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센터는 우리 집에서 택시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그나마 인근에서 제일 가깝고 큰 쇼핑몰이다. 멋처럼 만에 새로 생긴 카페를 기웃거려 보고 안 가본 장소도 엿보다가 옥상에 있는 야외식당으로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자 한 청년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나는 키스왈리로 '다와'라는 생강꿀차를 주문했다. 웨이터 청년은 키스왈리로 말하는 외국인이 흥미로운가 보다. 그가 웃으면서 '꿀'이 스왈리어로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다.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쇼핑몰 이름인 '싸리'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나의 위트에 웃으면서 꿀은 '아사리'라고 알려준다. 오전 10시 30분, 식당가는 한가로워 보였다. 그는 내 앞에 서서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눈치다.
청년의 고향은 나록마사이 부족이 사는 인근이라고 했다. 케냐에서 가장 유명한 마사이 마라라는 국립공원이 나록 부근에 있다. 케냐엔 45개 이상의 부족이 있는데 그중에 그는 아주 작은 부족인 꾸리아 사람이라고 한다. 그네들이 마사이 부족과 가까이에 있으니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았다.
마사이 부족은 케냐에서 유일하게 예전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물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성복을 입지만 그들의 지역에 들어서면 화려한 천과 담요가 옷이 된다. 그들은 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웬만해서는 떠나지 않고 소와 염소를 키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자리에서 가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방목을 한다. 그러다 보니 가뭄이 들면 그네들은 풀과 물이 있는 곳으로 가축을이동시킨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한 곳에 머물러있지만 남자들은 온 집안의 재산인 가축을 돌보기 위해서 몇 달 동안이나 집을 떠나 있다. 그곳 사람들의 주식은 고기와 우유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도 야채를 먹을 것이라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바람에 꾸리아 청년에게, 너의 고향사람들은 어떤 야채를 먹느냐고 물었다.그는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들의 고향에서 먹는 나물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케냐 사람들이 즐겨 먹는 케일볶음이 아니라 야생에서 자라는 나물을 먹는다고 한다. 초원에서 자라는 나물은 엄청 쓰다며 나물요리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물을 삶은 물은 버리고 다시 1시간 이상을 끓이다가 기름으로는 볶지 않고 소금으로 만 간을 해서 고기랑 먹는다고 한다. 내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입맛이 도는지 군침까지 삼켰다.
거기에다가 꾸리아 부족의 아이들은조부모가 키운다고 한다. 엄마는 아기가 모유를 먹을 때까지만 키우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는 할머니댁에서 자라고 부모님은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학비만을지원한다는 것이다. 내 머릿속으로는 그들의 양육방식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는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사진첩에서 자신의 고향집을 보여주었다. 한 울타리 안에는 여러 채의 흙집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 집은 우리 할머니집이고 그 옆에는 작은 아버지 집이고 그 옆에는 우리 부모님 집이라고 소개를 한다. 한울타리 안에 10채나 되는 집들이 보였다. 식구들이 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아사리'라는 꿀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그는 그제야 자신이 손님 앞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나 싶었는지 머리를 긁적거린다.
꾸리아 청년의 눈빛에서 그가 고향과 조부모를 아주 많이도 그리워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고향에는 일할 곳이 없어서 일찍이 나이로비로 상경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삶은 척박할 뿐 아니라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단지 생강꿀차를 스왈리어로 '다와'라고만 주문했을 뿐인데 그는 자신의 고향과 음식문화와 가족의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무엇이 그의 가슴을 울렸던 것일까.
꾸리아 청년이 고향과 가족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듯이 나 또한 나의 고국과 가족이 그립다. 혹시라도 그를 다시 만나기라도하면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나는 코리아 사람이고 나도 너처럼 산나물과 들나물을 좋아한다.'라고.
4월 3일(수), 감사 일기
1. 순수한 꾸리아 청년을 통해서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감사.
2. 그리움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추억이 많다는 것이다. 꾸리야 청년의 마음을 읽게 되어서 가슴이 따스하다. 그래서 감사.
3. E는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성숙한 사람이다. 고민하는 부분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어서 감사.
4. 셋째가 이틀이나 열이 나고 배앓이를 했다. 저녁부터는 약을 먹지 않고 밥을 잘 먹어서 감사.
5. 매일 저녁마다 둘째는 다음날 점심 도시락을 스스로 준비한다. 자신의 일을 잘 챙기는 딸이라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