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뭇국

새우 머리로 육수를 내다

by Bora

케냐 엘도렛이라는 지역에서 그레이스 팜을 운영하시는 한국분이 계시다. 농장 운영자는 사업하시는 분은 아니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영농후계자의 삶을 살다가 케냐로 농업을 전수하로 오신 선교사이다. 그가 선교를 하는 곳은 케냐의 AIC라는 아프리카 내륙 교회라는 교단이다.

엘도렛 농장에서 토요일마다 한국 야채가 나이로비로 내려오고 있다. 그는 한인들에게 야채를 판 수익금으로 농업을 배우는 청년들에게 월급을 주고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 이곳 외에도 두 곳의 농장에서 한국의 야채와 딸기가 한인들에게 보급되고 있다.

케냐는 사계절의 기후가 비슷하다 보니 한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의 NGO 단체에서 농장을 시도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선교사는 길거리의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농장을 운영해서 까르프라는 마트에 야채를 납품을 하기도 한다. 어느 미국 선교사는 버섯을 재배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NGO단체와 선교사들의 농장 운영은 현지인들이 농업 기술을 배워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2009년, 그러니깐 13년 전쯤에 만난 한국 분이 있다. 그는 UN 산하 기구에 있는 국제 NGO 단체에서 일하시던 김박사님이셨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그가 택한 나라는 아프리카 케냐였다. 그는 우리 집 큰 정원 한쪽에 닭장을 만들어 닭을 키우며 연구를 하고 싶어 했다. 우리는 기꺼이 땅 한 부분을 내어 드렸고 그는 닭에게 특별한 먹이를 주었는데 '마'를 말려서 간 것을 사료와 섞어서 주었다. 김박사님은 마를 먹은 닭이, 낳은 계란을 연구했다. 그는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탄자니아에서 한국의 카이스트, 카이스트에서 다시 르완다로 갔다.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그다.

선진국에서 아프리카에 농업 쪽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의 코피아가 아프리카의 일곱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케냐에서도 현지인들에게 농업을 전수시키고 있다. 케냐 한글학교 학생들도 코피아 농장으로 소풍을 3번쯤 간 적이 있다. 아이들은 딸기농법이나 자연산 두엄 만드는 법과 계란이 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농업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진작부터 유럽에서는 케냐에서 재배되는 꽃이며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으니 앞으로 농업 분야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한글학교에서 케냐 코피아 농장으로 소풍을 가다

케냐 벼룩시장에 그레이스 팜에서 판매하는 야채 목록이 올라왔다. 나는 카톡으로 알타리와 무, 청경채, 애호박, 부추, 시금치, 고추와 상추를 주문했다. 이외에도 농장에서는 깻잎과 배추, 한국의 백오이, 파프리카, 쑥갓, 얼갈이, 딸기, 딸기잼과 건망고가 나온다. 시기에 따라 종류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한국의 야채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사실 나는 알타리 김치가 먹고 싶어서 주문을 한 것이지만 이 기회에 이것저것 구입을 했다.

우버택시에 야채 박스를 싣고 오는 동안 마음이 설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큰 다라에 농장에서 친절하게 다듬어 주신 알타리를 쏟았다. 한쪽 다라에는 수돗물을 틀고 밑동을 자른 청경채와 시금치와 부추까지 담그니 야채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흙들이 부스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아들의 점심 도시락에는 꼭 국이 들어가야 한다. 고기반찬 이 없을 때는 밥이랑 국만 싸 달라고 할 정도로 좋아한 다. 며칠 전에 끓인 미역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소고기 뭇국을 끓이기로 했다. 하얀 무를 뚝딱뚝딱 자르니 수분이 가득했다. 무를 한 조각 집어 입안으로 넣으니 달달 한 맛에 식감까지 아삭거리니 좋았다. 보라색 양파를 자르고 당근은 색을 낼 겸 넣으니 소고기 뭇국인지 야채 국인지 분간이 안돼 었는데 거기에다 송이버섯도 듬뿍 썰어 넣었다.

고혈압 약을 먹는 남편은 아들과는 달리 국물 요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지 만 국을 끓인 날 한 번만 먹는다. 국물 양은 국자에 따라온 국물뿐이다. 그러나 나는 손이 얼마나 큰지 큰 냄비에 뭇국을 가득 끓이기로 했다.

사실, 한국 무가 시장으로 나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단무지를 만드는 긴 무가 가끔 시장에 나오면 깍두기와 단무지를 담거나 무생채 아님 오늘처럼 뭇국을 끓였다. 그러나 속을 알 수 없는 무 속은 어느 때는 수분이 많았지만 어느 때는 스펀지처럼 바람이 들어 속을 긁어내고 요리를 했다. 그만큼은 무는 귀한 식재료였다.

음식에 대한 열정이 많으신 한국분들은 한국에 갔다 올 때면 무씨를 사 와 텃밭에 심기도 했다. 땅이 없는 아파트에 사시는 어느 분은 로칼 시장에서 한국 배추를 파는 아저씨에게 무씨를 선물로 주고는 키워서 팔라고 까지 했다. 이렇게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무씨가 보급되면서부터 로칼 시장으로 한국식 무가 나오게 되었다.


나는 모든 국물요리와 김치를 담글 때 육수를 사용한다. 이번 국물도 좋은 건 다 때려 놓고 육수를 끓였다. 큰 냄비에 얼려놓았던 생새우 머리와 무, 다시마, 멸치, 양파, 고추, 양배추 그리고 호박과 당근을 넣고 푹 끓였다. 평소에는 새우 머리를 넣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해안도시에서 주문한 새우가 싱싱했던 터라 머리만 따로 떼어 냉동고에 보관을 해두었다. 팔팔 끓인 육수의 건더기는 버리고 국물은 빈 통에 담아 냉동고에 보관을 했다.

오늘 뭇국은 생새우 머리가 들어 간 육수를 넣고 끓였다. 야채와 진한 새우맛이 어우러지니 해물탕 맛까지 난다. 간 맞추기는 태국에서 온 피시소스 한 스푼과 국 간장 그리고 매운 고추를 넣어 주니 아들의 도시락 반찬이 완성되었다. 뭇국이 떨어지면 다음에는 무슨 국을 끓여할지 살짝 고민스럽지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련다. 무엇보다도 냉동고에 꽁꽁 얼려 놓은 육수가 있으니 '하쿠나 마타타'다.


* Hakuna Matata은 스왈리어로

'아무런 걱정이 없다'라는 뜻이다.

케냐 코피아 농장에서 수확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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