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삽이라고도 불리는 히비스커스 주스

꽃잎 주스

by Bora

2015년 2주 동안 살짝 발만 담근 세네갈 방문에 대한 여행 기록을 최근에서야 정리를 했다. 여정에서 내 머릿속 한 공간에 저장되었던 음료에 대한 기억이 생각나 꺼내 보기로 한다.

세네갈에서 마셨던 음료 중에 맛이 독특한 비삽이라는 로칼 주스가 있었다. 비삽 주스는 세네갈 농장에서 재배되는 히비스커스 즉 무궁화 종류의 꽃이다. 야생이 아닌 식용으로 지배를 해서 꽃을 따 말려 판다. 예전에는 결혼식이나 잔치 때 히비스커스 주스를 만들어 손님을 대접했다고 한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가나안의 혼인잔치 날에 손님을 위해 최상의 포도주를 내놓은 것처럼 말이다.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히비스커스 꽃은 송이가 아닌 잔 부스러기를 모아 팔았는데 그 안에는 시나몬이나 생강, 통후추와 클로버라는 향신료가 섞여 있었다. 이런 종류는 대부분 뜨거운 차로 마신다. 그러나 풍미가 진한 오리지널 주스는 최상의 꽃잎으로 만든다. 그래야 주스 색이 붉고 예쁠 뿐 아니라 풍미와 새콤한 맛까지 누릴 수 있다. 나는 주스의 맛보다 색에 반해 버렸다. 레드와인 보다, 성찬식의 포도주 보다, 라즈베리 주스보다 강렬한 비삽 주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홈메이드 히비스커스 주스

세네갈 선교사님이 케냐에 잠시 방문한 적이 있다. 고맙게도 나에게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어봐 주셨다. 나는 염치 불고하고 혹시 히비스커스 꽃을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선배는 사하라 사막 농장에서 재배되는 최상의 꽃잎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아 오셨다. 선배에게 주스 만드는 법을 직접 배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안되었고 말로 전수를 받았다. 나는 꽃값 대신 선배와 세네갈에 계신 민어 김 사장님께 케냐 AA 커피를 선물로 드렸다.

귀동냥으로 들은 레시피와 네이버의 정보를 종합해서 히비스커스 주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인기가 별로 없는 향신료는 다 빼기로 했다. 세네갈에서 비삽이라고 불리는 주스는 케냐 나이로비 나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주스 만드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첫 번째는 과정은 큰 그릇에 고사리처럼 바싹 마른 꽃송이를 담근다. 샤워를 시키듯 조심스럽게 물로 세 번쯤 씻어준다. 싱크대 구멍으로 빨간 물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먼지처럼 작은 모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 작업이 필수이다. 말린 꽃잎 양은 약 50g 정도다.

두 번째 과정은 큰 양은 볼에 정수된 물을 가득 채운다. 우리 집에서는 수시로 마시는 물은 마트에서 사 오고 요리를 할 때는 집에서 정수를 한 물을 사용한다. 깨끗이 씻은 꽃잎을 밤새도록 우려낸다.

세 번째는 커다란 들통에 꽃잎을 넣고 팔팔 30~40분쯤 끓인다. 오그라진 꽃잎이 쫙 펴질 때까지.

네 번 때는 가스불을 끄고는 생민트 두움 큼을 넣어 준다. 그리고 바닐라 향 액상을 밥숟가락으로 두 번 정도 휘리릭 뿌려 주고는 설탕량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넣어 주면 된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레시피다. 마지막으로 새콤함을 추가하기 위해서 레몬즙을 넣고 껍질은 작게 잘라 넣어 주면 상큼, 새콤, 달콤한 주스가 된다.

다섯 번째는 주스가 완전히 식으면 모든 건더기를 꽉 쫘 준다. 주스의 이물질이 가라앉으면 펙트 병에 넣은 뒤 냉동고에서 꽁꽁 얼리는 것이 포인트다.

시어머님께서 주신 들통에 꽃잎을 끓이다

주스를 마시는 방법은 냉동한 페트병을 냉장고로 옮겨서 자동으로 해동하면서 마신다. 시원하게 주스 자체를 마시는 방법이 있고 탄산수를 섞어 마시기도 한다. 아이들은 얼음을 띄워 먹기도 하고 살얼음으로 남은 주스는 슬러시처럼 먹는 .

주스를 한번 만들면 2리터 페트병으로 약 8병이 나온다. 병에 넣을 때 바닥에 깔려있는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홈메이드 히비스커스 주스는 우리 가족에게 인기가 좋을뿐더러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어느 한인 분에게 선물로 한병 드렸더니 아들이 혼자 다 마셨다 하고 어는 분은 남편이 너무 좋아한다며 레시피를 물어 왔다. 정작 주스를 만드는 나는 마지막 단계에서 몇 번 맛을 볼뿐이다. 그러나 내가 계속해서 히비스커스 주스를 만드는 것은 순전히 과정을 즐기는 것이요, 가족과 타인을 위함이다.

핀터레스트 앱을 통해 히비스커스 주스의 다양한 식용법을 찾아보았다. 아랍에서는 우유를 넣어 먹는 히비커스 라테가 있었다.

어느 음식점 사장님이 과일 주스를 만들어 팔아보고 싶다고 했다. 가끔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히비스커스 주스를 선물로 가지고 간 적이 있다. 너무 맛있다 하여 주스를 만들어 팔아 보라며 레시피를 드렸다. 며칠 전에는 히비스커스 라테도 설명해 드렸더니 인도 사람들이 잘 사 먹는다며 좋아하셨다.

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을 좋아한다. 음식은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백 마디의 말 보다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세네갈에서는 비삽이라고 불리고 나이로비에서는 히비스커스라고 부르는 주스를 만든다.

냉동고 안에 들어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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