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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2백만 원

55일

by Bora

페북 친구가 봉사팀을 이끌고 케냐에 도착했다. 그의 아들 부부와 손주 셋은 케냐의 지방에서 선교를 한다.

케냐에 처음으로 방문한 그는 입국할 때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직원과 대판 실랑이를 했다고 한다. 교회에서 구호품을 가지고 온 물건 중에서 한 직원이 아이용 중고신발을 트집 잡아서 벌금 1,500달러를 때린 것이다.

팀을 이끌고 온 그는 목사님이시다. 그들이 챙겨 온 물건은 판매용이 아니고 구호품이라고 목이 터져라 말을 해도 한번 트집이 잡히면 공항을 그냥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잠시 케냐에 왔다가 갈 사람들을 잘도 안다. 결국 그는 공항직원에게 500 달러를 내고 입국할 수 있었다. 500 달러를 내고 신고식을 마친 것은 그나마 돈이 적게 든 것이다. 혹시나 케냐로 여행을 올 경우에는 전자제품(전기압력밥솥)은 가격표를 뗄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별히 새 제품에 영수증이 붙어있으면 폭탄세금을 맞는다. 물론 선물을 받는 사람은 포장지까지 멋지면 좋겠으나 새물건을 박스채 넣었다가는 몇 배의 돈을 공항세관에 물어야 할 것이다. 공항 밖 케냐는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이 훨씬 더 많다. 입국도 하기 전에 공항에서 모든 진을 빼버리면 진절머리가 날 수 있으니 미리 케냐에 사는 지인에게 정보를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케냐에선 눈뜨고 코베이는 경우가 많다. 우버택시 기사들은 도로에 나와있는 경찰들이 돈을 엄청 좋아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택시기사들조차도 손님들에게 팁을 강요한다. 케냐 사파리콤에서 M-pesa라는 모발뱅크를 도입하고부터 그나마 구석구석에 난무하던 부정부패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지금도 공항에서 버젓이 외국인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있다.


예전에는 중고옷들이 케냐에 컨테이너로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지만 요즈음은 법적으로 케냐정부에서 재재를 하고 있다. 구호품으로 들어온 옷이 시장에서 뒷거래로 판매되고 있을뿐더러 케냐 자체의 옷 브랜드를 살리기 위함이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옷의 색감과 스타일이 한국인들과 확연이 다르다. 몸매 또한 팔다리가 길고 허리는 짧고 가슴과 엉덩이가 편이다. 한국인은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를 S라인이라고 하지만 케냐에선 허리 쪽이 들어간 H라인이다.

나는 대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데 남녀 할 것 없이 대단한 멋쟁이들이다. 아프리카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하고 특별한 멋스러움이 있다.

지난해에 지인으로부터 중고옷을 보내주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사양했다. 중고 옷을 항공편이 아닌 배편으로 받는다고 해도 지불할 금액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5호 박스 1개당 80달러라는 돈이 든다. 지인의 마음은 참으로 고마웠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5월 7일(화), 감사일기

1. 매콤 뭇국을 끓이고 얼려놓았던 육개장에 파를 추가해서 국을 끓였다. 압력밥솥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토마토를 볶다가 자른 케일과 매운 고추를 넣고 뒤적거리다가 압력솥뚜껑을 닫고 추가 달랑거리면 가스불을 다. 부드러운 케일볶음을 나와 두 딸은 아주 좋아한다. 철분이 많은 케일볶음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

2. 숙주나물을 키우고 있다. 물만 주면 잘 자라는 녹두콩이 신기하다. 홈메이드 숙주나물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

3. 홍수로 집 앞에 흐르는 개울이 넘쳤지만 다리가 무너지지 않고 물이 잘빠져서 감사.

4. 한 동안은 풍뎅이가 차요태 입사귀를 파 먹고 벌레가 열매를 쏘아서 썩게 만들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썩지 않은 차요태를 간간히 딸 수 있어서 감사.

5. 도우미 메리가 집안일을 도와주러 온 날이다. 그녀의 도움으로 밀려있던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


숙주나물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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