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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따 Jun 13. 2024

다시 일어서서 출근!

아무 일 없는 듯 현재를 살아가기

정확히 2개월 15일째 되는 날, 15일을 남기고 복직을 결정했다.

남은 시간, 마저 다 쉬고 갈까 고민이 되었지만, 내 삶의 포커스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확실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나를 지키며 직장인의 무게를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관두지 않을 거면 원래 몸담고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 내가 해야 하는 역할에도 책임을 져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고되고 가련한 그곳으로 담담하게 돌아왔다. 


회사의 모습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연초 인사발령으로 새로운 얼굴들이 몇몇 보였지만, 그것만으로 평소 탁하고 무거운 이곳의 공기를 뚫고 지나갈만 한 낯설고 신선한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우리 부서는 회사에서도 바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아직 9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직원들은 하나같이 새까맣게 죽은 얼굴들로 숨소리조차 사치인 양 업무에만 몰입하고 있었다. 적막 속에서 '타닥타닥'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는 진짜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더해지는 긴장감으로 마저 쉬지 않고 복직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려던 순간, 팀장님이 멀뚱히 서 있는 내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네, 몸은 괜찮은 거야?" 예상했던

첫인사였다. 팀장님의 인사로 몇몇 직원도 순간 모니터에서 눈을 떼 내가 서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 잘 회복하고 왔습니다. 그 간 부서에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담담히 상투적인 인사로 답하였다. 쉬는 동안 나는 1팀에서 2팀으로 자리가 변경되었다. 복귀하기 전 부서에서 미리 알려주었기 때문에 당황스럽지는 않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복귀 인사를 길게 하기에는 서로 머쓱한 구석이 있어 그 쯤하고 자리를 정리하려던 참이었다.

"얼굴이 좋아졌는데? 일하기 싫어서 도망친 거 아니야?"

다소 격하게 옆팀 팀장님이 내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했던 시나리오였기에 그냥 웃으며 넘길까 했지만, 굳이 답하였다.

"좋아져야 돌아올 수 있죠, 팀장님"

예전 같으면 어수룩한 미소로 대충 얼버무리고, 한동안 혼자 신경 썼을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승진, 인정에 저당 잡혀 다른 이들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전전긍긍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옆팀 팀장님도 별생각 없는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쿨하게 내 옆을 지나갔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는 오직 나뿐이다. 나의 양심에 따라 나를 되돌아보고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면 된다. 그러기에 무례할 수 있는 상대방의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내가 원하는 길을 찾아도 당장 내가 원하는 세계로 입장할 수는 없다. 천적에 쫓기듯 쉴 틈 없이 생존 경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살고 봐야, 돈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원하는 일과 현재의 일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세계를 입장하는 티켓을 쥘 때까지는 예전보다 더욱 처절한 몸부림이 필요할 것이다. 짧지 않을 이 여정에서 이젠 나를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장착하고 달려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은 못해낼 것 같다고 목소리를 내며 용기 있게 이 시간을 견뎌낼 것이다. 다시 일어서서 복귀한 첫 출근날, 나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인스타툰 @geut__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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