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도전, 무한 웃음

자가격리

by Bora

자기 격리 1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출발 국가인 케냐에서 2박 3일이나 걸려서 자가격리 장소인 평택에 도착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김포 어느 호텔에서 하룻밤 동안 격리를 하며 코비드 검사를 했다. 저녁 식사는 사발면 1개였는데, 호텔 직원에게 우리 아이들은 성인만큼 잘 먹는다고 했더니 컵 누룽지를 한 개씩 더 얹어 주었다.


3년 6개월 만에 한국에 온 우리 가족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자국민 입국이 어렸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며 이방인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행기 타기 3일 전에 검사한 코비드 음성 결과지

를 갖고 나이로비에서 도하를 경유해 인천공항에 도착 후 몇 가지 서류를 더 작성했다. 다행히 입국 전에 깔아 놓았던 ‘검역신고’ 앱이 있어서 등록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나이 든 한국 남자분들이 입국 수속하는 곳에서 허둥지둥 스마트폰에 검역신고 앱을 찾아 다운로드하는 모습이 안쓰웠고 어수선한 구석에는 몇몇의 어르신들은 아예 바닥에 앉으셨다. 그 속에 젊은 직원이 도움을 주는 친절한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짐을 찾아 나오자 공항 1층 한쪽에 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온 사람들을 따로 모아 놓았다. 우린 격리 호텔로 가기 위해 이동차량을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격리 숙소에는 저녁 7시쯤 도착을 했고 또다시 ‘자각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깔고 서류를 작성했.

한국 들어오기가 이렇게 번거로웠던가?라는 설움이 막 올라올 때쯤 숙소 샤워실에서 콸콸 쏟아지는 뜨거운 물은 긴장되었던 몸을 어루만졌고 오랫 만에 사용하는 비데는 지친 맘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아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한 공간에서 50대 초반의 엄마, 아빠와 덩치가 큰 사춘기 3명의 아이들 24시간 꼬박 함께 보 려니 맘이 무거웠다. 짜증과 불평의 시간으로 마냥 힘들 것만 같았던 시간이 벌써 1주일씩이나 지가 고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서로가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 사용하는 시간을 조율하며 개인생활을 지켜주려는 양보와 배려를 배우고 있.

첫째는 할머님 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이유 없이 웃으며 나와 남편에게 스킨십을 해 오고 있고 시크한 15살 딸은 상냥함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물론 막내는 엄마를 가끔씩 안아주는 센스쟁이다.

자가 격리하는 곳은 홀로 사시는 어머님 댁이다. 며칠 동안은 인터넷 설치가 안된 집에서 아이들은 하루 동안 정해진 데이터로 유튜브를 보며 왜 우리를 한국으로 데려와서 불편하게 하냐며 구시렁 거리 기도다. 인간의 적응력이 얼마나 뛰어 난지 바닥에 요를 깔고 지내는 생활도 곧 익숙해 졌

고 하루 24시간 전기 한번 안 나가는 편리함과 단수가 안 되는 생활을 감사하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국민은행 카드가 말소되어 사용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 팔순 넘으신 어머님이 집 밖에 사다 놓고 가신 달콤한 참외와 백오이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과자는 충분히 우리를 위로하고도 남았다. 그뿐 아니라 TV에서는 우리 가족에게 웃음을 주던 ‘무한도전’ 매일매일 재 방영되고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유튜브를 보다가 지루해지면 영락없이 TV 앞으로 쪼르륵 달려와 무한도전을 다.

무한도전은 우리 가족에게 무한으로 웃음을 주는 최애 예능 프로이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가족에게 함께 수 있는 공감 예능 프로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완전 무한도전 찐 팬이다. 코로나 19로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그에게 웃음을 주던 사람들은 젊었던 무한도전 멤버들이었다. 늘 긴장된 삶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

다섯 식구 중 남편과 둘째가 유독 무한도전 프로를 좋아하는데 주말이면 둘째가 ‘까르륵, 까르륵’ 숨 넘어갈 정도로 웃으며 유튜브를 보곤 했다.


내가 만약, 만약 유재석을 만난다면 꼭 이야기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남편이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나도 찐 팬이 라고...

매일 재 방송되는 무한 웃음을 주는 무한 도전에게 무한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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