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눈으로 나를 보다
아내는 에너지가 참 많은 사람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고 늘 뭐라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비교적 내 기준으로 볼 땐 생산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는 밤새 비가 와서 텃밭이 포근포근한 찐빵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손가락과 팔이 아프다면서 동전만 한 일본 파스를 덕지덕지 붙였던 아내는, 어느 사이에 텃밭에 들어가더니 온갖 잡초를 양손으로 쥐어뜯어가며 뽑아 제킨다. 그러고는 어설픈 에셀 작업으로 생활비 정리와 한글학교 서류를 심각한 모습으로 작성한다.
정말이지 가만있지를 못하는 아내가 유일하게
분위기를 타는 날은 오늘처럼 비 오는 아침이다. 그러나 그녀는 화장을 곱게 하고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는 교사로 봉사하는 한글학교에 가기 위해 빗속으로 여전사처럼 걸어 나간다.
나는 택시에 짐을 실어주며 고요히 그녀를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