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예배는 2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예배가 끝나면 서로가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한다. 나는 주먹과 주먹으로 인사를 나누고 상대방의 손안에 사탕을 살짝 넣어준다. 가난한 대학생들에게는 사탕도 잠시나마 간식거리가 된다. 케냐 사람들은 사탕 중에서도 민트사탕을 가장 좋아한다. 그것을 알고부터 우리 집엔 항상 민트사탕이 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남자청년들이 분주해졌다. '시푸나'라는 청년의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서다. 그전에도 청년들이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생일을 맞이한 사람에게 친구들이 온몸에 물을 뿌리는 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이 흠뻑 젖도록 바케스나 호수로 물을 뿌린다.
시푸나는 나이로비대학 농대 1학년이다. 그가 처음 센터에 왔을 때 신입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23살쯤으로 짐작을 했었다. 오늘 그에게 몇 살이냐고 묻자, 그는 자신의 나이가 26살이라고 한다. 시푸나는 기타를 아주 잘 친다. 자신의 기타를 수시로 수건으로 닦고 아낄 뿐 아니라 연습을 꾸준히 하고 찬양팀에서 기타 연주를 한다. 그의 성격은 상대방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나를 볼 때마다 늘 웃으면서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시푸나가 25살에 대학 1학년이 되었다는 것은, 그의 인생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평범한 대학새내기들하고는 다른 삶을 살았겠으나 그는 늘 유쾌하고 잘 웃는다.
5월 5일(일), 감사일기
1. 26살을 맞이한 시푸나의 생일선물로 스포츠 타월과 팔찌, 막대사탕, 과자, 비타민 C를 챙겼다. 생일을 맞이한 당사자보다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이 선물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았다. 앞으로 대학생활을 시푸나가 건강한 모습으로 잘 마치길 바라본다. 시푸나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있어서 감사.
2. 비가 많이 와서 텃밭에 풀들이 부쩍 자라 올랐다. 땅이 물렁해져서 잡초가 잘 뽑혔다. 목장갑을 끼고 노동을 하고 나니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감사.
3. 오후에 오징어포(지인에게 받음) 볶음과 잔멸치(2년 전에 한국에서 사 온 것을 냉동고에보관)에 마늘과 매운 고추를 넣고 볶았다. 케냐에서 건어물 반찬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
4. 고장이 한 번도 안 났던 통돌이 세탁기가 물조절이 안된다. 12년 동안 잘 사용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세탁기가 돌아가니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