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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따 May 30. 2024

에세이 베스트셀러 단골멘트

직장인의 가면을 쓰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한 가지

직장생활 7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썼던 7년 간의 나의 '애씀'에 대한 결과가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어 잠시 씁쓸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내 인생에서 처음 주어진 보너스 같은 이 시간을 정말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였다. 우울감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의 시선은 늘 과거에만 머물러있다. 과거의 어두운 면의 꼬리를 이어가다 보면 대부분 후회와 자책으로 귀결된다. 나는 괴로웠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일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현재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집중해 보기로 하였다.



수많은 에세이 베스트셀러 책들을 읽다 보면 꼭 언급되는 조언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나와 친해지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 SNS에서 퍼스널브랜딩을 하는 것이 대유행이 되면서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 정의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퍼스널브랜딩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 수없이 고민을 하였지만 나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래서 무작정 마인드 맵을 그리고, 나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들을 가감 없이 적어내려 갔다. 어떠한 체계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저절로 시간여행을 하듯이 과거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남들 눈에 잘 살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진짜 내가 잘 살고 싶은 마음으로 품게 된 어린 시절  나의 첫 꿈은 요리사가 되는 것이었다. 또한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여 틈만 나면 교과서 여백이 안 보일 정도로 낙서하는 것이 취미였다. 그리고 중학생 때는 god 입덕으로 팬픽(특정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창작한 팬심 소설)을 연재하던 아마추어 작가이기도 하였다. 나의 취미부터 어떤 물건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격인지 등등 모든 기준을 나에게 맞추고 마인드맵을 그리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내가 왜 지금 괴로운가에 대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현재는 과거를 통해 일부는 퇴색되어 가고, 어떤 부분은 새롭게 진화해 나가면서 끊임없이 다듬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세상의 시선과 평판이라는 먼지가 끼이면서 점점 나와 어울리지 않는 페르소나에 중독되어 진짜 나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새롭게 정의한 나의 모습 또한 먼 훗날 다시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경험하고 느끼는 순간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알아보는 과정을 계속하는 한 더 이상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은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 그림을 분명하게 그려주었다. 그래서 수많은 에세이 책에서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일까. 나와 다소 어울리는 성향의 일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직업이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페르소나는 명백히 잘못 설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와 맞지 않는 곳에서까지 굳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매일을 괴로워하며 자신을 갉아먹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 노력해보기도 하고 버텨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그 일이 더 이상 좋아지지도, 열정이 생겨나지도 않는다면 내려놓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나는 잠시 거리 두기를 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해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뒤늦은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정말 나답게 살기 위해서 다시한번 용기를 내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이제 나에게 남은 자산은 시간뿐이고, 그 시간이 결국 내게 정답을 알려줄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직장공감툰•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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