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결혼 22년 차를 지나 올해 11월에는 23년 차를 맞이한다. 케냐에서 17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우리가 떨어져 지낸 적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2008년, 시아버님이 수술한 암이 재발되는 바람에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서 남편이 한국으로 급히 출국했을 때와 남편이 요로결석으로 한 달을 고생하다가 결국은 혼자서 한국으로 치료차 떠났을 때와 봉사팀이 오면 시골여행으로 동행했을 때다. 그러나 그때마다 집에는 나와 아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치안이 좋지 않다 보니 단기봉사자가 함께 있었다.
우리는 한국을 방문하기라도 하면 가고 오는 것도 늘 함께한다.
우리 부부가 함께 있는 것은 특별히 사이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케냐라는 환경이 큰 몫을 한다. 만약에 우리가 안전한 지역이나 아파트에 살았다면 어쩌면 행동이 더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현지마을에서 외국인 가족은 우리뿐이다 보니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편은 가족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웬만해서는 몇 날 며칠, 집을 비우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오늘케냐를 떠났다.
지난주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발작한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과 어지럼증의 증상은 전정신경염이었다. 약을 복용하고부터 서서히 몸이 회복되어 가는 중이다. 의사는 2주 동안 안정을 취하면서 비행기를 타지 말라고 권유했지만 남편은 카타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케냐에서 카타르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도화 공항에서 독일행비행기로 갈아타면 프랑크푸르트에는 화요일 아침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곧바로 콘퍼런스 장소로 이동하는 스케줄이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나 식성, 취미, 취향,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다르다. 나는 국물 있는 음식과 나물과 장아찌 종류를 좋아하지만 남편은 물기 없는 음식 종류인 만두, 튀김, 어묵, 마른반찬을 좋아한다. 나는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하지만 남편은 SF 장르를 좋아하고 나는 사람들과 어울림을 좋아하지만 남편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시골에서 3남 1녀 중에서 막내로 자랐는데 조심성과는 거리가 멀고 남편은 도시에서 2남 2녀 중에서 셋째로 자랐는데 신중하다. 이렇게 다른 성격의 사람이 만났으니 신혼기간엔 서로의다른 점이 좋았지만 중간에는 달라도 너무 다른 점으로 갈등도 있었으나 지금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수용하며살아가고 있다.
4월 1일(월), 감사 일기
1. 남편이 8박 9일 일정으로 출장을 떠났다. 새로운 환경인 독일에서 정서적으로 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어서 감사.
2. 남편 있어서 참 좋고 부부로 23년을함께 살아가니 감사.
3. 아이들이 부활절 연휴 기간(3박 4일)에 잘 쉬어서 감사.
4. 부쩍 자란 쑥을 따서 말리기 시작했다. 쑥이 마르면 K에게 선물로 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작은 것이라도 준비하는 마음은 늘 기쁘고 감사하다.
5. 남편의 캐리어에 원두커피를 30개를 넣었다. 케냐의 맛 좋은 커피가 독일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본다. 그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