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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따 Jun 06. 2024

눈치보지마, 내 인생이야.

30대도 방황할 수 있어,

그림을 그려보기로 하였다.

누구에게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나답고 싶어서 고민한 끝에 선택한 일이었다.

평소 유튜버 '총몇명'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곤 했는데, 직접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던 터라, 무작정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숨고'어플을 통해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을 아무 목적 없이 그려나가고 싶은 대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할 것인가'만 생각하면 되었기에 나 자신 외에 그 어떤 누구의 시선도 필요치 않았다.


정말 감각 있어요!

애니메이터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진심인 지 아닌 지 모르겠는 칭찬들을 잊지 않고 꼭 해주었다. 비전공자가 아닌 것 같다면서 그림에 확실히 감각이 있으니 계속 그려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꼭 내 상황을 알고 위로를 해주는 것처럼 매번 해줬던 작은 칭찬과 격려는 플라세보 효과처럼 나에게 새로운 기전이 작용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그 기전은 내가 빛날 수 있는 곳이 꼭 회사일 필요는 없겠다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답이 아닌 우리는 각자의 답을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난 여태 세상이 요구하는 답만 유일한 정답이고 그 외에는 오답으로 단정해버렸기 때문에 아무 잘못 없이 세상에 주눅 들어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고 그토록 괴롭혀왔던 것이다. 결국 애니메이터 선생님의 진심 어린 관심 한마디가 수개월 간 자기 비하에 빠져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관하던 한 사람의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었다. 이 모든 일들은 결국 내가 도전했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였다. '다수의 길이니 나의 길이 맞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능력 또한 발견하게 되었다.

 

유튜브에 업로드한 첫 애니메이션^^
다양한 내가 있구나!?!

타인의 인정을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하니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수많은 고민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론 회사의 인정을 내려놓은 만큼 회사에서 그 간 내게 베풀었던 호의 또한 예전과 달라졌다. 달라진 호의는 아마 미뤄지는 승진과 제외되는 표창 등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들이 회사가 말하는 인정의 도구들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도구들이 없이도 빛날 수 있는 이유를 찾았기 때문에 굳이 회사에 조정당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해방감이 참 좋다. 회사에 기대하고 바라는 게 사라지니,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어 속 시원하다. 물론 무조건 회사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안 좋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삶의 어떤 영역에서 의미를 찾느냐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모습일 때 가장 좋은 지를 알고, 그 포지션에 맞게 살아가야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고민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면 사회의 관념에서 잠시 물러나 나만의 답을 찾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고 조심스레 말해주고 싶다. 그 시간이 그간 묵은 고민들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직장공감툰•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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