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들이 예약된 택시를 타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4시다. 우리 부부의 외출시간도 그 시간이면 대체로 마무리가 된다. 케냐는 저녁에 해가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떨어진다. 해가 떨어지면 도로 주위에 거의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남편은 운전할 때면 늘 긴장을 한다. 무엇보다도 도로에 차선이 없는데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차가 헤드라이트를 상향으로 켜고 달려오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녁 8시만 되어도 시내외곽의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다.
우리 부부는 집 앞에 있는 센터가 아니면 저녁 6시 이후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 그런 생활이 못 견딜 만큼 심심하고 답답한 날이 많았지만 이제는 이 또한 익숙하다.
시댁 가족들은 화를 잘 안내는 DNA가 충만한 것 같다. 남편은 자식들에게 참으로 친절하다. 3주 전부터 두 아이는 통학을 택시로 하고 있다. 이때부터 남편은 두 딸이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대문 앞에서 기다린다. 지난주에는 오후 3시부터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날은 문밖에서 우산을 쓰고 20분이나 기다린다.
남편은 딸들에게 친절한 아빠다. 워낙 젠틀한 사람이지만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한 번도 소리를 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본인이 들어줄 수 없는 일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설명을 해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순응한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우리 딸들은 아빠를 잘 만났다.
오후 4시, 오늘도 남편은 열쇠를 손에 들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5월 6일(월), 감사일기
1. 인도사람들이 모여사는 파크랜드 동네에는 다이아몬드 플라자라는 오래된 몰이 있다. 그곳엔 남자머리카락을 전문적으로 깎는 이발소가 꽤 많다. 오늘은 남편이 파키스탄에서 온 이발사가 기계가 아니라 가위로 머리카락을 깎았다며 그를 칭찬했다. 한국돈 5천 원보다 더 싸게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자를 수 있어서 감사.
2.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 있는 정육점에서 소고기 안심과 장딴지살, 간 고기, 양고기 어깨 살을 샀다. 가게 안에서 주인이 담배를 폈는지 냄새가 났다. 나는 고기를 주문만 하고 냄새가 역겨워서 밖으로 나와버렸고 남편이 계산하고 픽업을 했다. 참말로 주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지만 다행히도 고기 상태는 좋아서 감사.
3. 지난주에 막내가 양고기 숯불고기가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평일엔 숯불을 잘 안 피우는 남편이 불을 피웠다. 역시 딸에게 친절한 아빠다. 온 식구 맛있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서 감사.
4. 케냐에 많은 지역이 홍수로 피해를 입었다. 재케냐 한인회에서 `마이이 마이후' 재난을 위한 긴급 후원금을 모금했다. 애써주신 한인회 임원들과 후원하신 손길에 감사.
5. 저녁 10시 28분, 많은 비가 쏟아진다. 이 밤에 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본다. 오늘 밤에도 전기가 있어서 감사.
https://maps.app.goo.gl/k94uJHiR5fRhjSkv9
(인도인이 모여사는 파크랜드 동네에 다이아몬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