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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 Mar 03. 2024

나에게 없는 일상, 함께 만드는 그림 일기

제가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리는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일상 드로잉’ 이나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 이라고 불러주곤 합니다. 그런 컨셉을 정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지만, 맞는 얘기지요.  기억에 남기고픈 장면들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니까 그림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그 장면들은 사실 ‘제 일상’ 이 아니라 ‘제가 관찰한 일상’ 이지요.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여럿이 올린 일상을 제가 고르고 그려서 완성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그림 일기’ 같은 거거든요.


사람들이 sns에 올리고 공유하는 장면들은 사진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아이와 산책하는 중에,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는 중에,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이나 즐거운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립니다. 똑같은 순간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알고있는 장면이지요. 그래서일까요, 그런 장면을 보고 그림으로 그려서 공유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었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요. 가벼운 드로잉이기에 사진 속 디테일은 많이 사라집니다. 사진 속의 생생한 얼굴 대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 그림 속에 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드로잉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슷한 공간의 다른 장면으로, 그러니까 저마다 자기 추억 속의 장면으로 치환해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마다 알고 있는 생생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림을 봐주신다는 걸 알게 된 건 저에게도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가 ‘함께 만드는’ 그림일기인데, 보는 사람들도 ‘함께’ 완성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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