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인스타그램 화면을 보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단순히 ‘드로잉 연습을 하려고’ 였습니다. 거창한 목표도 계획도 없었어요. 단지 다양한 대상을 그리며 연습하고 싶었고, 초창기 제 인스타그램 친구들은 카메라를 들고 몰려다니던 사진 동호회 지인들이었기에 다들 다양한 멋진 사진을 올려줬거든요.
저는 집에서 일하는 그림책작가입니다. 침실과 작업방을 오가며 살다가 며칠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도 많아요. 밖으로 나가서 그림을 그리면 참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날은 아주 드물지요. 게다가 그림책 일은 아주 느립니다. 제가 유난히 느린 편이기도 하고요. 작업중인 일과 상관없는 그림은 전혀 그리지 않게 되기가 쉬운데다가, 책이 나올때까지 그림을 공개하지 않으니 몇 년동안 그림을 발표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삼아 가볍게 다른걸 그려볼까’ 하던 것이 ‘출근인사’ 드로잉이 되었고, ‘한 권만 채워볼까’ 하던 것이 ‘10년을 채워볼까’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드로잉도 꽤 늘었고요. 그런데 매일 드로잉을 하다보니, ’연습의 효과‘ 보다 ’습관의 힘‘ 이 더 강력했습니다. 매일 책상에 앉게 해주는 ‘습관의 힘’말이죠. 이건 즉홍적이고 가벼운 그림이기에 고민중인 긴 작업보다는 시작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뭐든 일단 그려서 출근인사를 하고 나면 어떻게든 그날의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잘하든 못하든 자리에 앉아서 하는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큰 기대 없이 어쩌다보니 시작한 일이, 지금은 일상속에서 꽤 중요한 순간이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