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난이 찐빵

새해 목표를 발견하다

by Bora

2021년 12월 31일 저녁 내내 찐빵과 사투를 벌였다. 2022년 1월 1일 새해,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부풀어 오르지 않은 찐빵이 과제로 남아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보며 분석을 해 보았다. 나름 찾아낸 원인은 반죽이 제대로 발효가 안되었다는 것이다.

1월 2일 오기가 발동한 나는 호주 가이버의 레시피가 아닌 콩지의 착한 베이킹을 선택했다. 레시피를 따라 경건한 마음으로 반죽을 시작했다. 반죽 발효시간은 약 40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40분이 지났지만 반죽은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2시간쯤 지나자 약간 발효가 된 듯했다. 인내의 한계가 온 나는 반죽을 꺼내 가스 빼기를 하며 동글하게 모양을 만들어 2차 발효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반죽 양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레시피 용량을 지켰다.


찜솥 뚜껑도 투명한 것으로 바꾸었다. 눈으로 찐빵이 익어 가는 것을 지켜보니 흐뭇했다. 분명, 빵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혹시나 빵이 부풀지 않을까 봐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고는 찌기 15분, 뜸 들이기 10분을 더 기다렸다. 마침내 기도하는 맘으로 뚜껑을 활짝 열어젖혔다. 빵 사이즈가 커진 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바라던 찐빵 모양은 아니다. 복숭아처럼 봉긋 올라와야 할 찐빵은 이번에도 실패작이었다.

찐빵 한입을 베어 물은 남편님 왈.

"힘들게 찐빵 만들지 말고 사 먹자."

도대체 왜 빵이 부풀지 않았을까.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앞으로는 찐빵을 만들지 못할 것 만 같았다. 베이킹을 잘하는 분과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찐빵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차근차근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 답을 해 주었다. 빵이 부풀지 않은 이유는 드라이 이스트였 다. 몇 년 전에 사다 놓은 이스트를 상온에 보관했던 것이 발효 효과를 떨어트린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딸아이가 쿠키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테이블 위에 베이킹 재료를 챙겨 놓았었다. 그때 눈에 띄지 않았던 이스트가 딸려 나왔다. 베이킹 재료 한쪽에 플라스틱 에 가득 이스트가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그러나 전혀 찐빵 만들기에 관심이 없던 내게 그 불편한 존재가 열정을 불러일으킬 줄이야.


오래된 이스트로는 내가 원하는 모양의 찐빵을 만들 수 없다. 살아있는 효모로 만 찐빵은 부풀어 오른다. 당장 묵은 이스트를 버리기로 했다.

우리는 종종 버리고 비우고 나눌 때 새롭게 채워지는 기적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찐빵을 만들며 영감을 얻었다. 마음속에 어떤 열정, 열망이 일어나면 도전해 보는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시 시도하며 결점과 보안점을 찾아가면 된다.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이 또한 인생이다.

찐빵을 만들며 2022년 목표가 생겼다. 그동안 잠잠했던 그것. 다시 열정과 도전이다.



상온에서 4년 묵은 드라이 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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