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김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의 비법

by Bora

한 달에 한번 배추김치를 담그게 된 지 4년쯤 되었다. 우리 가족 5명이 배추김치만 먹는 것은 아니다. 종종 누군가 열무와 얼갈이를 주시면 담가 먹기도 하고 깍두기나 알타리, 부추김치, 무생채와 피클을 만들어 먹으니 오롯이 가족을 위해 배추김치를 담는 것은 아니다. 배추김치를 자주 담게 된 계기는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이 컸다. 케냐에서 싱글로 일하는 청년들에게나 교환학생으로 와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밟히거나 아이들 키우느라 김치를 담가 먹는 것을 버거워하는 이들에게 조금씩 나누기도 했다. 지금은 까르프 마트에나 주끼니 야채가게나 한국농장이나 중국 마켓에서 배추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배추김치는 물론 파김치, 갓김치, 알타리, 부추김치, 깍두기, 섞박지 등등 종류별로 김치를 파시는 한인 분들이 계신다.


캐나다 한인 1.5세의 Miss홍은 키가 조금 작고 귀염성이 있었다. 그녀는 웃을 때마다 살짝 보이는 덧니가 참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케냐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 직원으로 발령을 받아 일하던 중 함께 일하는 직원의 소개로 인터내셔널 교회를 오게 되었다. 케냐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하고 한국음식이 그리웠다고 했다. 나는 이모처럼 그녀에게 김치와 한국 음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집에 놀러 와서 김치를 먹어본 백인 친구들이 너무 맛있다며 Miss 홍에게 주문을 할 수 있냐고 물었던 것이다. 나에게 김치를 담가 줄 수 있냐고 묻는 그녀의 다정한 말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김치 레시피가 탄생되었다.

지난해 Miss홍은 두바이로 발령을 받아 케냐를 떠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되자 그녀는 캐나다로 돌아가 재택근무를 하다가 다시 케냐로 왔지만 근무지를 옮겼다. 그녀를 통해 김치를 주문한 친구들은 다른 한인분에게 소개를 해 주었지만 레시피는 여전히 우리 집에서 사용되고 있다.


만 15년 전부터 로칼 시장에서 알게 된 프란시스 아저씨가 있다. 이 부부는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했는데 배추와 무를 팔았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어디에서 배추와 무를 갖고 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집의 것만 크고 속이 실했다. 프란시스 아저씨는 장이 크게 열리는 화, 금요일에는 어김없이 배추를 가게에 진열해 놓았다. 그때는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농장도 없었고 판매하는 분도 안 계셨다. 그러나 프란시스 아저씨 가게에는 식당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분들과 많은 한인들이 몰려왔다. 그곳에 가면 케냐에 온 새로운 얼굴을 보기도 하고 그동안 그리웠던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 이후 프란시스 아저씨의 가게를 가지 못 했다.

어느 날, 프란시스 아저씨의 아내에게 배추와 다른 야채와 과일을 주문하면 갖다 줄 수 있냐고 묻자 그녀는 유쾌하게 "물론"이라고 말했다. 때론 질이 떨어지는 물건이 오기도 하지만 까르프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무엇보다 큰 유익은 배추를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프란시스 아저씨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돈의 계산도 정확하다. 그래서 아저씨의 아내를 위해 때때로 선물을 챙기기도 한다.


사실, 김치 맛의 포인트는 한국의 고춧가루이다. 케냐 고추는 너무 매워서 속이 쓰릴 정도이고 때론 김치가 무르기까지 한다.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다 보니 까나리액젓도 너무 강했다. 다들 자기 집만의 김치 만드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김치의 기본 베이스는 배추를 잘 절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재료 없이 마늘과 액젓과 고춧가루만 넣어도 숙성이 잘되면 맛이 좋다. 혹여나 맛이 없는 김치는 익혀서 찌개나 김치에 들기름을 넣고 볶거나 김치볶음밥이나 김치전을 해 먹으면 된다.

케냐처럼 전기가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김치를 익혀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금방 쉬고 만다. 나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김치를 담그자마자 김치냉장고나 일반 냉장고에 넣는 것이다. 나름 외국인들을 위해 만드는 김치는 더 신경을 써야했기에 유튜브 채널이며 인터넷과 요리책을 보며 연구를 했다. 나의 레시피 배추김치는 6개월, 1년을 두고 먹는 김치는 아니다. 막김치의 기간은 1달이나 2달쯤이고 포기김치로는 6개월쯤까지는 괜찮다. 익기 전의 맛은 샐러드처럼 상큼하고 아삭하다. 누군가가 나의 김치가 익으면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난다고 했다. 그 비법을 공개한다.


배추를 잘라 소금을 뿌려 절이는 동안 감자를 삶았다. 미리 냉동고에서 꺼내 놓은 빨간 생고추와 생강 그리고 파프리카와 무, 마늘, 서양 파라고 불리는 릭의 흰 부분과 보라색 양파, 사과를 준비했다. 태국에서 온 피시소스와 미리 끓여 놓은 육수를 번갈아 가며 모터 기능이 튼튼한 믹서기에 휘리릭 갈아 준다. 육수는 당근, 양파, 양배추, 매운 고추, 무, 늙은 호박과 사과, 마늘, 파뿌리, 멸치 그리고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감자는 밀가루 풀 대신으로 사용한다. 사실 톡 쏘는 맛의 비밀은 삶은 감자에서 나온 것이다. 갈아 놓은 모든 소스에 한국 고춧가루를 넣고 설탕은 조금 넣어 단맛을 가미시키고는 `비락 비락' 잘 섞이도록 저어 준다. 릭의 잎 부분을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고 채칼로 주홍색 당근을 썰었다. 절여 놓은 배추를 세 번쯤 씻어 물기를 빼고는 큰 고무 대야에 쏟는다.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를 붓고 그 위에 서양 파와 당근을 넉넉히 뿌려준다. 그리고 장갑을 끼고는 열심히 버무려 주면 우리 집의 `사이다 맛 김치'가 만들어진다. 그녀를 위해 김치 한 팩을, 그를 위해 김치 한 팩을, 생긋 웃으며 또 다른 이를 위해 한 팩을 담아내는 재미가 솔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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