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7. 마음의 양식이냐, 기름기 제거냐

좋은생각 채택 선물을 두고 벌어진 우리 집 긴급회의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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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좋은생각입니다.”

“네? 좋은… 생각이요? 아!!”


심장이 갑자기 1.5배속으로 뛰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에세이가 ‘좋은님 에세이’로 선정되어 4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어머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얼마 전 ‘우리동네 보안관’ 이야기를 조금 다듬어 보냈을 뿐인데, 그게 진짜 책에 실린다고? 나는 갑자기 작가가 된 기분으로 허리를 곧게 세웠다.


“채택 선물 네 가지 중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좋은생각 1년 정기구독권, 텀블러, 루테인 영양제, 설거지 세트가 있습니다”


나는 0.3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정기구독권 주세요.”


당연하지 않은가. 마음의 양식 1년치다. 중년에게 필요한 건 감성 충전 아닌가.

전화를 끊자마자 남편에게 자랑했다.


“남편! 내 글 좋은생각에 실린대!”

“오~ 진짜? 대단한데?”

“선물도 고르래. 나 1년 정기구독권 달라고 했어. 잘했지?”


남편이 갑자기 정색했다.


"무슨 소리야. 설거지 세트를 달라고 해야지!"

"…뭐?"

"당장 전화해서 설거지 세트로 바꿔."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거 봐, 스펀지 질 좋아 보이네. 세제도 거품 잘 날 것 같고. 이걸로 하면 뽀득뽀득하겠는데."


내가 반응이 없자 다시 말을 잇는다.

"책은 도서관에도 많아. 근데 우리 집 스펀지는 지금 너덜너덜해."


나는 문학을 말하고 있는데 설거지담당 남편은 거품을 말하고 있다.


"내 글이 책에 실렸어..."

"그래. 그래서 더 설거지 세트지."

"왜?"

"우리 집 작가님 손은 소중하니까."


…아, 이건 또 뭐람.


설거지 세트인가, 1년 정기구독권인가.

마음을 닦을 것인가, 그릇을 닦을 것인가.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 스펀지는 좀 너덜너덜하다.

내일 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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