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긋따 Jun 20. 2024

직장 내 인간관계의 비밀

직장 내 가장 불편한 관계는 상사와의 관계가 아니다.

최근 30대 성장통을 겪으면서 또 한 번 크게 바뀐 부분이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나이에 따라 변하는 나의 사회적 역할에 맞춰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달라지게 된다. 학교 다닐 때는 같은 반 친구들이 가장 친한 친구들이 되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직장 동기들이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다. 낯설고 불편하기만 한 조직생활에서 직장 동기는 가장 편하게 업무 상의를 할 수 있고, 후일을 안심하고 신나게 직장 내 빌런들을 뒷담화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입사 후 우울증이 찾아오기 전까지 거의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동기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제 고등학교 친구들은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고, 대학 동창들 또한 거의 전공과 무관한 일들을 하다 보니 서로의 접점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결국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업무를 하는 회사 동기들과 가장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퇴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이 친구들과 평생을 보겠구나 싶어 종종 나와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관계의 밀도를 다지는데 온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결국은 '끼리끼리 네트워크'가 그 어떤 관계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끼리끼리' 중에서도 어느 순간 먼저 앞서 나가는 친구들이 생겨나게 된다. 

회사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워라밸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 내에는 조직에 충성하는 '예스맨'들의 비중도 변함없는 평균값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회사가 큰 무리 없이 아직 운영될 수 있는 탓일 거다. 직장인으로서 남들보다 빠른 승진이 곧 개인의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예스맨들은 늘 어떤 상황에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포지션으로 회사에 헌신한다. 그리고 헌신과 동시에 자신의 입신양명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한 동아줄을 잡아 실제로 회사 내 주요 인물로서 입지를 넓혀 나간다. 당연히 동기 중에서도 그런 성향의 야심가들은 차츰 앞서나가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주요 자리의 핵심요원이 되었다. 그렇게 서로가 앉은 자리의 무게값이 달라지면서 영원할 줄만 알았던 이 관계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차츰 동기모임의 색깔도 예전과 같이 동시대 속에서 직장의 고락을 공감하는 자리가 아닌 잘 나가는 동기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기회의 자리로 변질되어 가기 시작했다. 동기라는 단어로 단단하게 묶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점점 불편해지기만 하는 아슬아슬한 이 관계의 마침표는 결국 내가 회사를 잠시 떠나 있던 시간을 보내고서야 자신 있게 찍을 수 있게 되었다. 

3개월의 휴직 기간 동안 연락다운 연락은 딱 한 통이었다.

 동기 중에서 진짜 걱정이 되어서 연락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단 한 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심지어 제일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조차 내가 복직을 하고 나서야 다시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왜 인간관계에 대한 상처가 없었겠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 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가며 쌓아 올렸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 있는 동안엔 나는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나눌 수 있는 가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지금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 어차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들이 회사에 많을 테니, 휴직자보다는 업무적인 도움까지 함께 받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유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같은 소속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도 현재 서로의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수시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 정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들의 그릇을 가차 없이 비워내고, 사람관계에서의 친함과 안 친함의 기준을 지워버렸다. 친한 사람은 0명이라는 팩트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geut__ta |직장성장툰, 일상감성툰


이전 06화 다시 일어서서 출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