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멈춘 줄 알았던 삶은

긴장과 균형 사이에서 다시 흐르다

by 봉순이


삶을 살다 보면, 문득 멈춰 서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때 우리는 묻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괴로워하며, 그 질문 속에서 마음은 점점 더 단단히 뭉쳐 결국 돌처럼 굳어버리기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후, 내 삶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멈춘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삶을 멈춘 것은 병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병을 통해, 멈춰 있던 나의 삶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음을 이제야 알겠다.


인생사 세옹지마.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나쁜 일도, 절대적으로 좋은 일도 없는지도 모른다.

다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끌어안으며 살아가느냐가

삶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Life is a series of pulls back and forth…
A tension of opposites, like a pull on a rubber band.”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서로 상반된 것들 사이의 긴장.
인생은 그 긴장 위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일이라고 모리 선생님은 말했다.


오늘 요가원에서 처음으로 번지피지오를 해보았다.
천장에 매단 줄과 하네스를 몸에 연결하고, 탄성을 견디며 균형을 잡는 운동이다.


처음에는 중심을 잡지 못해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줄이 나를 이끌었다.


탄성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다, 다시 천천히 힘을 주며 몸과 줄 사이의 긴장을 느껴보았다.

그러자 흔들림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그 긴장을 이어 런지와 스쿼트, 팔굽혀 펴기까지 해낼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중력을 거슬러 몸을 한껏 끌어올릴 여유도 생겼다.


번지피지오를 하며 나는 상반된 것들 사이의 긴장을 몸으로 배워가고 있었다.

그 긴장 위에 균형이 더해질 때, 몸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마 삶도 그럴 것이다.

긴장과 균형이 이어지는 연속.

나는 앞으로도 그 상반됨의 긴장감을 느끼며 살고 싶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지점을 찾아 매 순간 지금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삶은 결코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흘러갈 것이다.


그동안 나의 글과 이 여정을 함께해 준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흘러가는 여정을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고 싶다.




keyword
이전 19화5부-02.엉덩이가 헐어도, 다시 배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