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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멍팅아, 엄마 잘 보필해라

엄마의 일상에 찾아온 동그란 새 식구 이야기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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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사는 오빠는 어느 날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다.


“이거면 엄마가 좀 덜 힘들 거야.”


상자를 열자 동그란 몸통의 로봇청소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원을 넣자마자 청소기는 돌돌돌 굴러다니며 방 안을 혼자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세상에…” 하는 얼굴로 그걸 한참 바라보다가,

청소기가 방안을 원을 그리며 이동하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이 녀석아, 거긴 지나가면 안 돼지! 저기 먼지 있는데 왜 안 가! 아이고, 요기도 좀 닦아봐!”


그러다 결국 한마디가 나오고야 말았다.


“말귀가 참 멍~텅하게 생겼네. 너 이름은 멍팅이 해라.”


그렇게 로봇청소기는 우리 집 새 식구가 되었다.


며칠 뒤 엄마 집에 들렀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바닥이 새것처럼 반짝반짝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집이 왜 이렇게 깨끗해?”


엄마는 “멍팅이가 했어. 멍팅이가!” 하시며

멍팅이 옆을 떠나지 않으신다.


“멍팅아, 밥 먹자.” 하며 충전 케이블을 꽂아주고,

“멍팅아, 출근해야지.” 하며 버튼을 눌러 청소를 시키고,

청소가 끝나면 “멍팅아, 세수해야지.” 하며 먼지통도 털어준다.

어떤 날은 멍팅이 옆에서 노래 한 곡조 뽑아주시기도 한다.


엄마와 멍팅이의 애정은 날로 깊어지고 있던 어느 날

엄마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멍팅이가 이상해"

“무슨일이야? 왜 갑자기?”

“아무리 눌러도 안돼…멍팅이 죽었나봐”


놀란 마음으로 엄마 집으로 달려갔다.

확인해보니 청소기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충전기 자체가 빠져서 방전되었던 것이다.


전원을 다시 꽂고 버튼을 누르자, 멍팅이는 바르르 떨더니

곧 다시 샤샤샥 방 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멍팅이~~~ 살았네!”하시며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퍼붓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살짝 멍팅이에게 속삭였다.


‘멍팅아, 호위무사처럼 엄마 잘 보필해라.’


엄마의 순수함과 호기심에 내 마음도 환해진다.

엄마의 이 빠진 웃음이 그 어떤 조명보다 밝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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