매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뭔가 의미를 부여할 만한 영역의 일을) 한 것도 없이 참 빨리 흘러 가버린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이 경우에도 맞아떨어진다. 두 달 남은 시간이 곁에 머무르는 동안만이라도 잘 대접해 보내고 싶다. 10월이 가기 전에 오랜 고민에 종지부를 찍기로 했다. 

 





근본적인 질문부터 했다.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냉정해져야 했다. 유튜브는 오디오 콘텐츠만 달랑 올릴 수 없었다. 영상을 곁들이지 않으면 클릭조차 받을 수 없는 전문가의 세계였다. 음성 녹음과 영상 촬영, 편집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단시간 내에 배우고 적용해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고 뒤로 물러날 게 뻔했다. 지금도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글을 쓰다 지쳐 번아웃에 빠지는 나를 스스로 괴롭힐 가능성이 컸다.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려는 이유도 따져봤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수익을 바라고 하는 일인지 분명히 해야 했다. 이건 확실했다. 어릴 적 꿈을 이제라도 이루고 싶은 마음.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의지. 자아실현과 자기만족 같은, 오롯이 나를 위한 투자. 그렇다면 수익을 바라고 뛰어든 이들과 굳이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내가 가진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는 게 먼저였다. 

 


오디오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플랫폼으로서 유튜브가 적합한가? 꼭 유튜브라야 하는 걸까?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플랫폼인가? 결론은 ‘아니’였다. 그래서 등장한 체크리스트.      



✓무조건 쉬워야 한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오디오 콘텐츠라는 특징에 적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      

 


오디오 콘텐츠에 특화된 플랫폼 중에 이 기준에 맞아떨어지는 건 한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이었다. 채널을 개설하려면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콘텐츠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채널 개설 방법, 썸네일 이미지 만들기 같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초보 크리에이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자, 이제 채널 개설에 필요한 것들을 살필 차례. 채널 기획서, MP3 형식의 오디오 음원, 썸네일 이미지 준비 그리고 오디오 녹음·편집 프로그램 다운로드와 사용법 익히기. 2주에 걸쳐 하나씩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꺼내든 건, 첫 에피소드 원고. 사실,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마음먹은 그 무렵, 그러니까 수개월 전에 써둔 원고였다. 주제도, 내용을 구성할 소재도 한 번에 결정해 고민 없이 완성했던 글이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술술 나올 수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또 신나게 써 내려갔던 원고를 다시 열어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읽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부사 하나, 또박또박 소리 내면서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을 고치고 또 고쳤다.      

 





첫 책의 초고를 썼던 그 자리에 오랜만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마이크를 덮어씌웠던 흰 손수건을 걷었다. 그 위에 앉아있던 먼지가 공기 중에 날렸다. 조용한 손짓으로 날려 보내고 마이크를 내 앞으로 당겨왔다. 태블릿에 준비한 원고를 띄워 왼손에 꼭 쥐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빨간색 녹음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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