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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하바리 씨

68일

by Bora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프리카 한글학교교사 연수를 실시간 온라인으로 갖었다. 현재 남아공에는 7개의 한글학교가 있는데 조복에서 진행된 오프라인 강의가 동시에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 교사들도 합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장에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강의가 수시로 끊겼다. 강의는 좋았지만 나의 눈과 귀뿐 아니라 몸이 너무 피곤했다. 아무래도 나는 오프라인 교육이 적격인 것 같다.


100일 감사일기 쓰기는 오늘로써 68일째이다. 브런치에 매일 연재글로 올리고 있다. 밤 12시 전에 글을 반드시 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보니 저녁 8시가 넘어서면 마음이 급해진다. 보통은 노트북에서 작업을 하고 몇 번을 읽어보면서 수정을 한 후에 글을 발행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는 몸이 피곤해서 스마트폰에 깔아 둔 브런치앱을 사용했다. 몸이 피곤해서 글을 읽다가 졸기까지 했다.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글을 발행하고 나면 늘 찜찜하다. 다음날 아침이면 브런치에 올린 글을 읽다가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부끄러울 때가 많다. 오늘 아침에도 혀를 차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남편은 나를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만 내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난다. 뭔지 모를 심란한 마음이다. 1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들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보고 싶은 맘이 다. 남편도 아들이 그리운지 왓집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신나 보인다. 한국으로 출국할 날이 가까이 다가 올 수록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맘이 무겁다. 덥고 습한 한국날씨와 잠시 머물 집 그리고 만날 사람들... 아들을 보고 싶은 감정과 여러 복잡한 일로 마음이 산란하다. 이럴 땐 집밖으로 나가야 한다. 차요태 덩굴이 무성한 텃밭으로 들어가서 기분을 달래 본다.


5월 20일(월), 감사 일기

1. 김 위에 밥과 상추를 깔고 삼겹살을 올렸다. 그 위에 쓰리랏차 소스를 뿌리고 다시 상추를 얹고 김밥을 말았다. 셋째의 점심 도시락으로 삼겹살 김밥을 준비한 것이다. 딸이 아침에 김밥을 몇 개 먹어보더니 엄청 맛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삼겹살 김밥이 맛있어서 감사.

2. 아침부터 이사하게 나의 말투가 짜증스러웠다. 마음을 다스릴 겸 텃밭에 들어가서 차요태 열매와 줄기와 연한 잎을 정리하고 수확을 했다. 줄기와 잎은 이번주 글모임 때 나물반찬으로 볶아 갈 것이다.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서 감사.

3. 아들이 한국에 도착해서 친가 할머니와 외가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손주와 통화를 하고 나더니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그래서 감사.

4. 삶아 놓았던 고사리와 물에 불려 놓았던 토란대를 볶았다. 점심으로 케일볶음과 고사리, 토란대, 볶은 차요태 잎에 고추장을 넣어서 비빔밥으로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감사.

5.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지난주 화요일에 95세의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아버지의 연세는 89세이시다.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는 것이 아쉽지만 삼시세끼 식사를 잘 드셔서 감사.


차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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