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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사랑은 빵

성심당에 담긴 마음

by soo

포크레인 기사인 아빠는 직업 특성상 지방에 있는 현장에서 몇 개월씩 머물며 일할 때가 있다. 요즘은 대전에서 일한다. 주말에만 서울에 올라와서 하루 자고 다시 일요일 저녁에 내려간다. 벌써 두 달 넘게 이어진 생활이다.


귀찮을 법한데도 아빠는 토요일마다 숙소에서 대전역으로, 대전역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본가까지 또 한 시간을 걸려서 온다. 도착해서 특별히 뭘 하는 것도 아니다. 티비 보면서 저녁을 먹고 소파에서 잠들다 아침에 엄마랑 교회에 다녀오는 것. 빈둥거리다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서울역으로 가는 정도.


아빠는 늘 낯을 가리고 무뚝뚝한 성격이었다. 딸 셋 있는 집은 아빠가 수다스럽거나 다정할 거란 편견이 있는데, 우리 집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매번 아니라고 해명해 왔다.


처음 성심당을 사 오던 날

그런 아빠가 처음 대전에서 올라오던 주말, 성심당 빵 선물세트를 두 박스나 사 왔다. 성심당을 처음 먹어본 아빠는 대전을 지키는 성심당의 지조가 멋졌는지 하루 종일 성심당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해 보니 아빠는 충청도 사람이다.) 그땐 그저 성심당에 꽂힌 줄로만 알았다.


성심당에 빠진 아빠는 매주 빵을 사 왔다. 늘 같은 구성으로. 아 가끔 부추빵 대신 튀소구마를 사 오며 약간의 변주를 주기도 했다. 매주 만나는 성심당에 배가 부른 엄마와 우리들은 이제 그만 사 오라고도 해봤다. 혹은 ‘망고시루가 유명하다던데’ 하면서 다른 걸로 사 와 달라고 부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다음 주에도 아빠 손에 들린 건 튀김소보로와 부추빵 그리고 튀소구마. 역시나 고집 있는 울 아빠.


무뚝뚝한 딸이 최선을 다한 멘트

본가에 갈 때마다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 보따리씩 챙겨 온다. 맛있게 먹었다는 카톡도 보낸다. 다정한 말 못 하는 딸이라 좀 튕기는 척했지만 사실 똑같은 구성이어도 맛있게 먹는다. 어릴 때였으면 별 의미 없이 먹었을 것 같은데, 직장인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알 것 같다. 가족들에게 맛있는 걸 굳이 사가는 기분을 말이다.


이제는 사랑의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안다. 말에서의 다정함은 없어도 행동에서 느껴진다. 어쩌면 아빠의 사랑은 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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