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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비빌언덕

by Bora

토요일 미미 씨는 외출 후 오후 3시쯤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 너머의 센터 빨랫줄에는 화려한 색감의 옷이 가득 널려있었다. 금요일 저녁에 여학생 3명이 센터에 왔었기에 그네들의 빨래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래가 꽤나 많았기에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일 센터에 머물고 있던 여학생은 한 명뿐이었다. 그녀는 22살의 고레티이다.

고레티는 나이로비대학에서 관광학을 공부하는데 나이로비대학 메인인근에서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데 월세는 한국돈으로 약 36,000원이라고 한다. 그녀는 친구와 반반씩 방값을 내고 있었다. 자취촌은 주말에만 물이 나오는 바람에 주중에는 사용할 물을 통에 받아놓는다고 한다. 그동안 밀려있던 빨랫감을 센터에 갖고 온 것이다.


가뭄이 길어지다 보니 물이 귀한 나라가 요즈음에는 더 귀하다.

일요일에는 비닐봉지 한가득 신입생 남학생들이 빨랫감을 센터로 갖고 왔다. 센터가 빨래터가 되어 버렸지만 그들이 그나마 비빌언덕이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어렸을 때부터 부족함과 없음에 대한 삶이 익숙해서일까.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물과 전기가 없어도 불평이 별로 없다.

어찌 보면 삶이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미 씨는 오늘 만큼은 바람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살고 싶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춤추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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