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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야 꽃향기

67일

by Bora

해가 무척 뜨거웠던 날에 너를 땅에 심었다.

너를 살필 때마다 언제쯤 키가 자랄까 싶었다.

한 달 가까이 많은 비가 내리고

잔디를 몇 번이 나 깎는 사이에

너는 땅아래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더니

온 힘을 다해 수분을 빨아들이며

공작새처럼 잎사귀를 활짝 펼친다.


금방이라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너에게 몇 번이나 눈길을 주다가

하얀 꽃봉오리를 발견했다.

꽃 속에 꽃술이 별처럼 아름다워서

코끝을 꽃 가까이로 대어 보니

파파야 과일의 향긋한 냄새가 난다.

너를 꼼꼼히 살펴보니 참 예쁘다.


5월 19일(일), 감사일기

1. 찬양팀의 열광적인 노래와 춤 그리고 특송을 준비한 3팀(루오. 루야 부족, 깟바 부족, 카렌진 부족)으로 예배 분위기가 열정이 넘쳤다. 젊음이 아름답고 예배가 좋다. 그래서 감사.

2. 오늘은 13명의 여학생들이 모였다. 다음 주에 있을 마지막 프렌드쉽과 종강파티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학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그래서 감사.

3. Y에게 배추김치와 깍두기, 얼갈이김치, 무장아찌, 차요태지 무침, 참치김치볶음, 근대된장국, 육개장, 매운 뭇국, 녹두전과 밭에서 수확한 쑥과 차요태 줄기, 잎, 열매를 챙기고 직접 기른 숙주나물과 그녀가 좋아하는 히비스커스 주스를 오토바이로 보냈다. 오토바이 기사가 배달비를 더 달라고 해서 기분이 상했지만 Y가 음식을 받고 감동했다. 그녀가 너무 고마워하는 바람에 맘이 편해지도록 카톡을 보냈다.

"저는 음식으로 Y에게 도움을 주지만 Y는 내가 아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본인이 잘하는 것으로 도움을 드리면 됩니다."

그녀는 아프리카 UN본부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12월에 임기가 끝나면 케냐를 떠난다고 한다. Y가 케냐에 있는 동안에 건강할 뿐 아니라 안전하길 바란다. Y를 위해서 음식을 챙길 수 있어서 감사.

4. H가 통영에 있는 한 교회를 다녀왔다. 두 곳 교회의 정보를 미리 주었는데 그중에 첫 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교회는 크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많으시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다른 교회를 가보겠다고 한다. H가 한국 스스로 교회를 나가니 감사.

5. 아들이 아틀란트에서 한국으로 출발했다. 사랑은 돌고 도나 보다. L목사님과 장로님께서 용돈을 챙겨주시고 한국 식당에서 고기를 대접해 주셨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는 부모가 아들을 챙기지 못하는 반면 우리 가족과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으신 분들이 도움을 주신다. 내가 있는 곳에서 누구든 사랑하면 그 사랑이 나에게 직접 오지 않더라도 신께서 기억하신다. 사랑은 순회한다. 그래서 멈출 수 없는 거다. 모든 것이 기적이고 감사다.

바나나와 파파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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