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둥이

행복론

by 납작콩

지금은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고요한 밤이다.

분주한 일상을 보낸 후 늦은 밤에 누리는 여유로움이 너무 좋다.


가족 중 누구는 자고 누구는 자신의 방에서 할 일을 한다. 나는 홀로 거실에 있다. 조명을 밝지 않게 켜놓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창밖은 어둠에 잠겨있고, 하얀색 조명들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오래간만에 온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얘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함께 모여있으면 누구보다도 우리 집 반려견인 막둥이 ‘콩이’가 제일 신난다. 장난감을 물고 와서 가족들에게 돌아가면서 얹어주고 놀자 한다. 던져주면 재빠르게 뛰어가 물고 다시 와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얹어준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자기 쿠션으로 가서 꾹꾹이를 한다.


꾹꾹이.

잠을 자는 쿠션 위에 몸을 반만 걸친다. 앞 두 발은 쿠션 모서리에 모아서 깊숙이 넣고 뒷발은 쿠션 밖으로 뻗어놓은 상태다. 그러고는 오른쪽과 왼쪽 발을 번갈아 가며 작고 빠르게 쿠션 바닥을 문지른다. 여기서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은 하늘색 털 공을 입에 물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하늘색 털 공은 다른 솜 인형에 붙어 있던 장식물이었다. 솜 인형으로부터 그것이 떨어져서 우연히 콩이에게 주었던 장난감이었다. 크기는 어른 주먹의 반 정도 크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콩이는 그 털 공이 맘에 들었던지 자기 쿠션에 넣어두기도 하고 굴리면서 놀기도 하고 입에 물고 꾹꾹이도 한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그 하늘색 털 공은 우리도 항상 소파 바닥이나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루고 있고, 이사 올 때도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겨 왔다.


콩이의 꾹꾹이는 1살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처음 꾹꾹이를 보았을 때는 콩이만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해서 언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관찰해보기도 했다. 관찰한 결과 나 나름대로 결론에 도달했다. 가끔 안아달라고 할 때 못 안아주거나 간식을 달라고 하는데 원하는 간식을 받지 못했을 때 몇 번을 시도하다가는 시무룩해진다. 그리고는 자기 쿠션으로 가서 꾹꾹이를 시작한다. 그런 행동을 보며, 나 나름대로는 ‘꾹꾹이는 지친 자신을 위로해주는 행동’이라는 짐작을 해 보았다.


하지만, 꾹꾹이는 알고 보니 고양이나 강아지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이란다. 내가 탐구했던 것에 많은 오류가 있었다.


‘콩이야, 네가 기분이 좋았었던 거구나.’ 하며 지금 내 옆에 기대어 자는 콩이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더니, 몸을 움직이며 내 쪽으로 더 가까이 와서 안긴다.


어느새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어버린 콩이.


아침에는 내가 눈을 뜨자마자 어떻게 아는지 제일 먼저 콩콩 걸어와 침대 밑에서 인사를 한다. 그러면 나는 ‘콩이 잘 잤어?’ 하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며 웃는다. 설거지할 때 내 다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애교 때문에 또 한 번 웃는다. 혼자 앉아있는 소파에 올라와 내 다리에 등을 바짝 붙이고 세상 편하게 잠들어 있는 콩이를 보며 또 한 번 웃는다.


글을 쓰다 거실에서 방으로 자리를 옮겨오니 콩이도 자기 자리로 간다. 항상 웃음을 선사하는 막둥이 콩이는 지금은 자기 침대에서 깊은 밤잠을 자는 중이다. 나도 이제 잠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