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늘어져있고 싶은 토요일 오전 11시. 모처럼 쉴 수 있는 주말입니다. 오늘의 드로잉을 할까 말까, 쉬는 날마다 고민입니다. 하나만 그리고 놀까, 아니면 아예 푹 쉬는게 좋을까. 사실 둘 다 좋으니 고민해봤자 소용없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다시피 그릴 때까지 계속 마음이 오락가락할테고요. 오늘은 맘먹고 책상에 앉아 드로잉을 하나 그렸습니다. 10분쯤 간단히. 그 이후엔 작업실 책상 앞에도 가지 않을겁니다.
이 10분은 아주 많은 것을 저에게 줍니다. 가장 큰 이점은 이거죠. 아무리 간단한 드로잉이라도 하나 하고 나면, 저는 오늘도 당당하게 ’그리는 사람‘ 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몇 년전 어느 책에선가, ‘누가 작가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낸 사람’ 이나 ‘등단한 사람’ 이 아니라 ‘오늘 글을 쓴 사람’ 이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가슴속에 계속 남아있었어요.
스스로를 ‘그리는 사람’ 이라고 소개할 수 있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 매일 그리는 일은 저에게 중요한 루틴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