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냄새가 가득한 딜리버리 박스가
24시간 만에 나이로비로 상경했다
커다란 G4S차량이 배달 중에 고장이 나서
박스 위에 생선이라고 쓴 것만 작은 차로 이동시켰다는데
해가져 어둑어둑한 시간에도
도무지 연락이 안 온다
저녁에는 G4S회사는 딜리버리를 안 하는 게 원칙이란다
해안가에서 물건을 보낸 이와 나이로비에서 기다리는 이는 맘을 졸인다
몸바사 생선 사장님의 다그침과 애끓는 마음이 배달회사에 닿았는지
밤 9시가 되어서야 소형 G4S차가
비탈길을 어그적거리며 올라온다
몇 차례씩이나 포장을 한 박스를 열었다
냉동되었다가 녹아버린 오징어와 조기가 비릿한 바다냄새를 흠뻑 쏟아낸다
떠나는 차 안으로
케냐티 한잔씩 드시라며
작은 돈을 사람들의 손에 쥐어준다
컴컴한 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검은 얼굴을 보니
저녁 내내 긴장하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