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잘 잤습니다

20일

by Bora

어제저녁에 독일로 출장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가 크다. 저녁 9시 30분이 넘어서자 두 딸은 나에게 "엄마, 문단속했어요?"라고 묻는다. 케냐 나의 집에서는 저녁 10시가 넘어가기 전에 모든 문을 걸어 잠근다. 외부세계와 이어지는 메인 블랙 게이트에는 3개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마당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문엔 커다란 자물쇠로 잠가야 하고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문안 쪽에도 자물쇠 한 개, 그리고 밑에 안전잠금을 해야 한다. 부엌에서 밖으로 나있는 문에도 자물쇠(남편이 있을 때는 안전잠금만 한다.)와 아래쪽에 안전장치를 다. 거실에서 방 쪽으로 이어지는 철문에 자물쇠를 다시 채우고 마지막으로 방마다 잠을 자기 전에 문을 잠근다. 물론 모든 창문들은 꼭꼭 잠글 뿐 아니라 커튼을 다친다. 케냐의 우리 집에서는 매일 밤마다 이 작업을 끝내야지만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


비가 오는 우기철이면 나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전기장판을 켜고 잠을 자야. 생각보다 아프리카는 밤과 새벽 그리고 아침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춥다.

전기 불을 끄고 눈을 감자마자 30분쯤이나 지났을까 다시 잠이 깼다. 우리 집의 지킴이인 개 두 마리가 있는데 볼트와 곰돌이다. 얘네들이 마당에 있는 무엇인가를 건드리는지 자꾸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던 것이다. 잠들었던 귀가 쫑긋해지면서 잠이 후딱 달아나 버렸다. 몸을 일으켜서 커튼을 살짝 재치고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마당은 고요하다. 아무래도 남편 없이 안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잠꾸러기인 나도 예민해지는 것 같다.

카타르에서 환승을 준비 중인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비행기 안에서 어지럼증이 재발되었을까 싶어서였다. 다른 때 같으면 밤 10시면 잠을 자던 내가, 12시가 훌쩍 넘어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다. 남편은 그런 내가 염려스러운지 괜찮으니깐, 걱정 말고 빨리 자라고 한다.

스위치를 꺼놓았던 전기장판을 다시 켰다. 등이 따스해지면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알람소리가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평소 같은 아침이면 나는 침대에 서 늦장을 부리고 남편이 먼저 일어 나서 집안의 모든 문을 열쇠로 열고 커튼을 재키지만 앞으로 8박 9일 동안은 내가 이 작업을 해야 한다.

남편이 독일에 잘 도착했다는 글을 가족 왓젭 방에 남겼다. 독일의 아침은 쌀쌀한가 보다. 케냐에서 반팔을 입고 간 남편이 걱정은 되지만 다행히도 전정신경염이 재발되지 않았다.


4월 2일(화), 감사 일기

1. 남편 없는 집에서 나와 두 딸이 밤잠을 잘 잤다. 안전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2. 1주일 동안 아이들의 학교통학은 우버택시를 예약했다. 기사가 오전과 오후에 시간을 잘 지켜서 감사하다.

3. 센터에서 지내는 레위가 공동체의 생활비를 개인돈으로 사용했었다. 그가 용서를 구했기에 남편은 돈을 갚을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레위가 우리 집 정원의 잔디를 케냐 낫으로 잘랐다. 성실히 일한 레위에게 감사하다.

4. Y에게 차요태 49개를 오토바이로 보냈다. 그녀는 돈을 주고 구입하길 원했지만 무료로 보내 주었다.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5. 독일에 도착한 남편의 몸 상태가 나빠지지 않아서 감사하다.


Y가 보내온 치킨 셋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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