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22일

by Bora

글사랑 첫 모임은 2018년 9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5년 하고도 6개월이 되었다. 내일 우리 집으로 멤버들을 초대한다. 모임 때마다 우리 집이 나이로비의 외진 곳에 있다 보니 내가 늘 시내 쪽으로 나가곤 했다. 때마침, 남편이 독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집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사무실은 집 대문을 열면 다섯 발자국만 걸으면 도착한다. 집과 사무실의 대문이 마주 보고 있어서 수시로 두 공간을 오간다. 나름 남편을 배려하다 보니 글모임 멤버들을 초대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 버렸다.


글모임 인원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다. 멤버 모두는 여성인데 월남쌈을 참으로 좋아한다. 내일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지난주부터 과일과 야채, 고기와 속재료를 사다 날랐다. 이 메뉴를 준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까르프에서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라이스페이퍼를 발견한 것이다. 그전에는 냄비 뚜껑만 한 사이즈만 있어서 반으로 잘라먹곤 했는데 중국 식재료 사이에서 우연찮게 작은 사이즈를 발견했다. 나는 신이 나서 라이스페이퍼를 한꺼번에 5팩이나 사버렸다. 또다시 마트에 가기라도 하면 라이스페이퍼가 없어질까 봐서 2팩이나 3팩을 사 오곤 했다. 케냐살이 17년이 다되어 가지만 필요한 게 눈에 보이면 일단 사놓는 버릇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물건이나 식품이 품절되면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월남쌈 재료 준비를 위해서 어제는 단무지를 썰어 놓고 오늘 아침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자마자 닭가슴살과 오징어를 삶고 야채를 씻었다. 삶아서 식힌 닭가슴살과 오징어는 채 썰고 노랑주황빨간색 파프리카와 잘 익은 토마토, 가시오이는 속을 발라내고 얇게 썰었다. 치커리처럼 생긴 상추와 고수는 물기를 털어서 먹기 좋게 썰고 햇마늘은 납작납작하게 편을 가르고 매운 고추는 작게 잘랐다.

내일 아침엔 사과를 잘라서 갈변 방지를 위해서 잠깐만 설탕물에 담글 것이고 통조림용 파인애플을 자르고 나서는 그 물에 태국에서 온 피시소스를 섞어서 담백한 소스를 만들어 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식사 직전에 쌀국수를 삶고 아보카도를 자르기만 하면 풍성한 월남쌈이 될 거다.


4월 4일(목), 감사 일기

1. 오전 내내 글모임의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하다. 좋은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2. 우기철이다 보니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났다. 빨래를 처마밑에서 야외 빨랫줄로 옮겼다. 우기철에는 유난히 해님이 반갑다.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해에 대한 고마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3. 지난주에 둘째 아이가 육포를 먹고 싶다고 했다. 기억해 두었다가 소고기 설로인파트인 등심을 양념해서 잠시 재워놓았다가 식품건조기에 말렸다. 딸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감사하다.

4. 우기철에 비가 오면 전기가 자주 나간다. 요즘은 전기가 안 나가니 감사, 감사하다.

5. 카톡으로 민감한 일에 대해서 대화를 하는 것은 긴장감이 맴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오해 없이 잘 전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등심으로 만든 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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